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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기間節期
정채원
사흘 후면 그대의 49재
아직도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돌고 있을까
꽃은 져서 기린이 되고
기린은 죽어서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한다면
그대는 떠나서 사슴벌레가 된 건 아닐까
신구大 곤충관 참나무 둥치 위에서
죽은 듯 봄을 기다리는 사슴벌레
죽었나 들여다보면 눅눅한 참나무에 기대
간신히 살아 있고
눈 비비며 다시 들여다보면
썩은 참나무 속 깊이 알을 꼭꼭 심어놓고도
젖은 그늘처럼 잠잠한 그대
가는 것도 아니고 떠나는 것도 아닌
머무는 것도 아니고 떠나는 것도 아닌 그대여
친구도 아니면서 연인도 못 되는 나는
아직 강 이 편에서 이렇게 서 있는데
털코트는 너무 덥고
홑저고리는 너무 추운 이 계절
천 년째 두근두근 강 건너오는
봄날이면 나도 꽃잠 들고 싶은데
산 자와 죽은 자 사이
꽃샘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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