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시빌워Captain America Civil War
감독 조 루소, 앤소니 루소
출연 크리스 에반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앤서니 매키, 엘리자베스 올슨
캡틴은 미국 자유주의 시대의 사람이다. 개개인의 국민은 이성을 갖고 있고 당연히 조국에 대한 충성심, 인류에 대한 애정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고 믿는다. 당시에도 이기적인 놈들, 일진, 날라리들은 있었지만 그냥 인간이 미숙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국가, 정부, 조직과 같은 집단은 개인들의 충성 덕분에 전쟁에서 이기고 유지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을 통제하거나 억제할 무조건적인 권한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집단이 개인을 통제하려고 할 때 버키같은 불행의 씨앗이 나오는 것이다. 버키 즉, 극한의 세뇌를 통한 인격 상실의 완전체는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인류의 뼈아픈 실패이다. 또 하나, 캡틴은 정부의 쫄쫄이 광고모델로 일하면서 정부의 완전무결함(물론 이런건 애초부터 없었지만)에 대해 회의감도 생겨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캡틴 자신은 인류와 조국이라는 관념상의 객체를 위해 한 몸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정부, 조직 같은 현실의 주체에 대한 입장은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오히려 개인은 이성적임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하고 미숙하지만, 조직과 집단은 거기서 더 나아가서 오류가 났을때 위험하고 파괴적이기까지 한 것이다. 세계 정부라는 조직도 결국에는 인간이 모인 집단이다. 집단은 견제받아야 하고 거대한 조직은 더 견제받아야 한다.
더해서 캡틴이 아닌 스티브 로저스에게 있어서 제임스 버키 반즈는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애틋한 관계이다. 외톨이였을 때부터 단순한 친절이나 동정이 아닌 진심으로 자기를 걱정해준 친구, 스티브가 더 좋은 위치로 올라갔을때 질투하지 않고 군말없이 따라준 친구이다. 진정한 친구는 힘들때 위로하는 친구가 아니라 잘나갈때 축하해주는 친구이다. 버키는 그보다 더 좋은 친구이다. 버키의 애국심이나 바른 마인드는 스티브 자신보다 못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버키가 극악의 집단에게 세뇌와 고문을 당해서 인간 병기가 되었다. 기억은 물론 인격조차 없어졌다. 스티브로서는 가슴이 찢어지면서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을 것이다. 게다가 가끔씩 기억이 돌아오는 듯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때는 너무나 정상적인 인간, 즉 이성과 정의감, 온정과 우애가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그대로 정부에게 넘겨줄 수 있겠음? 버키에게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고?
결국 캡틴으로서나 스티브로서나, 개인에 대한 통제를 받아들일 수도, 버키를 넘겨줄 수도 없다. 캡틴은 뛰어난 능력이 인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들은 자정과 조심, 이성을 통해 최대한 줄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니 스타크는 기술의 시대 사람이다. 무기를 만드는 당사자로서 기술이 정책과 사상을 압도하는 역전 현상을 잘 알고 있다. 핵은 물론이고 앞으로 나올 기술과 초능력들이 얼마나 인간에게 위협이 될지 걱정이 된다. 이미 기술을 알고 손에 피를 묻힌 자신의 아버지나 자신은, 그런 능력도 없고 무고한 어머니나 다른 일반 시민들에게 혜택도 주지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토니가 토굴에서 탈출해서 다시 수트를 만들어서 처음으로 한 일이 스타크의 업보들, 밀반출된 무기들을 파괴하러 가는 것이었다. 토니에게 있어서 기술은 무한대로 발전시킬 수 있고 발전시켜야 되는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완벽한 통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토니는 자비스를 집사로 사용했지만, 친구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기술은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제 미리 사전에 좀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자기는 수트를 사용할 만큼 해놓고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게 좀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어차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기도 팔아왔는데 뭐;;) 토니는 어쩌면 국무부 장관이 말했든 영웅이 늘어나고 뭉칠수록 위협은 더 잦아지고 현실화된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토니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도록 지켜준 것은 제도와 규율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비핵 레짐이 그래왔고, UN이 그래왔다. 앞으로는 우주가 그렇고, 초능력이 그렇게 되야 한다. 토니 자신은 미국 정부를 비웃고 조롱했지만 결국 자기가 돌아갈 곳은 미국 정부가 통치하는 곳이라는 것을 안다. 인간은 결국 틀 안에서 살아야 한다. UN이 통제하는 것이 불완전하겠지만, 통제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과 능력 남용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 중에 후자가 더 크다. 토니가 소코비아 협정에 찬성하는 이유는 기술의 역전을 애초에 가능성부터 없애기 위해서이다.
시빌워는 시대의 변화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스티브의 시대는 세계대전의 시대이다. 국가와 국가가 싸우고, 핵 등 첨단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원과 인력이 필요하다. 냉전때까지 이어진 관점에서 악은 절대악일 뿐이고 어떠한 설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히틀러, 소련이 악의 축이었고, 영화에서는 하이드라가 그런 존재이다. 토니의 시대는 테러의 시대이다. 지모가 가장 완벽하게 묘사된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이다. 그리고 이러한 악인들 뒤에는 다들 인간적인 원인이 있다. 이제는 악을 완전히 악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트찰라가 지모에게 연민 비슷한 것까지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과 악이 뒤섞이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절대 애국자처럼 보이던 스티브가 역설적으로 반역자의 위치에 서고, 의회를 조롱하던 토니는 이제 정부의 대변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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