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Etta and Otto and Russell and James
엠마 후퍼Emma Hooper / 노진선
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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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공고문을 읽어준 뒤, 수업이 끝나고 원하는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교탁 앞쪽 구석에 공고문을 둔 다음, 막대와 돌('막대와 돌이 내 뼈를 부러뜨릴 수는 있어도 말은 결코 나를 해지지 않는다'는 동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놀림받는 아이들에게 싸우지 말고 조롱을 무시하라는 의미의 가르침)에 대한 강의를 계속했다. 에타는 머릿속으로 100까지 셌다가 다시 거꾸로 셌다. 그러다 0이 되었을 때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가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도, 교수는 하던 말이 끝나고 노트에서 눈을 든 후에야 에타가 들어 올린 손을 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키닉 양? 교실 곳곳에서 그녀에게 시선이 쏟아졌다.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에타의 목소리는 긴장되어 있었다.
네, 네, 물론이죠.
흥미를 읧은 학생들이 다시 교단으로, 책으로, 각자의 생각으로 돌아갔다.
교실 문을 닫자마자 에타는 달리기 시작했다. 학교를 빠져나가 크리크 레인을 내려와 빅토리아 가를 향해, 그런 다음 빅토리아 가를 내려가 메인 가로, 메인 가를 따라가며 번지수를 세기 시작했다. ,121, 123, 125, 127, 127A, 131, 133, 135, 137,139, 141, 그리고 마침내 143. 에타는 숨을 골랐다. 머리의 핀을 다시 꽂았다. 모자를 쓰고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셋까지 센 다음, 시립 부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고퍼랜즈 교사 채용 공고를 보고 왔는데요. 등 뒤로 맞잡은 손이 떨렸지만 얼굴은 엄격해 보일 정도로 차분하고 어른스러웠다.
아, 아, 네, 잘됐네요. 사범대 출신인가요?
네.
나이도 적당하고요?
네. 적당한 나이가 몇 살인지는 몰라도 에타는 자신이 충분히 적당한 나이라고 생각했다.
문을 닫고 수업할 수 있나요?
네.
그럼 됐습니다. 좋아요. 이 서류에 서명하세요. 하루 줄 테니까 그사이에 짐을 챙겨서 교사 사택으로 가세요. 수업은 모레부터 시작하고요.
그걸로 끝이었다. 에타는 서류에 서명하고, 윌러드 갓프리와 악수한 다음, 사무실에서 나가 메인 가로 갔다. 눈을 한 번, 두 번 깜빡인 다음, 다시 학교로 달려갔다.
그날 수업이 끝난 후, 열네 명의 여학생들은 모두 메인 가 143번지로 갔고 모두 똑같은 안내문을 보았다.
찾아와 주신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채용은 이미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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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발짝 물러서서 녹슨 탈곡기 실린더의 덮개 뒤에 섰다. 에타가 여기 있다면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조금씩 침체된 기계들의 그늘 속인 그곳은 여우가 새끼를 낳고, 고양이들이 죽으러 오는 곳이었다. 은밀한 피난처. 하지만 에타는 멀쩡해 보이지 않았다. 정상이 아니었고, 괜찮지 않았다. 그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러셀은 심사숙고했다. 그런 다음 꼼짝하지 않고,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을 채 말했다. 에타, 나 여기 있어요. 탈곡기 뒤에. 당신에게 갈 수도 있고, 집에 돌아갈 수도 있고, 그냥 여기 이대로 있을 수도 있어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에타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한 손을 내밀었다. 러셀은 그녀에게 걸어가 진흙 속에 무릎을 꿇고 손을 잡았다. 에타는 아무 말 없었고, 그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에타가 앞뒤로 몸을 흔들 때마다 손이 끌려갔다가 되돌아오고, 또 끌려갔다가 되돌아왔다. 에타는 눈을 꼭 감고 있었다. 1분 뒤, 딱 1분이 지났을 때 그녀가 손을 놓고 말했다. 난 이제 괜찮아요, 러셀 . 집에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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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는 기차에 올라탔고, 발아래로 땅이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선로를 따라 땅끝으로 가는 내내, 또다시, 기차에서 내린 다음에는 배를 탔고, 배는 며칠 밤낮으로 바다를 가로질렀다. 그동안 바다 위에서 훈련을 받고, 진짜 경보와 가짜 경보가 울리기도 하고, 노래하고 웃으면서 교대로 대걸레나 걸레로 바닥에 찍힌 군화 자국을 닦고, 위나 아래나 옆으로 무언가가 발사되어 대위나 누군가의 외침에 따라 걸레를 바닥에 내던지고, 갑판에 납작 엎드려 걸레질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노라면 볼에 갑판의 나뭇결이 찍히고, 귀를 기울이면 온갖 총성과 외침 속에서 부모님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춤을 추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딱딱한 땅을 실감하지 못하는 두 발로 배에서 내려, 아직 주름 사이에 어머니 농장의 먼지가 끼어 있는 더플백을 어깨에 둘러매고, 다른 병사들과 함께 무더기로 초록색 트럭에 올라탔을 때 이번에는 머리 색깔이 바뀌지 않았고, 병사들은 서로 무릎이 닿고 몸을 부딪히며 기나긴 여정의 마지막에 다다랐다.
402
잿빛 바닷속. 하지만 차갑지도 시끄럽지도 않았다.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에타의 발과 발목, 무릎이 보였다. 오토는 에타에게 헤엄쳐 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에타가 알아보고 물속으로 다이빙해 그에게 왔다. 두 사람은 바위와 모래가 깔린 바다 밑바닥에 함께 앉았다.
보고 싶었소. 오토가 말했다.
알아요. 미안해요. 에타가 젖은 모래 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당신이 그리울 거에요.
알고 있소. 미안하오. 오토가 말했다.
하지만 난 괜찮을 거예요.
정말이오?
네. 이건 고리예요. 오토. 그냥 긴 고리.
바닷물이 그들의 얼굴을 흐릿하게 만들어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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