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조선일보Books] 차이나로드 외 2권

네다 2008. 8. 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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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Books | 연합뉴스
중국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차이나 로드ㆍ중국굴기ㆍ음식천국…등 출간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중국이 담고 있는 모습은 그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다양하다.

그 다양한 모습을 영국인과 중국인, 한국인이 각각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중국서 3권이 나란히 나왔다.

미국 국영라디오방송(NPR)의 중국 특파원을 지낸 영국인 랍 기포드는 겉으로 드러나는 고도성장의 화려함 대신 ’라오바이싱’(老百姓: 농촌과 도시에 사는 보통사람들)을 통해 ’진짜’ 중국의 모습을 찾아나섰다.

기포드는 진짜 중국을 보기 위해 상하이에서 시작해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댄 코르가츠까지 이어진 4천825km 길이의 312번 국도를 따라 중국을 동서로 횡단했다. 그는 길에서 트럭기사와 매춘부, 여피족, 예술가, 농부, 휴대전화 판매 사원까지 다양한 라오바이싱들을 만나 중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중국인들은 어떤 사람인지를 물었고 그 답을 ’차이나 로드’(에버리치홀딩스 펴냄)에 담았다.

상하이에서 만난 두 명의 젊은 공산당원에게선 애국적이긴 하지만 전혀 이념적이지 않은 ’자기 중심세대’ 공산당원의 모습을 발견하고 오프로드 경주 지프클럽에서는 상하이 신흥 부자의 모습을 만난다.

안후이(安徽)의 우강(武岡)에선 예순 여섯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농부를 만난다. 농부는 공산당의 이념에 따라 송두리째 자신의 인생이 결정됐지만 이제는 토지수탈과 세금을 걱정하며 ’땅 파서 먹고 살지도 못하는’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간 아들과 며느리 대신 손자를 봐주는 신세가 됐다.

정부의 매혈 장려로 에이즈 마을이 되어 버린 허난성(河南省) 남부에는 당국의 눈을 피해 몰래 잠입한다. 혹여 녹음 내용을 뺏길까 속옷 속에 녹음내용을 담은 디스크를 숨겨야 하는 그곳에서 너무 높은 지방세로 가난해졌고 가난 때문에 매혈을 하고 에이즈에 걸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중국식 시스템에서 성장하고 ’티베트의 압제자’라 불리는 한족의 언어를 가르치는 티베트인 교사에게서는 아메리카 원주민문화처럼 되어가고 있는 티베트의 변화를 읽어낸다.

여행기의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은 중국에 대한 면밀한 보고서다. ’알다가도 모를 중국에 관한 어느 삐딱한 특파원의 각별한 중국 여행기’라는 부제가 붙어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삐딱함’ 속에 중국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신금옥 옮김. 447쪽. 1만6천원.

’음식천국 중국을 맛보다’(매일경제신문사 펴냄)은 ’땅에 있는 것은 책상 다리만 빼고 뭐든 먹는다’는 음식천국 중국의 음식에 관한 가이드북이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중국대중문화 전문가 정광호 씨는 책에서 “중국여행을 다녀와서 느끼한 중국 음식 때문에 고생만 하고 왔다고 말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보물산을 빈 손으로 지나쳐 온 것이나 다름없다”며 ’먹거리 천국’ 중국의 음식을 제대로 맛보는 법을 일러준다.

저자는 중국 음식의 매력에 제대로 빠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 음식은 모두 기름에 볶아 느끼하다든가, 중국인들의 식문화가 원숭이골에서 모기 눈알까지 먹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엽기적이라는 오해와 편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 음식문화의 전체적 콘텐츠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부족한 데 있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향미색형양의’(香味色形養意), 즉 향과 맛, 색깔과 모양, 영양과 의미, 조화를 중시하는 중국 음식문화의 계보부터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나면 쉬운 중국 요리명의 구성 방법, 간식문화와 음료, 소수민족의 음식, 문학 작품 속 음식문화까지 중국 음식 문화에 대한 다양한 설명으로 이해를 시도한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실제 중국의 식당에서 당신이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된다고. 272쪽. 1만2천원.

앞서 소개한 두 책에 비해 홍콩대 교수이자 저널리스트인 장지엔징(張劍荊)의 ’중국굴기’(아이필드 펴냄)는 분량이나 내용면에서 다소 무겁다.

책은 ’굴기’(굴 山+屈 起:우뚝 일어섬)하고 있는 중국에 ’대국’(大國)이 되기 위한 국가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세계 질서 속에서 미국의 패권이 아직 쇠락하지 않았으며 현존하는 유일한 ’확정적인 역량’이라고 진단하고 이런 미국 패권의 확정성은 냉전 이후 세계 질서 불확정성과 겹쳐 중국의 굴기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중국은 러시아나 인도, 일본, 유럽과의 관계에서 결코 ’우두머리’가 될 수 없고 일방적으로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변(改變)하는 순간 반(反) 중국 연합이 쉽게 형성될 수 있어 미국과의 관계를 현재와 같이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중.미 관계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448쪽)로 보면서 미국과의 협력관계가 장기간 잘 유지되고 심화할 수록 반중국연합은 형성되기 어려운 만큼 중국의 굴기에 필요한 전략은 ’수정주의’가 아니라 현상태의 유지에 있다고 강조한다. 김견 옮김. 624쪽.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