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것이 진리이지만, 더 진화한 사회, 덜 진화한 사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경제가 발전하고 역사가 오래되어서 그런 것 보다도, 제국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국가, 수십 수백년 동안 다민족이 함께 어울려 산 도시, 세력들간에 이미 다툴만큼 다퉈보고 지지고 볶아본 집단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진화한 사회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1. 다양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1-1. 인종, 외모, 피부색, 출신이 서로 다른 민족간에 편견을 최소화하고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실생활에서 백인과 흑인, 황인을 차별하는 사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모든 교육과 대중매체에서 차별은 위법이고 악이라고 가르친다.
뉴욕이나 런던같은 다국적 대도시일수록 다른 인종이 돌아다니고 그 나라 말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성별, 민족보다는 사람으로서의 도리, 에티켓을 중요시한다. 뒤따라 오는 사람이 여자라서 노인이라서 문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건장한 남성이라도 문을 잡아준다. 그렇게 하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1-2.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에 대해 극심하게 간섭, 비판, 비난하지 않는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커플들, 결혼했으나 아이를 낳지 않는 커플들, 일흔이 넘은 나이에 결혼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대학 갈 나이에 세계여행을 떠난 학생, 남편을 두고 홀로 여행을 떠난 아내 등등. 이런 사람들에 대해 '그러면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으시냐, 자식들에게 미안하지 않냐, 왜 그렇게 사냐, 책임감이 없는 것 같다' 류의 발언을 하지 않는다. '이건 따지는게 아니라, 진심 궁금해서 묻는건데, 그렇게 사는 이유가 있나요?' 따위의 변죽 울리는 개소리도 하지 않는다. 다들 자기 코가 석자이다.
1-3.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건전한 사상, 생각과 질문은 존중 받는다.
편견이나 악의성 없는 진실된 질문은 언제나 환영받는다. 질문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분야의 장벽도 없다. 공학박사에게 사회과학도 물어보고, 역사학도에게 과학도 물어본다.
2. 관계에 기반을 둔 호칭이 아닌, 명명백백한 이름 또는 별명을 부른다.
사회가 커지면 인간관계가 확대되고, 수명이 늘어나면 씨족과 계파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된다. 언니, 오빠, 삼촌, 이모 등의 관계에 기반을 둔 호칭은 금방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니고 실용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