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

네다 2020. 12. 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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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 홍창배

바다출판사

 

202

한 사람이 물에 빠져 구조를 요청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밧줄을 던져준다. 그것만이 그를 구제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물에 빠진 사람은 말한다. "내 마음속에 이 밧줄이 나를 구제할 것이라는 믿음을 공고히 핻라라. 이 밧줄이 나를 구제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러나 내가 믿지 않음을 도와 달라."

...그리스도의 신성과 그의 가르침의 신성을 믿어 기독교인이 된 사람은 그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얼마쯤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나는 믿으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그러나 도저히 그것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어찌하여 이런 말을 하는가? 신 자신이 이 지상에 와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영원한 고통, 불, 영원한 지옥의 어둠이 너희들 앞에 다가온다. 너희들의 구제는 나의 가르침과 그 실천에만 있느니라." 그러한 기독교인은 제시된 구원을 믿지 않고, 그것을 실행하지 않으면서 "나의 믿지 않음을 도와주소서"라고 말할 수는 없다.

 

212

하지만 인간은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고, 또 가질 수도 없다. 인간은 다만 그에게 주어진 행복에 관한 의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것이다. 자기의 전 생애를 바친다고 해도, 역시 인간은 자기가 받은 것만큼의 보답을 할 수는 없다.

 

234

만인이 시인하고 있는 행복의 제일 조건 중 하나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가 파괴되지 않는 그런 생활이다. 탁 트인 하늘 아래 햇볕을 쪼이며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고 사는 것이다....세상의 가르침에 따라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해보자. 그 세상의 가르침에 따라서 생활하며 성공을 얻는 방법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은 햇빛, 평원, 숲, 짐승, 가축들을 목격하는 경우가 드물게 될 것이다. 그들 대다수 - 특히 엿어은 거의 전부 - 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평생을 통해 일출을 한두번밖에 본 적이 없고, 마차나 기차에서 창밖으로 본 것 외에는 밭과 숲을 본 일이 없고, 무엇 하나 씨를 뿌리거나 나무를 심어본 경험도 없고, 소, 말, 닭에게 먹이를 주어 길러본 적도 없다. 하물며 동물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 자라는가 하는 이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없다.

...또 다른 행복의 틀림없는 조건은 노동이다. 첫째로 좋아하고 자유로운 노동이 되어야 하며, 둘째로 식욕을 주고 사람을 안정시키며 깊은 잠에 빠지게 하는 육체노동이 되어야 한다....모든 세상의 행운아들은 고관대작이거나 갑부이거나, 아니면 모두 다 갇힌 자들처럼 노동을 빼앗기고 있으며 또 육체적 노동이 없음으로 해서 생기는 질병과 헛되이 싸우거나(내가 '헛되이'라고 말하는 것은 의심할 것도 없이, 일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일은 즐거운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무엇 하나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혹은 그보다 더 헛되이 권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는 은행가, 검사, 도지사, 장관과 그들의 부인들과 같이 자기가 하는 일을 혐오하며 일하는 사람들이다.

...행복의 확실한 세 번째 조건은 가정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간음자이고, 의식적으로 가정의 즐거움을 거부하고, 불편한 것에만 종사한다. 비록 그들이 간음하는 자가 아니라 해도 그들에게 있어서 아이들은 즐거움이 아니라 무거운 짐이다....그 아이들은 유년 시절부터 불행하게 되고, 부모에게 갖는 마음은 다만 한 가지 감정이다. 즉 양친에게서 유산을 받기 위해서 그 부모의 죽음을 바라는 감정뿐이다.

...행복의 네 번째 조건은 이 세상의 각양각색인 사람들과의 자유롭고도 사랑이 넘치는 교제다....높은 지위에 오르면 오를수록, 이러한 사람들에게 교제가 가능한 사람들은 점점 속물적인 사람들밖에 안 남게 되며 그 교제의 범위도 협소해진다. 이러한 매력적인 사람들과 인맥의 굴레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그들의 지적, 도덕적 상태에 있어 점점 더 타락한다. 

...마지막으로 행복의 다섯 번째 조건은 건강과 고통 없는 죽음이다. 이 경우에도 사람들의 계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 행복의 요건을 얻지 못하는 수가 더 많아진다. 중산층 정도의 부자와 그 아내, 중간계급 정도의 농부와 그 아내를 조사해보라. 굶주림과 터무니없는 노동량에도 불구하고, 이 쌍방의 사람들을 비교해보면, 남녀를 가릴 것 없이 그 지위가 낮으면 낮을수록 보다 더 건강하고,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병들어 있음을 알 것이다.

 

243

인간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만 하면 된다. 즉 전쟁에 나가는 것을 거부하기만 하면 된다. 그에게 참호를 파라고 강요하겠지만, 세바스토폴이나 폴레브냐에서 고문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명품 옷을 입고 명품 신발을 신고, 명품 시계를 차고, 자기에게 필요도 없는 응접실을 꼭 가져야 한다는 속세의 가르침을 믿지 않으면 그만이다. 어리석은 일을 행치 않으면 안 되는 세속의 가르침을 믿지 않는다면, 휴식도 목적도 없이 일해야 하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모르고 지낼 것이다. 자연과 교류하는 시간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또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가족, 건강을 잃지 않고,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개죽음으로 생을 마감하지 않을 것이다.

꼭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순교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리스도는 그러한 것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는 세상의 그릇된 가르침의 이름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중지하라고 가르친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심오한 형이상학적 의미를 가진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보편적 의미를 가진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가장 단순명료한, 모두의 삶에 적용 가능한 의미를 가진다. 이 의미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그리스도는 사람들에게 멍청한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스도는 말한다. "화내지 마라. 누구든지 자기만 못하다고 생각지 마라. 그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화내거나 사람들에게 모욕을 준다거나 하면, 너 자신을 위해서 도리어 더 나쁘다."..."누구와도 어떠한 약속을 하지 마라. 약속을 하면 너는 반드시 어리석은 짓, 나쁜 짓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다."..."악을 악으로 갚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악은 곰을 잡기 위해 꿀통 위에 설치한 통나무처럼 너에게 통렬하게 닥칠 것이다."..."사람들이 다른 땅 위에서 살며, 다른 말을 쓴다는 이유로 그들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만약 그들을 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들 또한 너를 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너에게 더 나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서 모든 어리석은 짓을 삼가라. 그러면 너를 위해 더 좋은 상황이 될 것이다."

 

298

그와 마찬가지로 당신은 어쩌면 유혹을 받는 순간에 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뒷걸음질 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정하고 침착한 순간에도 지금 당신이 행하는 것과 같은 그러한 행동은 하지 마라. 노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맹세하지 않고, 폭력으로써 자기를 지키지 않고, 전쟁에 나가지 않는, 그러한 삶을 건설해야 된다. 당신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이 당신에게 이것을 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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