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조선일보Books]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네다 2008. 8. 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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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Books | 연합뉴스
장하준이 제시하는 신자유주의의 대안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출간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등의 저서를 통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이번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론적 비판을 넘어 신자유주의 정책을 대체할 대안을 제시한 책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부키 펴냄)를 내놓았다.

’장하준의 경제정책 매뉴얼’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 대해 저자는 “개발도상국 정책입안자들에게 주요 분야에 있어 신자유주의 정책들의 한계를 설명하고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적 정책들이 있는가, 그리고 그 정책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를 설명하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집필한 이 책은 앞서 출간된 ’사다리 걷어차기’와 2007년 나온 대중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중간적 성격인 만큼 두 책에서 접했던 주장이 다시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두 책에서 제기된 비판과 이론을 토대로 실제 정책 입안자와 개발도상국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활동가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지침을 담고 있다는 데서 차이점을 갖는다.

책은 각 분야에 대한 신자유주의 관점을 제시한 후 이 관점을 비판하고 실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다루는 분야는 무역정책과 산업정책, 민영화와 지적재산권, 외국인 직접투자, 국내 금융규제, 환율과 통화정책, 중앙은행 제도와 통화정책, 재정 정책 등을 망라하고 있다.

책의 관점은 현재 공기업 민영화와 금융규제 자유화 등을 추진하는 우리 경제의 상황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공기업 민영화 부분을 살펴보자. 신자유주의는 국영기업에 대해 만성적인 비효율과 낭비, 부실 경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규모 국영 기업 부문은 개발도상국 경제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장 교수는 민간 기업보다 국영기업이 감시하기 쉬운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국영기업이 방만하게 운영되면 납세자인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므로 국민은 최소한 민간기업의 주주들만큼은 국영기업의 경영자를 징계할 인센티브가 있으며 중앙집중적 구조로 이뤄져 있으므로 다양하게 분포된 수많은 주주들보다는 중앙집중화된 정부 기관이 경영 감시를 하는 편이 더 쉬울 수 있다는 관점이다.

또 국영 기업 부문이 개발도상국 경제에 손해를 끼친다는 관점도 역사적 사례를 들어 반박한다. 대규모 국영기업을 보유한 많은 국가들이 2차 대전 이후 매우 훌륭한 경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노르웨이 이탈리아가 그 대표적 사례이며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큰 국영 기업부문을 가진 대만은 2차 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는 것.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장 교수는 정부에 대해 민영화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지 심사숙고해야 하며 민영화가 적절한 경우에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에서는 수익성이 가장 떨어지는 국영기업을 매각하고 싶겠지만 민간 부문이 이 기업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정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국영기업에 이 같은 자금을 투입해 국영기업의 수익성을 높인다면 민영화의 이유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민영화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섣부른 금융규제 자유화에 대한 비판도 들어있다. 신자유주의 개혁가들은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립서비스만 한 뒤 곧바로 자유화된 금융시스템을 개발도상국에 억지로 이식하려고 시도하는데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수많은 금융위기는 이런 설익은 전략의 결과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이런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데 필요한 제도나 규제기관의 역량이 결여돼 있는 만큼 개발도상국의 금융규제 자유화는 자유화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이는 비용보다 큰 경우에만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충고한다.

장 교수는 전공분야인 무역과 산업정책, 정부 규제와 지적재산권 문제는 직접 집필했고 금융과 통화문제는 미국 덴버대학의 아일린 그레이블 교수가 집필을 맡았다.

이종태ㆍ황해선 옮김. 280쪽.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