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Books | 연합뉴스 2008.09.27 17:55
일본인이 패전 후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쓰시마 유코 장편소설 '웃는 늑대' 출간
김훈아 옮김. 416쪽. 1만2천원.
1959년 봄 열일곱 살의 소년과 열두 살의 소녀는 형제로 변장한 채 함께 야간열차에 오른다.
마쓰오와 유키코라는 이름 대신 ’정글북’ 속 늑대 우두머리인 ’아켈라’와 늑대 소년 ’모글리’라는 이름으로 떠난 이들의 ’여행’은 그러나 사람들의 눈에는 당시 한창 잦았던 떠들썩한 납치 사건 중 하나로 비친다.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일본 중견작가 쓰시마 유코의 장편소설 ’웃는 늑대’(문학동네 펴냄)는 전후 일본을 배경으로 기이한 인연으로 맺어진 소년, 소녀의 길지 않은 여행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시점(視點)을 넘나들며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체로 진행되지만 그들의 ’여행’ 자체는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아켈라와 모글리의 여행길에 만난 일본 사회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 그 자체다.
여러 어려움을 겪는 동안 어린 소년, 소녀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어 주는 어른은 아무도 없어 그들은 서로서로 보호하고 도와야 했다.
작가는 “늑대는 근대 일본이 잃어버린 고독하면서도 숭고한 존재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1905년에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린 일본늑대에 대한 향수는 일본 사회가 패전 후 혼란을 빠져나오면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맞닿아있다.
작가는 “지금도 일본 사회의 얇은 한 꺼풀을 벗겨보면 그곳에는 바로 패전 후의 혼란했던 세계가 그대로 펼쳐져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면서 국내 독자들에게는 소설가 신경숙 씨와의 서신 교환으로도 잘 알려진 쓰시마 유코는 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한일중 동아시아문학포럼에 참석하려고 29일 방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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