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4부작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Storia di chi fugge e di chi resta,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 / 김지우
한길사
35
"리나는 용감해. 지나칠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도무지 현실과 타협할 줄을 몰라.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야. 자기 자신마저도 말이야. 그런 리나를 좋아하는 게 힘들었어."
"무슨 뜻이야?"
"리나는 헌신이 뭔지 몰라."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아니야. 리나는 정말 문제가 있어. 생각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심지어는 성관계도 그랬어."
286
사실 미켈레는 릴라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다른 여자들을 원하는 방식으로 릴라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미켈레는 릴라의 몸에 올라타 마음 내키는 대로 뒤집거나 다리를 벌리고 몸을 유린하고 짓밟고 처저히 망가뜨리려는 게 아니었다. 그저 한 번 취하고 잊어버리려고 릴라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켈레는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릴라를 원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릴라 본연의 모습을 원했다. 릴라를 망가뜨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릴라를 가능한 오래도록 간직하기를 원했다. 성적인 이유로 릴라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미켈레는 릴라를 섹스에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미켈레가 릴라를 원하는 이유는 그녀에게 키스하고 그녀를 쓰다듬어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릴라가 자신을 어루만져주고 도와주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때로는 명령을 내려주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릴라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늙어 가는지 곁에서 지켜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함께 생각하고 릴라에게서 영감을 받고 싶기 때문이었다.
"내 말 알아듣겠어? 미켈레는 그런 식으로 리나에 대해 이야기했어. 정작 그와 결혼을 앞둔 나에 대해서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는데. 그가 말했어. '마르첼로 형이나 병신 같은 스테파노나 엿같이 생겨먹은 엔초가 정말 리나를 이해했다고 생각해? 리나를 잃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해? 아니, 그 자식들에게는 그만한 머리가 없어. 리나가 어떤 존재인지 누구인지 정말로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업서. 나는 리나를 알아봤어. 리나가 그렇게 썩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 미칠 것만 같아.' 미켈레는 한참을 그렇게 주절거렸어. 그렇게 해서라도 분을 풀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리나 문제가 아니니까. 리나는 항상 미켈레를 멀리하고 싶어 했어. 그런 사람과 결혼하려는 나처럼 바보가 아니니까. 결코 미켈레를 받아들이지 않을거야. 아니, 얼마 전부터는 오히려 리나가 좋아졌지. 가지고 싶은 건 뭐든 손에 넣는 미켈레인데 리나만은 절대로 손에 넣지 못할 테니까. 미켈레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할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어야지."
289
"나는 애초에 그렇게 될 줄 알았어."
"왜?"
"예전에 내가 리나가 무섭다고 했던거 기억나?"
"그럼."
"그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어."
"그럼 뭐였는데?"
"이질감과 친숙함. 리나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동시에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 사람이었어."
"무슨 뜻이야?"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어. 너와 나는 바로 친구가 됐지.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해. 하지만 리나를 좋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느꼈어. 어딘가 무시무시한 면이 있어서 리나 앞에 서면 무릎을 꿇고 은밀한 속마음을 고백해야 할 것 같았어."
나는 짓궂게 말했다.
"멋지다. 종교적인 체험처럼 들려."
알폰소는 여전히 진지했다.
"아니. 그저 내가 리나보다 열등한 존재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뿐이야. 리나가 내 공부를 도와준 것은 좋았었지. 그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 리나는 교과서를 읽으면 바로 이해해서 내게 간단명료하게 설명을 해주었어. 그때 내가 만약 여자로 태어난다면 리나처럼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어. 사실 아직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 실제로 우리 둘은 카라치 집안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어. 나도 리나도 더는 견딜 수 없었어. 그래서 나는 리나의 잘못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사실 나는 항상 리나편이었어."
292
"인생이란 정말 추한 거야, 레누."
"아니야. 마리사는 좋은 아내이자 훌륭한 엄마가 될 거야."
"마리사가 어떻게 되든 상관 안 해."
"이제 그만해. 너무 심하잖아."
알폰소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반응을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눈치였다. 알폰소가 물었다.
"리나가 너한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야?"
"무엇을 말하지 않았다는 거야?"
알폰소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내 말이 맞지? 리나도 정상은 아니야. 언젠가 내가 리나에게 비밀을 털어놓은 적이 있거든. 너무 두려워서 누구에게라도 내 감정을 드러내야만 했어. 나는 리나에게 내 비밀을 말했고 그때 리나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었어. 덕분에 나는 안정을 되찾았지. 그날 대화는 의미가 컸어. 리나는 귀가 아니라 리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신체기관으로 내 말을 듣는 것 같았어. 덕분에 뭐든 말해도 될 것 같았어. 이야기를 마친 후에 제발 비밀을 지켜달라고, 나를 배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어.다른 사람이었다면 부탁했었을텐데. 그런데 네게도 말하지 않은 것을 보니 리나가 정말 내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이 드네. 형을 향한 증오가 극에 달하고 매일같이 얻어맞고 살던 그 힘든 때에도 말이야. 앙심때문에라도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끝까지 입을 다물었던 거야."
나는 알폰소의 말을 끊지 않았지만 속이 상하기는 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나를 두고 릴라에게만 속내를 다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알폰소는 내 기분을 알아채고 나를 달래주려 했다. 그는 나를 꼭 껴안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293
기억 속 장소와 시간과 사람들로 머릿속이 뒤죽박죽된 상태에서 그날 하루를 보냈다. 귀신에게 홀린 것 같았던 마누엘라 부인, 어딘가 멍해 보였던 리노, 초등학교 시절의 질리올라, 중학교 시절의 질리올라, 솔라라 형제의 강인함에 매료된 질리올라, 밀레첸토에 넋이 나간 질리올라. 니노만큼 여자들에게 매혹적이지만 니노와는 달리 한 사람에게만 절대적인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미켈레. 그리고 릴라가 있었다. 미켈레의 열정을 불러일으킨 릴라. 미켈레의 감정은 소유욕이나 촌스러운 허세나 복수심이나 릴라가 말했던 것처럼 추잡한 욕정과는 달랐다. 그것은 순정이라고도 열등감이라고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사내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감정이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비록 그 수단이 잔혹할지라도 개의치 않고 최고의 여인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나 자신은 질리올라와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리올라가 왜 그다지도 비참해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314
분명한 것은 릴라가 본심을 감추고 있으며 내게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변화가 많았는데도 내가 여전히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평생 그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순간 나는 진심으로 심장전문의의 진단이 오진이기를 바랐다. 아르만도가 옳았기를 바랐다. 릴라가 정말로 병들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바람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몇 년 동안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전화로만 소식을 주고받았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 못한 채 음성의 조각들로만 존재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릴라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욕망은 내 맘 한구석에 뿌리를 내려 내가 아무리 쫓아버리려 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342
평소에는 자기 통제력이 강한 편인 피에트로도 어머니 앞에서는 자제심을 잃고 불손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함부로 행동했다. 퇴근하면 모자는 항상 서로 비아냥대며 충돌했다. 그 결과 모든 것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듯한 느낌이 커져만 갔다. 나는 이내 피에트로가 모든 문제의 근원을 으레 자기 어머니에게서 찾으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사사건건 어머니를 걸고 넘어졌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까지도 그랬다.
나는 피에트로가 직장에서 피 말리는 고충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내가 직장 일이 어떠냐고 물을 때마다 피에트로는 항상 별 문제 없다고 대답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되도록 직장 문제에 나를 끌어들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 앞에서는 그러한 의지가 무너졌다. 버림받은 아이처럼 어머니를 원망했다. 피에트로는 내게 숨겨왔던 모든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어머니에게 쏟아부었다. 내가 그 자리에 있는데도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자기 아내인 나를 벙어리 목격자로 취급했다.
388
가끔은 나도 화가 났다. 피에트로에게 작은 도움도 받기 힘들었다. 여유가 있을 때 장을 봐준다든지 저녁식사 후에 설거지를 하는 것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나는 인내심을 잃었다. 그렇다고 피에트로에게 심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목소리를 높인 것뿐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에트로는 내가 소리만 지르면 고집을 버리고 내 말에 복종했다. 조금만 냉정하게 대하면 간헐적인 고통도, 신경쇠약증에 걸린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내 몸을 취하려는 욕구도 사라지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피에트로를 그런 식으로 대하고 나면 언제나 괴로웠다. 그의 뇌에 고통스러운 자극을 준 것 같았다. 게다가 효과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 그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집 안을 정돈하고 맡은 임무를 진지하게 다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정말로 피로에 지쳐 이내 나와 한 약속을 잊고 다시 자기 일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포기하고 피에트로를 웃게 하고 그에게 키스했다....
피에트로를 예민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내 의견을 말하지 않는 법도 배웠다. 사실 내 생각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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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느 성숙이란 결국 삶의 굴곡을 호들갑 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상적인 삶과 이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변화를 기다리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로타 부인이었다. 엘레나 아이로타. 나는 그동안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는 생활 때문에 비탄에 잠겨 있었지만 이제는 시누이에게 고무되어, 그리고 나 스스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보고자 남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여성상을 주제로 고대사화 현대사를 넘나드는 연구를 남몰래 시작했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마리아로사와 시어머니, 지인들에게 뭔가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을 찾으려고 했을 뿐이었다.
...진정 여성적인 것은 없었다. 조금이나마 뭔가 나타날 만하면 이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남성들이 여성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쓰였다.
피에트론느 직장에 가고 데데는 학교에 가고 엘사는 내 책상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놀고 있을 때면 그제야 나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 함축된 의미를 파헤치며 살아 있음을 느꼈다. 가끔은 릴라와 내가 함께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교까지 졸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 빠지곤 했다. 둘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찰떡궁합을 자랑하면서 학교에 다녔으면 어땠을까.
우리는 정말 완벽한 짝을 이룰 수 있었을텐데. 서로의 지성을 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각자 이해한 내용과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기뻐했을 텐데. 함께 글도 쓰고 공동저자로 이름을 알리고 서로의 존재에 힘을 얻고 그 누구도 감히 우리 둘만의 것을 흉내 내지 못하도록 함께 싸웠을 것이다.
여성의 고독은 슬픈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름의 문화나 전통을 만들어낼 기회도 없이 그런 식으로 자기 인생에서 상대방을 쫓아내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때면 생각이 중간에서 멈추는 것 같았다. 그 생각은 매력적이지만 결함이 많아서 당장 확인이 필요하고 더 발전시켜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내 생각에 자신감도 믿음도 없었다. 그럴 때면 다시 릴라에게 전화해서 내 생각을 말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었다.
532
"어렸을 때 리나는 우리를 압도했지."
나는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무슨 뜻이야?"
"너는 네 고유의 재능을 리나의 재능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
"너는?"
"나는 그보다 심하지. 네게서 본 것을 바보같이 리나에게서 봤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니노는 왜 갑자기 전화로 릴라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단지 칭찬일 뿐인가. 아니면 소년 시절 자신이 진정 원했던 사람은 나였는데 이스키아 섬에서 나의 재능을 릴라의 것으로 착각하고 말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걸까.
나는 말했다.
"어서 돌아와."
533
"솔직히 조금 질투가 나기도 해요."
엘레오노라가 인정했다.
"당신이 뛰어나서가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니노를 알아왔기 때문이에요. 나는 그러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나도 어릴 때 니노와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가 열 살 때는 어땠는지, 열네 살 때는 어땠는지, 변성기 전 그의 목소리는 어땠는지, 어린 시절 그의 웃음소리는 어땠는지 알고 싶어요..."
540
그렇게 소소한 일과 함께 하루하루가 흘렀다. 어느 날 오후에는 니노와 함께 데데와 엘사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 적도 있다. 우리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니노느 주로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날 산책코스를 아직도 뚜렷이 기억한다. 지금도 함께 걸었던 길과 잠시 멈췄던 곳이며 길모퉁이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한다.
588
니노는 벌썬 내가 자기와 떠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호텔부터 항공권까지 모든 준비가 끝났다며 로마에서 만나자고 했다.
"아이들 문제가 있어."
내가 자신 없는 투로 조용히 말했다.
"어머님께 보내."
"그럴 수는 없어."
"그럼 데리고 와."
"정말이야?'"
"응."
"아이들이랑 같이 가도 나를 데려가겠다는 거야?"
"당연하지."
"너 진심이구나."
내가 속삭였다.
"그래."
갑자기 천하무적이 된 것 같았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지난 날처럼 말이다. 나는 행운아였다. 운명이 내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을 때조차 실은 내게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나는 착실했고 기억력이 좋았고 끈기를 가지고 악착같이 노력했다. 나는 남자들이 완성해놓은 수단을 활용하는 법을 배웠고 무질서하게 뒤섞인 파편적인 지식에 논리적 일관성을 부여할 줄 알았고 다른 이의 호감을 사는 법도 알았다. 하지만 이 모든 미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행운이었다. 나는 믿을 만한 친구처럼 행운이 내 곁에서 지켜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자랑스러웠다.
행운이 내 편에 서자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스테파노 카라치나 아니면 그보다 끔찍한 미켈레 솔라라 같은 남자가 아니라 교양 있는 남자와 결혼했다. 충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피에트로는 괴로워하겠지만 결국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결혼생활을 끝내고 가정을 풍비박산 내는 것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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