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8 맑음
이탈리아 베네치아
1030 피렌체 출발 - 1235 베네치아 도착
기차역 나오자마자 날씨 너무 좋아서 행복했다. 햇빛에 빛나는 역전 광장과 수로, 너머의 산시모네 피꼴로 성당Basilica di St Simeone Piccolo은 지친 여행자에게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숙소를 찾느라 1시간반을 걸었더니 더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미로라는 악명에 걸맞게 지도에 나오지도 않은 길을 걸을때면 캐리어고 가방이고 다 팽개치고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노천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나를 흘끔흘끔 보고 비웃는 것 같았다. 자기들도 여행자였다면 며칠전 똑같은 경험을 했을텐데 말이다. 작은길로 들어가면 오히려 길을 못찾을까봐 나름 큰길로만 다녔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길을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돌아다니기를 한시간 반쯤 했다. 정 안되겠어서 아무 호텔이나 들어가서 다짜고짜 물어봤다. 내가 이 주소로 가야하는데 어떻게 가느냐고. 호텔 컨시어지에서는 자기들도 그 골목을 모르겠다고 다만 지도를 가져가라고 했다. 순간 혹시 사기당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어차피 알음알음 해서 예약하는 민박집이니만큼 없는 주소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그래도 한번 그 골목을 가보기나 하자라는 심정으로 길을 찾았는데, 정말 이상한 것이, 호텔을 나와서 뒤로 돌아 5분정도 걷자마자 골목이 딱 나오는 것이다. 좀만 더 돌아다녔으면 찾을 수 있었는데 괜히 호텔 들어갔다는 생각이 반, 그래도 지도 얻었으니 좋다라는 생각이 반 들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민박집에 도착했다.
허브민박의 사장님은 굉장히 친절하셨다. 이탈리아분과 결혼하셔서 죽 여기에 살고 계시는 것 같았다. 지상층 입구쪽이 주방이자 안방이었다. 식탁 옆에 노트북이 있었는데, 가급적 밤 2330까지 사용하라고 하셨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가족방도 있는것 같고 더 안쪽에 여성도미토리가 있었다. 방 2칸이 이어져 있었는데, 한칸에 침대 3개씩, 공간도 넓었다. 벽면에 베네치아 지도가 붙어있고, 사장님께서 간단하게 산마르코 가는 방향 안내를 해주신다. 속옷세탁 정도는 셀프로 하고, 5유로 내면 빨래도 해주신다. 잘 말려주신다.
산마르코 광장, 산마르코 성당
짐을 풀고 1430 경 산마르코광장Piazza San Marco으로 나갔다. 많은 블로그에서 읽었지만 말그대로 베네치아 사람들이 다 여기 나와있는 것 같았다. 골목골목에도 사람들이 꽤 있어보였는데, 산마르코 광장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말그대로 광장이 사람들도 가득찼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나폴레옹)은 커녕 인간시장 같았다. 광장 중앙에는 베네치아의 상징 날개달린 사자상과 엠마누엘레 2세 오벨리스크가 있다. 광장 동쪽에는 산마르코 대성당, 두칼레 궁전이 있고, 북쪽에는 카페 플로리안이 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은 16세기 정부청사로 건립되었으며 '알라 나폴레오니카(나폴레옹의 날개)'라고 불리며, 박물관 등으로 활용 중이다. 산마르코 대성당 앞 99m 종탑에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광장 한켠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산마르코 성당Basilica di San Marco은 일부가 공사중이었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여태까지 로마나 피렌체에서 봤던 성당들과 전혀 달랐다. 황금 위주의 비잔틴 양식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와 성인의 얼굴도 르네상스 시기의 그림처럼 명암에 의한 윤곽보다는 선에 의한 구분으로 해 놓은 것 같았다. 내부 구조는 궁륭과 아치가 있는 다른 성당과 비슷했지만, 분위기는 이슬람 모스크 같았다.
9세기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성 마르코 유골을 반출한 상인들이 유골을 보관하기 위해 830년경 성당을 창건한 이후, 성 마르코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976년 내란시 화재로 파괴된 것을 978년 재건하였고, 11세기 총독 도메니코 콘타리니Domenico Contarini가 현재의 모습으로 건립되어 1807년 주교좌가 설치된다. 동방에서 노획해 온 전리품으로 성당을 장식했으며, 정면 꼭대기 테라스의 1204년 4차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폴리스 마술경기장 유적에서 훔쳐온 고대 그리스의 도금 말 청동상 4기가 올라가 있다. 말 청동상을 4개씩이나 올리다니 지독한 놈들일세.
12세기부터 14세기경 제작된 모자이크 벽면은 <성령강림>, <승천>, <그리스도 임마누엘>, <요한계시록>, <성유체의 반입>, <구약성서>, <기적>, <수난>, <부활> 등을 소재로 장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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