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대구미술관 <한불작가 : 홈시네마>

네다 2016. 10. 1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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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한불 작가 15명(뮌, 오용석, 유비호, 유화수, 진기종, 정연두, Antoine Schmitt & Delphine Doukhan, Emilie Brout & Maxime Marion, Etienne Rey, Jim Campbell, Lauren Moffatt, Mariano Pensotti, Nicolas Bernier, Nicola Maigret, Thierry Fournier)

홈 시네마Home Cinema

http://www.daeguartmuseum.org/exhibition/pop_exhibition1.html?sid=76&gubun=1&bbs_start=


대구미술관은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이하여 해외교류전의 일환으로 <홈 시네마(Home Cinema)>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대구미술관과 프랑스의 크레테일에 위치한 예술기관인 메종 데 자르 드 크레테일(Maison des arts de Créteil)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매체와 기술로 융합된 미디어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과 프랑스의 현대미술을 조명하고자 한다. <홈 시네마(Home Cinema)>전은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과 모바일,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영상 제작이나 필름 메이킹(Film Making)이 개인 또는 사회 전반에 일상적 행위가 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누구나 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현상은 기존의 감독과 관객의 역할을 전복시켰을 뿐 아니라 영화적 프로세스가 현대미술의 중요한 매체로 부각되어 현대미술을 풍요롭고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대의 매체와 문화를 반영하여 특성화하고, 기술공학의 예술적 잠재력을 이끌어 낸 전시 작품들을 통해 ‘영화를 제작하는 행위’가 동시대 미술 분야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까지 풍요롭게 변화시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뮌 MIOON, 오디토리엄 Auditorium (Template A-Z), 2014, 5 Cabinets, Objects, DMX Controlled LED Lights, Motors, 300×120×40cm (5piece) 

다섯 개의 책장이 반원형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오디토리엄"은 ‘기억’의 상징들을 ‘극장’의 형식으로 표상한 작품이다. 책장 전면에 점멸하는 수백 개의 그림자 이미지들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 그리고 작가 개인의 경험으로 소급해 올라간다. 불투명한 아크릴판 뒤에 놓인 수백 개의 오브제들은 레디메이드, 작가가 직접 제작한 기이한 오브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장치들로 각 오브제들은 상호간의 긴밀함과 관계를 잃은 채 추측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오디토리엄"을 둘러싼 벽체 위로는 중첩된 오브제의 그림자들이 관람객으로 하여금 장엄한 그림자극을 연상케 한다. 


오용석 Yongseok Oh, 샴 몽타주 넘버 1-3 Siamese montage No.1-3, 2010, Two channel video, Siamese scope, Divx player, 2min 

"샴몽타주"는 작가가 직접 고안한 샴스콥(Siamese scope)이라는 광학 장치를 통해 구현된다. 이 장치는 쌍안경을 보듯 두 눈을 뷰파인더에 대고 모니터를 들여다보게 되어있다. 그러면 두 눈에는 각각 다른 두 영상이 맺히게 되는데 한쪽은 영화의 한 장면, 다른 쪽엔 작가가 직접 연출한 일상의 장면이 보이게 된다. 이러한 장치는 시지각의 원리에 따라 다른 두 공간의 불완전한 합성과 시선의 교란을 유도하게 하여 영화와 일상이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환영이나 개연성을 만든다. 그리고 영화와 관련이 있거나 관련이 없는 또 다른 일상의 이야기가 영화 속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비호 RYU Biho, 안개 잠 A Reverie in the Fog, 2015, Single channel video screen, Fog, 11min 36sec 

"안개 잠"은 한국의 망부석 설화와 한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 도상을 빌려와, 공감되는 주제를 통해 동시대인들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경험과 감정 그리고 여운과 같은 심정적 요소를 이끌어내 작품 감상에 개입시킨다. ‘기다림’이라는 감성적 장치와 전시공간에서 느껴지는 안개(스모그)의 존재는 작품을 극적이고 서정적인 장면으로 연출한다. 관람객은 연출된 영상 속 여인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피사체와 시공간을 공유하는 듯 한 경험을 하게 된다. 


유화수 Hwasoo Yoo, 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 ?scene #1-5- So, straight and good-looking ?scene #1-5-, 2016, Mixed Media, Variable Size 

"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 scene #1-5"은 이번"홈시네마"전시를 위해 새로이 선보이는 신작으로 작가가 특정 영화들을 보고 느낀 공감각적인 인상을 5점의 무대 세트로 연출한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 개인의 영화감상문과도 같다. 각각의 작품은 영화의 장면이 재현되기도 하고 영화전체의 분위기를 압축해 연출하기도 한다. 또는 영화의 주요 복선이 깔려진 장면 연출 통해 긴장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영화의 여러 장면을 나열하듯 보여주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는 영화 전개의 주요 요소인 인물이 모두 배제되며 관람객들은 작가의 연출 의도에 맞추어 관련 영화를 유추해 보기도 하고 장면 속 인물이 되어 보기도 한다. 실제 드라마나 영화 세트를 설치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되어 현실감과 현장감을 가미하였다. 


정연두 Yeondoo Jung, B-카메라 상영시간 B-Camera Playtime, 2015, artwork on two panels, photos on form board, 245×280×510cm 

"B CAMERA ? PLAYTIME"은 두 폭 제단화 형식(diptych)의 작품으로 한 이미지는 영화 제작과정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하나는 영화 자체의 한 장면으로 보인다. 이들은 각각 독립적인 이미지로서 시각적인 수단을 통해서만 서로 연관이 된다. 그 외에는 전혀 무관한 이 두 이미지는 다큐멘터리와 영화 사이의 차이를 모호하게 만든다. "B 카메라"라는 제목은 세트에서 사용되는 주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작가의 새로운 아이디어에 따라 영화 장면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음을 암시한다. 작가는 이 공간을 기록하고 영화 자체의 내러티브와는 다른 허구의 이야기를 창조함으로써 영화를 재맥락화한다. 90도로 회전된 모습으로 구현된 첫 번째 이미지는 카메라 앵글을 만드는 과정의 장면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층위들을 보여준다. "홈 시네마" 전시를 위해 정연두는 자크 타티의 "플레이타임"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을 제작하였다. 


정연두 Yeondoo Jung, 자동차 극장 Drive in Theatre, 2014, Installation video interactive (car, camera, mic, panel board, LEDs, video-projection, sound system Variable size 

"자동차 극장 Drive-in Theater"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미지 제작의 이면으로 들어가 보도록 초대함으로써, 영화 속에 존재하는 상상의 세계는 사실 일상의 경험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실제 삶의 연장임을 깨닫도록 해 주는 작업이다. 자동차에 탑승한 대중들은 ‘배우’가 되어 가상의 자동차 영화 장면에 등장하게 되는데, 마치 1930년대 풍의 ‘드라이브 인’ 자동차 극장에 온 것처럼 실시간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감상하게 된다. 


진기종 Kijong Zin, 미장센 MISE EN SCENE, 2013, 2 channel Video Installation, Variable size 

"미장센"은 두 개의 교차하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영화 세트와 같이 연출한 후, 카메라의 Slow zoom in/out 효과를 이용해 촬영된다. 촬영된 영상은 두 대의 모니터로 play와 rewind를 거듭하며 같은 장면이지만 다른 상황으로 인식되도록 고안된 비디오 설치이다.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만남, 이별, 기다림과 헤어짐의 상황들이 두 대의 모니터를 통해 영상으로 보여지며, 이 영상은 관람객들의 주관적 시선에 의해 재해석되기도 한다. 또한, 세트 안에 놓여 진 사물에 내재된 의미와 의도는 움직이는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절묘하며 극적인 장면을 이끌어낸다. "미장센"이 연출한 영상은 미래, 현재 또는 과거의 구분이 모호하며 ‘시간’의 표현을 오로지 카메라의 효과와 영화적 세트의 조명과 피사체들을 이용해 현상화 시키고 있다. 


델핀느 두칸 & 안토완 슈미트 Delphine Doukhan & Antoine Schmitt, 프렉탈 필름 Fractal Film, 2013, Installation video generative (computer, program, video-projection, sound system), Infinite 

생성적(generative) 비디오 설치 작업인 "프랙탈 필름 Fractal Film"은 영화 장면을 위한 가능한 모든 시점을 제공하려 시도한다. 프로그래밍된 자율적인 카메라가 동일한 씬(scene)을 촬영한 후 무한 반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데, 다만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짧은 영상은 광각 형식의 무한 루프로 투사되는데, 재차 반복될 때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요소들을 드러낸다. 델핀 두칸(Delphine Doukhan)이 집필하고 촬영한 시나리오는 짧지만 복잡한 드라마로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섯 명의 등장인물이 관련된 대사 없는 이야기로, 댄스 파티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 깔려있는 어떤 심상치 않은 의식(儀式)을 암시하고 있다. 정교한 안무로 구성된 이 장면은 8개의 다른 카메라 앵글을 통해 고해상도(5k)로 촬영되었다. 전시에서는 앙투완 슈미트(Antoine Schmitt)가 디자인하고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 카메라가 소스 비디오 안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장면 내의 셀 수 없이 다양한 관점들을 찾아서 보여준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아티스트가 영화, 동물행동학, 수학, 물리학 등의 “언어”를 사용하여 규정하고 작성한 운동법칙을 따른다 (그 중 일부는 분명히 기계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를 허용한다). 장면이 한 번 보여질 때마다 프로그래밍된 카메라는 임의의 운동법칙을 적용하여 매번 다른 관점으로 이를 연출한다. "프랙탈 필름"은 생성 미술(generative art)의 개념과 영화의 언어를 서로 이종교배(cross-pollinate)하려는 시도이다. 


에밀리 브루트 & 막심 마리옹 Emilie Brout & Maxime Marion, 기다려 Hold on, 2012-2013, Installation video interactive (desk, computer, program, joystick, video-projection, sound system) 

영화와 비디오게임 사이의 어딘가에서 인터액티브 설치작업인 "Hold-On"은 관람자가 "샤이닝", "맹룡과강", "토요일 밤의 열기"와 같은 영화의 유명한 장면 속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준다. 아케이드 형식의 장치를 통해 관람자는 비디오 게임스러운 영화의 장면을 선택하거나 제어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관람자는 동시대의 인터액티브 프로세스와 구식의 녹화 방식을 사용하여 (아바타로 탈바꿈한) 주연 배우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관람자는 조이스틱을 써서 영화의 논리적 리듬을 깨고 액션의 길이를 늘릴 수 있다. 불가피한 일련의 사건을 지연시키면서 시간을 거스르거나 시간을 갖고 놀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날 머시니마(machinima)가 영화적 경험을 재현하기 위해 비디오 게임을 사용하는데 반해, "Hold-On"은 시네마를 기반으로 유희적이고 역동적인 경험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에밀리 브루트&막심 마리옹 Emilie Brout & Maxime Marion, 표류 D?rives, 2011-2014, Installation video generative (computer, program, video-projection, sound system) 

"D?rives (Drifts)"는 무한 영화 형식의 비디오 설치작업인데, 이를 구성하고 있는 수천 개의 짧은 영화 추출영상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물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장면들의 편집을 통해 물이 주제가 되는 완전히 새로운 영화가 탄생하게 되며, 이는 관객들을 뤼미에르(Fr?res Lumi?re)의 "물에 젖은 물 뿌리는 사람 The Waterer Watered"(1895)에서부터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의 "Knife in the Water"(1962), 그리고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의 "타이타닉"(1997)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역사 속으로 인도한다. 헤라클리투스에 따르면, “다른 물이 계속해서 흘러오는 고로,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물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그 형태를 바꾼다. 그것은 모든 것이 그로부터 탄생할 수 있는 유형을 가지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D?rives"는 무한히 계속되는 자동 편집 시스템에 힘입어 하나의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안한다. 각각의 선택된 시퀀스는 우선 제작연도, 강렬함의 정도 혹은 유형(가스통 바슐라르의 분류에 따르면, 물은 격동적인 물, 잔잔한 물, 사랑스러운 물로 나눌 수 있다)과 같은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다음은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짧은 시퀀스들을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재편집하면서 이들을 다양한 형식적인 프로세스(단절, 대조, 점층법)를 통해 적절하게 연결한다. 이와 같은 변동하는 편집들은 의미를 전달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일종의 메타-나레이션과 같은 영화적 경험을 제공해 준다. 여기서 컴퓨터가 미묘하게 다양한 강도의 극적인 효과를 제공함에 따라, 물도 다양한 역할(진정시키는 역할, 공포 유발, 모성 등)을 하게 된다. 물은 이제 더 이상 풍경의 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플롯을 가진 주요 구성물이 된다. 물은 사실적인 동시에 상징적인 존재이며, 방어적이고 위풍당당하고 섬뜩하도록 전지전능하며 다형체적인 존재이다. 물은 그것을 다루고 있는 영화들을 초월하고 제압하면서, 인간들을 배경 속 존재로 격하시킨다. 


에티엔 레이 Etienne Rey, 스페이스 오디세이 Space Odyssey, 2015, Installation audiovisual production, projections, mist (computer, machine for smoke, video-projection, sound system), Variable size 

실감미디어 설치작업(immersive installation)인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광선의 중심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환경건축과 무형건축의 중간쯤에 있는 이 설치물은 기준점이 유동적이고, 거리감이 탄력적이며, 균형감이 위태로워지는 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빛나는 물질의 심장으로 향하는 빛의 여정인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와 비교하여 감각적, 정신적, 개념적 한계점이자, 물리학과 인식에 대한 실험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통로로서 키네틱 아트 장르에서 여러 작가들이 해 오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짐 캠벨 Jim Cambell, 홈 무비 Home Movies, 2008, Installation video, electronic, 1040 LEDs, 305×213×18cm 

"홈 무비"는 여러 개의 LED를 넓은 간격으로 줄에 매달아 가족모임이나 아이들이 노는 모습 등을 담은 전형적인 홈 비디오 영상을 상영한다. 이 작업은 영사장비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동시에 기계적 시간 속에서 표현적인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을 ‘깜박거리는 것’과 같은 경험으로 제시한다. 프로젝션 장비는 그 자체로도 감상자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적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단채널 정보가 그대로 수용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다. 프로젝션 시스템의 존재가 주어진 이미지의 선명함을 둔화시키고, 본래부터 낮았던 해상도를 더욱 떨어뜨린다. (리차드 시프, "봄으로써 봐봐라 Look to See by Looking") 


로렌 모패트 Lauren Moffat 해방 The Unbinding, 2014, Video projection stereoscopic (disk player, video projection, 3D glasses, sound system) 

"THE UNBINDING"은 기록으로 보관된 이미지의 파편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보여준다. 이 입체적인 비디오 설치 작업은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루프 속에서,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얼굴, 손, 머리카락이 계속 바뀌는 인물을 보여준다. 입체파의 인물화, 초현실주의 콜라주 작업,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스크램블 수트(scramble suit)”, 타임 루프(혹인 타임머신)의 영감을 받은 이 작업은 차용을 하거나 샘플링을 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어떤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마리아노 페소티 Mariano Pensotti, 에덴동산 El Paraiso, 2014, Intallation video on miniature (model, LCD screen, multi-media player, sound system), 70×100×50cm (3piece) 

어떤 이야기는 결국 영원히 말해지지 않는다. 작가의 머릿속에 스쳐갔지만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던 그 수많은 미술 작품들을 생각해보라. 이처럼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는 그것을 경험할 기회를 얻지 못한 작가나 사회에 대하여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연극 연출가 마리아노 펜소티(Mariano Pensotti)는 이야기가 우리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는 방식에 매료되어, 디자이너 마리아나 티란테(Mariana Tirantte)와 공동으로 "EL PARAISO"라는 설치 작품을 제작하였다. 스페인어로 ‘낙원’을 의미하는 "엘 파라이소"는 저명한 건축가(이를 테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오스카 니마이어 등)에 의해 설계되었지만 결국 건축되지 않은 영화관들의 거리, 그리고 그 안에서 상영되는 단절된 필름 영상들을 구현하고 있다. 이 모형 시네마 안에서 대본의 문장들이 프로젝션되면서, 유명한 영화감독(예를 들면, 잉그마르 베르그만이나 미카엘 하네케)에 의해 쓰여졌지만 결국 영화화되지 못한 각본의 플롯을 재현한다. 관객들은 미완성의 예술작품 속을 거닐면서 그 곳에 있음으로 해서 그것들이 조금 더 완성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니콜라 베르니에 Nicolas Bernier, 진동 Frequencies (Light quanta), 2014, Installation sound and light (computer, program, sculpture(metal on pvc), LED, sound system), 360×160×60cm 

"FREQUENCIES (LIGHT QUANTA)"는 몬트리올 출신 사운드 작가 니콜라 베니에(Nicolas Bernier)가 가장 최근 제작한 시청각적 설치 작업이다. 과학, 빛, 그리고 기본적인 소리 생성 프로세스에 대한 그의 늘어나는 관심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작가는 측정 가능한 에너지의 가장 작은 값인 양자에 초점을 맞추며 연구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기초적인 양자 물리학의 원칙을 시청각적인 창작 과정에 적용해 봄으로써 입자, 확률, 파동/입자의 이중성과 불연속성 등 그 개념적인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개념을 중심으로 시청각적인 구성은 100개의 소리와 빛 파편으로부터 뻗어 나오는데, 이 파편들은 무작위로 만들어지면서 시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소진되고 파열되는 형태를 생성한다. 광자(혹은 광양자)가 전자에 의해 방출되는 것처럼, 설치물의 전자 음향은 빛 신호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소리의 구성 자체는 근본적으로 마이크로사운드 혹은 ‘클릭’에 의존하는데, 이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짧은 소리이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그의 저서 "빛과 물질에 대한 이상한 이론"에서 ‘딸깍’ 소리는 광자를 감지하기 위한 도구인 광자 배증관(photomultiplier)에서 나는 소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FREQUENCIES (LIGHT QUANTA)"의 건축학적 구조는 우리가 극미한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시각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 기계나 전자회로들에 대한 시적인 해석이다. 이 구조물에는 100장의 아크릴판이 검정색 돌기둥에 부착되어 있는데, 각 판에는 선과 점으로 이루어진 그래픽적 형태들이 새겨져 있다. 빛이 들어오면, 이 형상들이 하나의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다. 이와 같은 무리적 장치는 소리의 단일하고 다차원적인 시각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청각적 패턴을 창조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니콜라 매그레트 Nicolas Maigret, 불법복제 시네마 The Pirate Cinema, 2012-2013, Installation video generative (computer, program, video-projection, sound system), Infinite 

어디에나 존재하는 통신 감시의 맥락 속에서, "해적 시네마 The Pirate Cinema"는 개인간의 숨겨진 P2P 파일 공유 활동과 그 지형을 가시화한다. 이 프로젝트는 감시실(monitoring room)의 형태로 제시되는데, 여기서 비트토렌트(BitTorrent) 프로토콜을 이용하는 네트워크에서 P2P 파일전송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 설치 작업은 현재 교환되고 있는 파일들을 임의로 잘라놓는다. 이러한 디지털 활동의 즉각적이고 파편적인 렌더링은 전송되는 파일의 소스와 목적지에 관한 정보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접속된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미디어 소비와 통제가 불가능한 컨텐츠 확산의 지형도를 그려내게 된다. "The Pirate Cinema"는 간단한 우회로를 통해 데이터를 가로채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함으로써, P2P 네트워크의 세계적이고 광범위한 성격, 바이러스 전송의 잠재성, 대안적인 사회 모델 등 교환 플랫폼의 다양한 특성들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비디오 설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고 있는 토렌트를 계속해서 자동으로 다운로드 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가로챈 데이터는 받는 즉시 스크린에 투사되며, 그 후에 바로 폐기된다. ※p2p는 단순히 파일 공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다이내믹하게 유통되는 네트워크 속에서 컴퓨터와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되고 조직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 네트워크에서는 누구나 동의 없이, 혹은 부분적 동의만으로 행동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어, 허락을 구하지 않고도 제작하고, 유통시키고, 공유하고, 심지어 공동작업을 할 수도 있다.? (미셸 보웬스 Michel Bauwens) 


티에리 푸니에 Thierry Fournier, 전개 D?pli, 2013, Installation video(computer, program, video-projection, sound system) 

"DEPLI"는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영화와 시각예술 간의 대화로 기획되었다. 동일한 자료영상을 사용하여, 피에르 카르니오(Pierre Carniaux) 감독과 시각예술가 티에리 후르니에(Thierry Fournier)는 "Last Room"이라고 하는 영화와 아이패드 기반의 인터액티브 작업인 "DEPLI"를 공동으로 제작하였다. 카르니오 감독이 일본에서 촬영한 "마지막 방 Last Room"은 픽션인 동시에 다큐멘터리이다. 러브호텔과 캡슐 호텔의 손님들이 마주치면서 꿈과 같은 이야기가 창조되며, 이는 풍경 장면과 결합된다. 내러티브가 전개됨에 따라, 개인적인 스토리들은 보다 크고 집합적인 일본의 역사와 함께 공명하는데, 특히 나가사키 해안에서 좀 떨어져 있는 버려진 유령섬 군칸지마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된다. 아이패드용으로 제작된 "DEPLI"는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제공해 주는 인터액티브 작업으로, "마지막 방"의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준다. 이 게임 같고 감각적인 영화에서는 관객이 관점, 방향, 속도를 선택하거나 혼합함으로써 하나의 끝없는 여행을 재창조해낼 수 있다. 아이패드 단독으로, 혹은 아이패드와 TV를 결부하여 게임을 하거나, 영화관 내에서 전시의 일부로 상영되기도 하는 "DEPLI"는 촉각을 통해 영화를 다시 쓰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해 준다. 


티에리 푸니에 Thierry Fournier, 예언 Pr?cursion, 2014, Installation video(computer, program, video-projection, sound system) 

네트워크 설치작업 "PRECURSION"은 집합적 내러티브에 생명을 불어넣는 ‘실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사건과 재난이라는 개념들을 사용한다. 이 작품은 리얼리티 쇼, 뉴스속보, 블록버스터 영화의 언어들을 불러들여 그 숨겨진 관계와 상호의존성을 노출시킨다. 생성적(generative)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다양한 RSS 뉴스 피드, 영화 사운드트랙 클립, 스마트폰으로 현장에서 촬영한 비디오 영상을 임의로 조합한다. 여기서 만들어진 비디오는 무한하다. 설치작업은 실시간 편집을 통해 자체적으로 이 세가지 요소를 혼합하여 새로운 컨텐츠를 생성해내는 것이다. "PRECURSION"은 인터넷(텍스트), 시네마(음향), 텔레비전(이미지) 사이의 긴장감을 부각시킨다. 그 결과 나타나는?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비극적인?의미의 층은 어떤 임박한 사건, 심지어는 재난의 가능성에 대한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스토리텔링을 주목한다. 작품은 대형 비디오 프로젝션의 형식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