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네다 2011. 3. 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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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년등과라는 말이 있다.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옛사람들은 인간의 세 가지 불행 중 첫 번째로 소년등과를 꼽았다.(나머지 두가지는 아버지 덕으로 좋은 벼슬에 이르는 것과, 재주는 좋은 글까지 잘 쓰는 것이다.) '소년등과 일불행(少年登科 一不幸)'이라 하여 '소년등과하면 불행이 크다'거나 '소년등과 부득호사(少年登科 不得好死)'라 하여 '소년등과한 사람치고 좋게 죽은 사람이 없다'는 말도 있다.

너무 일찍 출세하면 나태해지고 오만해지기 쉽다. 나태하므로 더 이상의 발전이 없고, 오만하므로 적이 많아진다. 그러니 더 이상 성공하기 어렵고, 종국에는 이른 출세가 불행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2.

어느 유명한 개그맨의 인터뷰에서 읽었던 이야기다. 오랜 무명생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얘기하던 중에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데뷔하자마자 적금을 드는 개그맨은 '뜨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면서요?" 그러자 그는 "글쎄 말이에요. 그런 것 같더라고요." 라는 취지의 답을 했다.

적금은 약간 무리해서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금 더 절약하면서 살겠다는 기특한 각오도 하고, 앞으로 수입이 좋아지리라는 막연한 예상도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 불입액을 매달 꼬박꼬박 마련한다는 것은 아직 수입이 적은 사회생활 초년생, 특히 출연기회가 많지 않은 신인 개그맨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적금을 부어본 사람들은 안다. 한 번이라도 납입을 거를 수밖에 없을 때의 안타까움을, 월 납입액을 만들지 못한다는 달이 자꾸 많아지면, 그 신인 개그맨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일단 종잣돈을 마련할 때까지 좀 더 안정적으로 고정소득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예컨대 '행사'를 자주 뛴다든지, 부업에 관심을 가진다든지.

하지만 신인 개그맨 때는 종잣돈보다 연습과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을 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적금 부을 돈을 마련한다고 행사나 부업에 신경을 쏟는 신인 개그맨은 나중의 성공을 위한 자기투자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결국, 뜰 수 없다.

 

3.

"2000년 0시를 기해 전 다섯 가지를 끊었습니다. 술, 담배, 골프, 유혹, 도박입니다. 이중 금연이 마지막까지 잘 안되더군요. 그래도 술 안 먹고 골프 안 하고 딴 마음 안 먹으니까 시간이 많이 남아요. TV는 원래 안 보았고요. 그 시간에 책 보고 글 쓰고 하는거죠. 책은 하루에 한 권 정도 읽어요. 화장실, 이동하는 차 안 등 토막시간마다 책을 펼쳐요. 매년 10월에 책 한 권씩 내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매일 200자 원고지 20~30장 분량의 글을 써서 저장해둡니다. 이렇게 생활하다보면 1인 다역을 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시간 없다' 입니다."

 

외과의사이면서 '시골의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경제평론가 박경철씨는 대단한 분이다. 그는 참 바쁜 사람이다. 매일 아침 2시간씩 라디오 방송, 주 1회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이고, 신문과 잡지에 고정칼럼만 15개를 쓰는 칼럼니스트다. 전국을 누비며 해야하는 강연이 월 평균 30건이고, 토요일엔 반드시 안동의 병원에 내려가 본업인 진료를 한다. 친구와의 오랜 약속때문이란다. 더구나 그는 매년 1~2권의 책을 펴내는데, 그냥 가벼운 책이 아니라 항상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깊이 있는 저서들이다.

 

4.

'카르페 디엠'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송시에 나오는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라는 의미의 라틴어인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괴짜 선생 키팅의 대사로 유명해졌다. 호라티우스의 시에서는 '시간이란 덧없는 것'이라는 의미로, 영화에서는 '평범한 삶을 살지 말라'는 취지로 사용됐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재를 즐겨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5.

특히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규모에 관계없이 반드시 업무 경험을 쌓으라고 권하고 싶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청년창업의 신화를 쓰는 꿈을 꾸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나는 제자들이 너무 일찍 창업하는 것을 말리는 편이다. 사회는 만만하지 않고 사회 경험이 적은 상태에서는 너무나 시행착오가 많기 때문이다. 시장은 잔인하리만큼 냉정하다. 무경험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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