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취업 못하는 인문계 없애버려라

네다 2014. 3. 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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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인문계/이공계 (YTN)

취업난 인문계 미어터지고 이공계는 썰렁 (한국경제)

이공계 취업 80%, 고교/대학 인문계 확 줄여야 (매일경제)

 

1.

실생활에 써먹지도 못하고, 탁상에 앉아서 망상이나 하고 있고, 엔지니어들한테 되지도 않는 제품 만들어달라고 하고, 철도 없고, 헛바람만 크고, 물리학 법칙도 무시하고, 중력 따위 알지도 못하고, 손 대면 안 망가지는 기계가 없는 한심한 문과생들 배출하는 인문계 폐지해버리자. 대한민국은 초등학교때부터 이공학문만 가르치자. 공부 못하면 애초부터 공돌이, 공부 잘하면 팍팍 밀어줘서 과학자. 노벨상에 제일 근접한 사람이 대통령, 그 다음이 국무총리. 회사도 제일 똑똑한 박사가 회장, 사장. 회장부터 사원까지 모두 머리를 모여 앉아 신소재, 신물질, 우주호 발사 연구하면 안 될 것이 없다. 입만 나불대고,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아는 척만 백단이고, 눈꼴 신 문과생들 키우지 말자. 하라는 외국어는 안 가르치는 외국어고등학교 폐지해버리자. 뜬구름 잡는 이론만 늘어놓는 인문계 교수들 해고해 버리고, 딱딱 떨어지는 이론으로 설명하는 이공계 교수들 대거 채용하자. 수능에서 언어영역, 외국어영역, 사탐 폐지하고, 수리, 과탐 증명과 수식 합쳐서 논술식으로 100문제 내자. 회사에 가서도 잘 돌아가는 자동차만 만들고, 더 빠른 핸드폰만 만들고, 더 잘 빨리는 세탁기만 만들자.

 

그리하여 우리는 디즈니 같은 그림은 그릴 수 있어도, 반지의 제왕 같은 이야기는 만들지 말고. 리니지 같은 그래픽은 만들 수 있어도, 디아블로 같은 퀘스트는 만들지 말고. 벤츠 같은 자동차는 만들 수 있어도, 거기에 철학을 담지는 말고. 사이보그를 발명해서 천년만년 살아도, 눈물 흘리며 읽을 소설 한권 못 내놓고. 일인당 소득이 5만불을 넘어도, 가족과 함께 힘들거나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즐거울 저녁이 없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자. 대한민국 만만세.

 

2.

인문계가 없어져도 이공계 사람들도 저런거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어떨때는 이공계 학자들이 오히려 문학적 소양이나 예술적 감성이 더 풍부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인문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되나. 반대다. 어쩌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공계 인문계를 구분하는 우리 시스템이 잘못되었다. 고등학교 친구중에 만날 1등하는 이과생 친구가 있었다. 문제는 그 친구가 우리학교에서 언어 외국어도 1등이라는 것이다. 그 친구는 서울대에서 경영도 공부하고 공학도 같이 공부해서 경영과학자가 되는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안시켜주었다. 한쪽 우물만 확실하게 파라는 것이었다. 반대로 미국에서 본 한 친구는 기계공학과 정치학을 이중전공 하고 있었다. 부전공으로 물리학을 한다고 했다. 그게 가능하냐고 했더니 왜 안되냔다. 공부량 때문에 때려치고 싶은 것만 아니면, 제도적으로 불가능할 것은 없단다. 우리는 왜 하고 싶어하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꿈을 짓뭉개나. 감성적으로 뛰어난 물리학자는 물리를 공부해서 감성이 뛰어나진 것이 아니다. 도대체 이과 머리와 문과 머리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뇌과학과 심리학은 어디서 구분되는가. 금융공학과 경영학은 어디서 궤를 달리하는 것인가. 경제학에는 왜 그렇게 복잡하고 많은 수식이 들어가는가. 한국인은 어떻게 그렇게 학문의 경로를 꿰뚫어보아서 문과와 이과를 정확하게 구분하는가.

 

3.

통섭Convergence을 그렇게 외쳐대도 아직도 대학교에서 인문계 이공계 건물은 택시타고 이동해야 된다. 인문계 이공계 교수들이 같이 모이는 컨퍼런스 한번이라도 봤나. 소니가 왜 전자에서 수익을 못내도 아직 여유가 있는지. 비행기로 단지 1시간 거린데 왜 일본 락페스티벌은 그렇게 성황이고 우리 락페스티벌은 초대권 난장인지. 왜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에 그렇게 열을 내고 있는지. 왜 우리 제조업이 그렇게 잘나가는데도 아직도 세계무대에서 움츠러드는지. 대한민국은 평생 그렇게 살 팔자다. 벌써 인문학 과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천년만년이 아니라 지구가 멸망하고 세계가 다시 생겨서 대한민국이 다시 생긴다 하더라도 불안할 그럴 팔자인 것이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고 경계가 없다. 지식에는 분류가 있어도 지혜에는 없다. 아직 학문의 문지방도 못밟고 단지 학습하고 있는 어린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한쪽 바다에 빠뜨리라고 강요하지 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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