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조선일보Books] 십자군 이야기

네다 2011. 7. 16. 14:21
728x90

연합뉴스 | 2011.07.12 09:36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송태욱 옮김 | 348 / 208쪽 | 1만3천800 / 1만1천800원.

 

“이것은 내가 명하는 것이 아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명하는 것이다. 그 땅으로 가서 이교도와 싸워라. 설사 그곳에서 목숨을 잃는다 해도 너희의 죄를 완전히 용서받게 될 것이다.”(24쪽)

 

1095년 11월 프랑스 클레르몽에서 열린 공의회에서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에게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한 성전을 호소한다.

 

교황의 연설과 함께 울려퍼진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는 한 마디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200년간 치러진 십자군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외침이었다.

십자군 전쟁의 방대하고 파란만장한 역사가 ’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펜끝에서 되살아났다.

 

작가가 지난해 집필해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십자군 이야기’(문학동네 펴냄) 1권은 “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다”라는 의미심장한 문장과 함께 시작된다.

 

십자군 전쟁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시오노 나나미는 잘 알려진 ’카노사의 굴욕’의 이야기부터 꺼낸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4세를 파문하자 황제가 교황이 머물고 있는 카노사성 앞에서 눈을 맞으며 맨발로 용서를 구한 이 일은 황제와 교황의 싸움에서 교황이 완승을 거둔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 일이 있은 후 젊고 혈기 왕성한 황제 하인리히의 반격은 강력했고 그레고리우스는 결국 추방된 몸으로 거처인 로마가 아닌 도피처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이슬람교도와의 성전을 촉구한 우르바누스 2세의 호소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왔다.

 

“선임자인 그레고리우스 7세는 황제를 사흘 밤낮 눈 속에 세워둠으로써 로마 교황의 권위를 과시했지만, 그 강경책의 결과를 직접 경험한 우르바누스 2세는 로마 교황의 권위, 즉 세상의 모든 군주를 지도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것은 다름 아닌 로마 교황이라는 것을 수십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동방에 보내 예루살렘을 무력으로 탈환함으로써 보여주려 한 것이다.”(28쪽)

 

이 책에는 이렇게 구성된 십자군들이 1096년 유럽을 출발해 예루살렘을 정복한 과정과 이후 18년간의 십자군 국가의 성립 과정, 그리고 1118년 십자군 제1세대가 역사에서 퇴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군더더기 없는 힘있는 문장으로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십자군 전쟁의 역사를 되살려냈다.

전체 3권 가운데 일본에서는 2권까지 출간됐으며 국내에서는 10월께 2권이 출간되는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완간될 예정이다.

 

한편, ’십자군 이야기’ 시리즈의 ’서곡’에 해당하는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도 함께 출간됐다.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한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에 시오노 나나미의 해설과 해당 에피소드가 전개된 지역의 지도가 곁들여져 십자군의 전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