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황해>

네다 2011. 1. 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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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김윤석, 하정우, 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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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같은 피를 지니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우리나라 밖에는 같은 피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우리나라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한다.

아주 심한 경우 그들은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없는 사람은 매우 편한 존재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더럽고, 잔인하고, 위험한 일을 시킬 수 있다.

존재가 없는 그들은 법망을 피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정말로 없어지게 할 수도 있다.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들은 매우 많다. 우리가 돈이 있는한, 그들은 매우 많다.

 

영화에서 무의미하고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을 때리고 죽인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곳은 단돈 1원에도 사람 목숨이 파리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속고 속이고 죽고 죽이는 것이 너무나 평범하게 일어나는 세상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뒤돌아서면 맞을 준비를 해야하고 돈이 생겼다면 분명히 더러운 원인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구남은 택시운전수-살인자-조선족-황해로 변해간다.

(이 구도를 따라가볼때 '살인자'보다 못한 '조선족'은 인상적인 지적이다.)

점차 인격을 잃어가고 인간으로부터 멀어지며 무생물화 되어간다.

구남의 시체는 황해가 된다. 구남의 시체를 밀어내는 어부에게 슬픔은 없다.

팔순이 다 되어보이는 그는 경쾌하게 유골함을 던진다. - 조선족 따위, 고기밥이나 돼부러라!!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비참한 구남의 삶, 그곳이 아니라,

그보다 더 더럽고 치사한 세상, 이곳이다.

돈이면 무조건 다 되는 세상, 치정으로 이성을 뒤엎는 세상, 자기 손을 더럽히기 싫어하는 세상, 약자를 이용하는 세상.

언젠가 구남같은 소심하지만 뒷골 때리는 꼴통이 쑤신다면 곪은 것이 터질 것이다.

어차피 구남은 여기서나 거기서나 기댈 곳이 없었다. 연변에는 빚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살인을 했고, 아내는 죽었다.

그는 우리중 어딘가에 있다. 우리를 쑤실 이는 우리중 어딘가에 있다.

구남이 김과장을 살려둔 것은 다행이다.

그가 그나마 인간이라서.

 

마지막 장면에서 구남의 아내가 기차에서 내리는 것은 꿈이다.

구남은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아내 또한 그랬다.

영화 초반 구남이 계속 아내의 정사를 꿈꾸는 것은 그녀가 자의에 의해 도망갔다고 믿고 싶어서 그가 만든 방어기제이다.

그러나 구남이 한국에 와서 조선족 여자들의 삶을 스치면서, 아내의 흔적을 찾고 아내의 방을 찾으면서, 깨달은 것은

아내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남은 진심으로 그녀를 찾고 싶어했고, 그녀 또한 구남에게 돌아가고자 했다. 구남은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두 조선족 사람은 모두 황해에 묻혔다.

황해는 조선족의 묘지이자, 구남의 몸이자, 꿈이다.

구남은 죽어서 아름다운 아내가 자신을 떠나던 모습 그대로 돌아오는 꿈을 꾼다.

 

구남에게 청부의뢰한 것은 김정환과장이다.

김태원사장의 의뢰건은 다른 2명에게 들어간 것이지만,

면가는 이를 숨긴채 김태원사장에게 구남을 들어 협박을 하고 사기를 치려했다.

김정환과장은 후에 다시 2명을 보내 구남을 죽이려 한다.

 

추격자에 비해 훨씬 발전했다.

다이하드급 배우들은 애교로 봐주고,

좋은 배우 3명이 나와서 연기대결을 펼친다.

모두 대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 배우들이다.

그리고 대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 음향과 영화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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