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부재(不在)

네다 2014. 3. 2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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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不在)

김춘수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 나팔꽃 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없이 져 버렸다.

차운 한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청석(靑石) 섬들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일없이 세월(歲月)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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