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네다 2008. 12. 2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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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인생은 원래 정을 주지 않는 법이다.

주고 받는 것 없이 그냥 무던하게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도 진득한 게 인생이다.

인생은 나에게

밥 한끼 먹여주지 않았지만

꽃 한송이 건네주지 않았지만

술 한잔 사주지 않았지만
나의 울음은 항상 기꺼이 곁에서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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