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곁에 남아있는 사람

네다 2019. 1. 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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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남아있는 사람

임경선

위즈덤하우스


37 곁에 남아있는 사람

나는 지현 씨를 처음 소개받았을 때부터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내가 고교 시절 반에서 가장 싫어하던 여자아이와 생김새나 분위기가 흡사했다. 자신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는 것을 알고 그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행동하는 영악함, 자신에게 도움이 될 사람과 안 될 사람을 본능적으로


205 사월의 서점

한편으로는 다수의 인원이 한 공간에 모이면 으레 생기기 마련이 줄서기나 사내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에 일부 동료들로부터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라는 지적도 들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수현이 조직에 융화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부서 회식을 좋아하진 않아도 흔쾌히 참석했다. 과음하지 않더라도 따라주는 술은 적당히 받아 마셨고, 민망한 건배사 후렴도 내빼지 않고 또렷한 발음으로 따라 했다. 비단 상사의 눈 밖에 날까 봐 두렵다거나 잘 보이고 싶다는 목적이 아닌, 단지 조직 생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그가 원만한 회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세속적인 의미에서 출세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현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무엇하나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었짐나 이글이글한 야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대신 양식 있는 시민으로 사는 일, 인간으로서 품위와 존엄을 유지하는 일, 종교나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일, 그리고 뱃살이 나오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 그에게는 중요했다.  


쉽게 써진 것 같은 정갈한 이야기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잔잔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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