"위녕,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공부하는 것도 행복하게 하고, 먹는 것도 행복하게 먹고, 자는 것도 행복하게 자고."
엄마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어떻게 공부를 행복하게 해? 자는 거나 먹는 거라면 몰라도."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았다.
"공부도 행복하게 해야 하는 거야. 어떤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 오늘을 불행하게 사는 거 그거 좋은 거 아니야.
네가 그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오늘을 견딘다면, 그 희망때문에 견대는 게 행복해야 행복한 거야.
오늘도 너의 인생이거든.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어."
"위녕, 행복이란 건 말이다. 누가 물어서 네,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란다.
그건, 죽을 때만이 진정으로 대답할 수 있는 거야. 살아온 모든 나날을 한 손에 쥐게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지.
요한 바오로 이센가 얼마 전에 죽은 교황 봐라.
그 양반 젊었을 때는 키도 훤칠하게 잘도 생겼던데 남들 다 좋아라 하는 교황되어서 무슨 병인가 걸린 거 너도 봤지?
전 세계 텔레비전에 침도 질질 흘리고 손도 덜덜 떠는 거 날마다 생중계되는 거 말이야.
그 사람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힘들었겠니? 그래도 죽기 전에 말하지 않던?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하고."
어떤 작가가 말했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영어의 responsible이라는 것은 response-ale이라는 거야.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 고.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괜찮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인내라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자유롭게 피아노를 칠 때까지 인내하면서 건반을 연습해야 하는 나날이 있듯이,
훌륭한 무용가가 자연스러운 춤을 추기 위해 자신의 팔다리를 정확한 동작으로 억제해야 하는 나날이 있듯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과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사랑하는 딸, 너의 길을 가거라. 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게.
너의 스물은 엄마의 스물과 다르고 달라야 하겠지.
엄마의 기도를 믿고 앞으로 가거라.
고통이 너의 스승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네 앞에 있는 많은 시간의 결들을 촉촉히 살아내라.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너에게 금빛 열쇠를 줄게.
그것으로 세상을 열어라. 오직 너만의 세상을.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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