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조선일보Books]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네다 2008. 8. 2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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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Books | 연합뉴스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에스콰이어 편집인 제이콥스 체험기 각각 320쪽, 296쪽. 각권 모두 1만2천원.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라는 책으로 국내에 알려진 미국 대중잡지 ’에스콰이어’의 편집인인 A.J 제이콥스가 이번에는 성경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실천하며 387일간을 보낸 체험기인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원제 The Year of Living Biblically)을 냈다.

성경에 따라 살다 보니 수염을 길렀고 돼지고기로 만들어진 베이컨도 먹지 않아야 했다. 특히 ’우상을 부수라’거나 ’마술사를 죽이라’ 또는 ’황소를 제물로 바치라’는 대목을 곧이 곧대로 따르자면 현행법도 어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저자는 1800년대 중반에 도입된 분만 마취가 하나님이 여자에게 부여한 해산의 고통을 덜 수 있다며 기독교가 반발했던 일화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고 평한 후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상황이 성경 기록과 맞지 않거나, 비유가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성경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며 2005년 9월1일부터 실천에 들어간다.

시행 첫 날 새치기한 사람을 보고 ’노하기를 더디하라’는 가르침을 깨우쳐 화를 참았고 길거리 빌딩에 걸린 야한 광고를 보지 않으려 머리를 숙인 채 걸었으며 두 가지 실로 짠 옷을 입어서는 안되기에 회사에서 지급한 혼방 티셔츠를 옷장에서 치웠다.

또 매달 첫 날에는 나팔을 불고, 열 줄 비파를 구입해 켰는가 하면 생리중인 아내와 접촉을 피하려다 다투기도 한다. 심지어 ’불경’한 자에게 돌을 던지려고 다가갔다가 결국 신발 위에 돌멩이를 내려놓는 척하기도 한다.

’주(Lord)’라는 단어는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을 말할 때나 입에 올렸고 ’갓(God)’이라는 말 역시 ’오 마이(Oh my)’라는 접두사를 붙여 말했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대목을 실천하기 위해 탐욕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광고가 게재된 잡지와 신문의 구독을 줄이기도 한다.

그는 “고대에 생긴 것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종교는 오히려 영향력이 커지니 내가 혹시 소중한 부분을 놓치는 게 아닌가 싶었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종교를 단순히 공부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영적 세계로 들어가는 ’통행증’을 만들고자 했다”며 저술 동기를 밝혔다.

그는 1년이 지난 후 “내 나름의 ’구내식당 종교’(편리에 따라 정한 계율)일 수 있으나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려 한다”면서 “대상이 누군지 확실히 잘 모르겠지만 일단 계속 감사 기도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 잡지인 에스콰이어의 편집자 경력을 살려 그는 심각할 수 있는 대목에서는 그 같은 가르침이 생긴 배경을 소개하며 이해를 돕는가 하면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를 끊임없이 섞어 넣어 읽는 동안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이수정 옮김. 세종서적 간. 상.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