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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김향숙
큰 산맥 아래서는 해가 일찍 저문다
붉은 노을 끝으로
산 중턱에서 별이 툭툭 불거지는
진부령 소똥령 마을
평상에 나와 앉아
산나물, 추어탕으로 저녁을 먹고
가마솥에 끓인 구수한 누룽지 숭늉 맛에
모두들 이야기가 길어졌다
큰 아이는 아버지 따라 밤고기 뜨러 가고
모기도 없는 마당가에서는
익모초 타는 연기와
풋옥수수 굽는 냄새가 났다
봉숭아 꽃물 들인 손톱을 세우고 누워
작은아이와 나는 오래도록 별 이야기를 하고
별 이야기 들어있는 노래를 불렀다
초저녁 계곡물에 씻을 발이 아직 시리고
풀벌레가 우는지 별이 우는지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서처럼 정답기도 낯설기도 하여
마지막 밤까지
나는 가지고 온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