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Books | 2011.02.17 09:44
'위기의 자본주의'..그 대안을 찾아서
’자연자본주의’ ’사회적 기업 만들기’ 출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식 신자유주의 발전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자유시장을 강조한 전통 자본주의,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규제, 복지를 중시하는 수정 자본주의에 이어 인간의 이타적 동기와 환경을 강조하는 대안적 자본주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신간 ’자연자본주의’(공존 펴냄)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 발전 모델로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책무는 다하면서 환경 보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자연자본주의’를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폴 호큰과 에너지연구소인 ’로키 마운틴 연구소’의 공동 설립자 에이머리 로빈스와 헌터 로빈스 부부.
저자들에 따르면 기업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단순히 희생이 아니라 더 큰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저자들은 동식물, 광물 등 자원과 생명 시스템, 생태계 서비스를 ’자연 자본’이라고 정의하면서 자연자본주의는 생명 시스템을 중시하는 자본주의라고 설명한다.
자연자본주의의 구체적인 실천 원칙도 제시한다.
첫 번째 원칙은 자원의 채취에서 최종 사용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자원을 최대한 적게 사용해 자원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원칙은 쓰레기가 아예 생기지 않도록 산업 시스템을 생물학적 원칙에 따라 재설계하고 소비자들이 실제 원하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마지막 네번째 원칙은 동식물, 광물 등 ’자연 자본’의 유지, 복원을 위해 자연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같은 4가지 원칙을 실천하면 환경오염, 기후 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원 활용 효율이 높아져 기업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자동차, 건축, 공산품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연자본주의의 사례와 실현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 책의 원제는 ’Natural Capitalism’으로, 초판(1999)이 나온 지 10년도 넘었고 친환경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 책의 기본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신간 ’사회적 기업 만들기’(물푸레 펴냄)는 요즘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책이다.
사회적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 개선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신용이 낮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해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로, 그는 이 책에서 사회적 기업의 비전을 제시한다.
방글라데시의 경제학 교수였던 유누스는 1973년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인근 주민들에게 자신의 돈을 빌려주었고, 이것이 그라민 은행의 시발점이 됐다.
그라민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 기존 은행들의 관행을 깨고 저당잡힐 담보가 없는 극빈자들에게 돈을 빌려줬다.
결과는 놀라웠다. 대출상환율이 99%에 육박했으며 대출받은 극빈자의 58%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
이 책에서 유누스는 사회적 기업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지 사회적 기업으로 변신한 기업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사회적 기업의 원칙과 실현방식 등을 소개한다.
유누스는 사회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자본주의와 개방경제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에는 결함이 있으며 “인간의 본성을 그릇되게 해석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가장 큰 결함이라고 지적한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오로지 이기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는 가정하에 경제 이론을 구축하고 있지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 동시에 이타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책을 옮긴 송준호 안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누스의 위대함은 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사회적 패러다임을 파괴가 아닌 창조로써 주창했다는 점”이라면서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브레이크 없이 기업과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질주할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와 함께 나누며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자본주의’는 김명남 옮김, 767쪽, 3만5천원. ’사회적 기업 만들기’는 송준호 옮김, 334쪽, 1만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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