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늘근도둑이야기>
2009. 7. 11. 15:00 코엑스 아트홀
더 늙은 도둑과 덜 늙은 도둑이 마지막 직무수행을 위하여 들어간 무시무시한 곳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고 배꼽빠지게 웃기기도 하고 인생이 뭔지 다시 생각하게끔 만드는 이야기
종국에는 연극이 말하려고 했던 큰 뜻을 알아냈다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면 떨게 만드는 연극
연극을 보면서는 '누구누구는 정말 이 연극 못 보겠다' 하고 조소를 날리다가
연극을 보고 나서는 혹시 '나 잡혀가는거 아니야?' 하고 무서워할만한 연극
왠지 내가 무슨말을 썼는지 모르게 써야 마음놓고 잘 것 같은 감상평
이 연극의 대단한 점은 뛰어난 풍자를 보여준다는 것도 있지만, 더러운 사회에 날카로운 손가락을 들이댄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대단한 점은 극본이 진화한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매시간시간.
그것도 배우들이 스스로 진화시킨다는 점에서 분명 이 연극을 거쳐간 배우들은 인정받을만하다고 장담한다.
굵직한 플롯만 주어지면 그것을 관객들 앞에서 시연하고 관객들과 호흡하는 것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몫이다.
물론 모든 연극에서 관객과의 소통은 배우들이 담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연극의 경우는 그 정도가 훨씬 강하다.
배우들이 매번 새로운, 어쩌면 매 리허설과도 다른 연기를 하면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자신들이 순간적으로 나오는 애드립을 발산하고 자신들이 웃겨서 킥킥대며 웃는 즉흥적인 연극.
항상, 누구와도 다시 볼 수 있는 연극.
짐승같은 연극.
박철민 아저씨가 나오는 회차를 못 봐서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 더 즐겁게 되어버렸다.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많이 나오던 정경호분과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 민성욱분.
앞으로 왠지 배우때문에 연극보러 다닌다는 말이 이해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