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만추>

네다 2011. 2. 2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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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감독  김태용

출연  탕웨이, 현빈

 

저 사람이 내 포크를 썼어요. 그러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요. 내 포크를 썼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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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는 시애틀에서 여자와 남자가 만났다.

 

여자는 살인으로 7년을 복역하다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여자는 세상에 대해 큰 흥미가 없었다. 막연했고 심심했고 사랑이 없고 의미가 없었다. 여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시애틀의 집으로 갔는데, 가족은 情이라는 것이 없고 돈과 그밖의 시시한 문제들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여자는 거기서 우연히 예전에 자기가 사랑했고 자기를 사랑했고 자기를 파괴했던 한 오빠를 만났다. 그는 여전히 여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은채, 예전의 그녀를 원했다. 그녀는 그런 그가 진절머리 났다. 그녀는 화려한 옷과 귀걸이로 치장도 해보았다. 그러나 도중에 감옥에서 걸려온 전화때문에 자신의 현재를 깨달았다. 그녀에겐 옷과 귀걸이가 필요 없었다. 모든 것이 필요 없었다. 세상은 무료하고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남자는 제비였는데, 한 사모님의 남편에게 발각당해서 도망다니다 시애틀로 건너갔다. 그는 여성이 원하는 것을 주었고, 여성을 기쁘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고, 여성이 기뻐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천진난만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시애틀로 가는 버스에서 우연히 만났고, 시애틀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우연히 만났다. 두번째 만났을 때 여자는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랐고, 남자는 여자가 원하는대로 하고 싶어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은 도시를 걷고, 관광버스를 타고, 놀이공원에 가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며 평범한 일상의 하루를 보냈다. 남자는 여자에게 접근하지 않았고, 여자를 원하지도 않았고, 여자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꿈을 꾸었고 같은 영화를 보았다. 여자는 점점 위안이 되었고, 남자가 쉬워졌으며 세상이 쉬워졌다. 남자는 여자가 안쓰러웠고 여자를 보호해주고 싶었다. 여자는 남자를 두고 어머니를 보고 떠나려 했으나 남자는 그녀를 보내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가 감옥으로 가는 길을 동행했다. 동행하려고 했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하루가 남았다. 여자가 7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위로받고, 2년동안 기다리고 그리워하게 된 그날, 여자가 추억하게 된 하루가 남았다.

 

2.

애나 어머니의 장례식날 훈은 애나를 찾아왔고, 예전에 애나를 사랑했던 왕징을 보았다.

 

왕징은 애나를 두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애나도 뒤이어 다른 남자와 결혼했었다. 애나의 남편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고, 왕징은 다시 애나를 찾아왔다. 애나의 남편은 더욱 애나를 괴롭혔고, 애나는 남편을 죽였다.

 

장례식 피로연에서 왕징을 만났을 때, 훈은 애나를 칭찬했고, 왕징을 도발했다. 왕징은 애나의 인생도 모르면서 시시한 즐거움만 주려는 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훈은 허세로 가득차 애나에게 괴로움만 주는 왕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훈과 왕징 둘만 남게 되자, 분을 이기지 못한 둘은 결국 싸우고 만다. 애나가 다급히 와서 말리자, 훈은 "저 사람이 내 포크를 썼어요. 그러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요. 내 포크를 썼다고요." 라고 얼토당토 않은 변명을 한다. 훈을 돌려세울 줄 알았던 애나는 갑자기 왕징에게 왜 포크를 쓰고도 사과하지 않냐고 격분한다. 왕징은 사과한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I'm sorry." 한마디. 애나는 미움과 설움과 슬픔과 절망과 무료와 알수없는 감정들에 복받쳐 울고만다. 그리고 위로가 되었다.

 

훈과 하루를 보내고 2년후 출소한 애나는 훈이 사라졌던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아간다. 그를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지만, 그가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지만, 애나는 그를 다시 만날 준비를 한다. "안녕, 오랜만이에요."

 

3.

세상이 너무나 지겹고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는데 그게 무엇인지를 모르겠는 애나의 마음과 그녀를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보호해주고도 싶고 즐겁게 해주고도 싶은 훈의 감정과 시애틀의 희뿌연 안개가 정확하게 매치된다. 흐린 날씨, 가끔씩 눈부시게 내리쬐는 쨍한 햇빛, 짐찜한 기분, 당사자조차도 알지 못하는 감정. 서로 마주보기보다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던 두 남녀의 하루. 어느 늦은 가을날처럼 누구나 삶의 모든 것을 위로받고 싶은 날이 있는 법이다.

 

4.

담백하고 소소하고 흐릿하지만 아기자기한 영화이다. 예상하지 못하고 의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잔잔하게 웃기는 부분도 꽤 많고.

예쁘고 영어발음도 좋고 무엇보다 연기를 잘하는 탕웨이가 주연을 맡아서 다행이다. 현빈이 영국식 영어를 썼다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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