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안철수 원장 시류에 편승하여

네다 2011. 9. 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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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의 서울시장선거 출마설로 한참 시끄럽다.

지난주까지 무상급식 태풍이 휩쓸고 간 나라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들 안철수에 미쳐있다.

네이버 기준 오늘 하루 올라온 기사수가 842건이다. cf. 애정남 79, 박근혜 180, 홍준표 255, 강호동 312, 박원순 318, 대통령 369


검증되지 않은 학자일뿐이다. 아직 그는 정치색도 이념 편향도 정책 기조 한 조각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아직도 김제동 같은 진보주의자를 옆에 끼고 윤여준 같은 극도보수주의자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300명이나 되는 멘토가 있지만 누구인지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그의 사상은 철저히 경력 속에 감춰져 있고, 그의 인터뷰는 순전히 현 체제에 대한 분노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의 미래는 여전히 알쏭달쏭 미련만을 남겨두고 있다. 밝히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시민들 모두 아니 국민들 모두 그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지지율과 인기와 거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의 입에서 듣고 싶어하는 것은 '복지'도 '자유'도 '규제'도 아니다. '새로운' '다른' '기존 정당은 쓰레기'란 말을 듣고 싶어한다. 그가 억압받는 기존 시스템을 보기좋게 뒤엎을 안겨줄 위대한 혁명가이자, 참된 성인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아직 출마 선언도 하기 전이기 때문에 그가 이념을 밝힐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약 그가 이념을 밝히지 않는 것이 단순히 출마 이후에 좀더 정돈된 정책으로 되돌아 오려는 전략인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한 눈치인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은 행정일지 모르지만, 그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철저히 정치이다. 그는 기존 정당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을 차별화 시키고 있으며,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관찰하고, 관심을 유도함과 동시에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과반수 이상이 그를 지지하고 있으니, 그는 정치가로서 성공할 자질이 충분하다. '추석이 지나고 결심을 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 안에 여론조사 결과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전형적인 정치적 멘트이다. 행정가는 여론조사 결과를 따르지 않는다. 그가 현재 가장 고려하고 있는 사항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시장선거 출마 여부이며, 그는 정치가와 같이 라이벌 후보를 배려하는 동시에 견제하고 있다. 그가 보이고 있는 행태는 완전한 정치가의 행태이다.


정치인들은 정치경력이 전무한 그를 무시할 것이다. 정치판은 머리좋고 현명한 놈이 잘 나가는 곳이 아니다. 학계, 경영, 행정 어느 한분야 혹은 동시에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정치에서 성공은 장담하기 힘들다. 과거 국민들이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을 찍지 않은 것은 왕회장이 세운 업적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기업경영 - 혹은 장사 - 와 정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국민들은 그러한 본능에 순종하지 않고 경영가와 변호사를 정치에 입문시키는등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지만 말이다. 국민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종류의 인간을 정치에 입문시키는 동안 정치는 산으로 갈 것이다.) 80년대 격렬한 학생운동과 때때로 모진 고문을 이겨낸 혹은, 재개발 보상을 외치는 주민들에게 멱살을 부여잡혀본 기성 정치인들에게 그는 신선한 태풍이 될 수 있지만 일시적인 돌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정치는 어차피 진흙탕에서 오래버티기 싸움이다. 털어서 나올 것이 없다는 그이지만, 털려본 뒤에 다시 호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새로운 정책을 찾지 않는다. 문제의 해결점을 찾지 않는다. 그런 방식은 귀찮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권한을 위임한 철인이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문제를 깨끗이 해결해주기를 원한다. 좋은 방법과 좋은 정책을 찾는 것은 힘든 일이다. 입도 아프고 귀도 아프고 손도 아프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다. 눈으로 훑어보기만 하면 대충 답이 나온다. 착하고 성실하고 욕 먹지 않고 살아온 사람. 합의가 금방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사람이 새로운 영역, 특히 정치라는 매우 까다롭고 가시로 뒤덮힌 영역에 던져지는 순간부터 그는 추락하기 시작한다. 과반수 이상의 사랑을 받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만인으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흠집의 틈 사이로 그를 공격하는 덩굴이 자라날 것이며, 결국 그는 다시 끌려내려올 것이다. 단시간에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은 더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원래 자리로, 혹은 그보다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가장 가깝고도 적나라한 예가 전임 국무총리이다. 삼일만에 걷잡을 수 없는 거품이 형성된 안철수 원장의 진가는 거품이 빠진 후에 다시 측정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 원장보고 출마하지 말라는 글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의 출마를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선택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정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는 장이고, 누구나 도전해 볼만한 영역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정치가 물론 돈 많은 남자들이나 엿볼만한 싸움판으로 변질되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고향들에서 정치는 아직도 청운을 꿈을 품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놀이터가 되고 있다. 불확실성의 제도화, 공평한 출발, 변화시킬 수 있는 힘. 민주주의 정치가 갖춰야 할 덕목임과 동시에 도전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다. 안철수 원장도 청년의 마음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도전할 수 있다. 안철수 원장은 지금까지 많은 경험을 해왔고, 다른 사람들은 시작하지도 못한 몇개의 인생을 살아봤지만, 선거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번 들어갔다 나온 이상 도전 전과 후는 절대 같이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도전을 계속 하게 만들지 포기하게 만들지는 알 수 없다. 모두 그의 정신력과 의지, 그리고 욕심에 달린 일이다. 


쓸데 없는 말로, 차기 서울시장에게 서울 소시민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을 하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장이 무엇을 하려고, 이름을 남기려고 할때마다 서울은 망가졌다.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먼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정치가 아니라 진짜 행정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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