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코스모스Cosmos

네다 2021. 9. 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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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oodqn.com/meaning-of-life-carl-sagan/>

 

코스모스Cosmos

칼 세이건Carl Sagan / 홍승수

사이언스북스

 

 

'성경', '논어' 등과 더불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읽지 않은 책을 꼽으라고 하면, '코스모스'는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우선은 720쪽(감사의 말과 부록 등을 제외하면 682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을 선뜻 읽겠다고 나서는 바쁜 현대인이 별로 없을 것이고, 일상생활에서 전혀 익숙해질 필요가 없는 천체물리학이라는 학문분야에서 순수하게 학문적 관점으로 써진 책을 고를 만큼 관심사가 후박한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 등 과학자 겸 작가들이란 으레 광적인 팬층에게 깊이 읽히고 그들 안에서만 향유되는 문학문화를 대변하는 것을 생각된다. 일반인들이 '시간의 역사' 같은 책을 읽더라도 딱히 친지들과 즐겁게 공유할 방도가 없을 뿐더러, 어쩌다가 책 내용을 설명하더라도 토론은 요원한 일이다.

 

칼 세이건은 이러한 난제를 과감하게 정면돌파한다. 압축하거나 생략하지 않고, 천체물리학의 역사와 천체의 비밀, 우주를 탐구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꼼꼼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스토리텔링은 독자들의 가슴에 닿을 수 있는 구조로 써내려간다. '코스모스'를 '아름다운 조화가 있는 천체'라는 흥미진진한 개념으로 해석한 피타고라스와 피타고라스 학파의 일화, 빅뱅이라는 '과학'으로부터 출발하는 신화라는 '비과학'의 해석 등은 독자가 유신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문과이든 이과이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편의 거대한 우주 시나리오이자 백과사전이다. 인류가 과학을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룩해 왔지만, 이제는 지구 파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특이점이 다가오고 있으며 인류가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통해 생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펼쳐지는 단순한 과학책을 넘어 인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현자의 목소리 같기도 하다. 칼 세이건은 '우주로부터 발원한 인류는 작은 우주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우주를 온전하게 보존하고 가꾸어나가는 것이 인류의 권리이지 의무'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해 우리에게 '코스모스'를 남겨 주었다.

 

'코스모스'의 마지막 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에는 과학, 혹은 천체물리학의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 장만 떼어놓고 보면 거의 사회과학 또는 인문학 도서로 보일 것이다. 생전에 (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폭탄이 실제로 폭발하는 사건을 보고들은 칼 세이건은 인류의 핵무장을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관점으로 바라보았고, 그것은 매우 현실적인 결과였다. 2차 대전을 종결시킨 원자폭탄의 가공할만한 위력은 전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동시에 모든 나라가 핵무기를 갈구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전쟁 직후에 핵을 무기화할 수 있었던 미국과 소련 외에, 영국, 프랑스, 중국이 서둘러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였고, 이휑는 미국을 위시하여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려는 핵강국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도, 파키스탄이 핵을 보유하게 되었다. 2차 대전 이후 70년 넘게 핵은 다시 사용되는 일이 없었고, 최대의 핵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상호협정을 통해 핵 감축을 실시하는데 합의하는 등 세계는 핵을 두려워하는 만큼 역설적으로 더 평과가 유지되는 듯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세이건이 다행이라고 할지, 불행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평생 우주를 연구하고 광대한 세상의 한계, 미지의 세계를 탐구한 학자로서 세이건은 인류 최후를 걱정하며, 인류가 조금이라도 우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지속할 때, 미래에 그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서로를 한명이라도 더 죽이기 위한 무기에 매달리는 노력을 전환하여 우주로 한명이라도 더 보내도록 노력한다면 언젠가 우리가 '코스모스'에 참여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여울져 흐르는 억겁의 시간을 세토막으로 나누어 생각하자. 360만 년, 46억 년, 그리고 150억 년. 수소의 재에서 시작한 인류는 광막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지금 여기까지 걸어 왔다."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근본적으로 이성에 기반한 문장이지만 여한없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