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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Le Grand Cahier, Le Preuve, Le Troisieme Mensonge
아고타 크리스토프Agota Kristof / 용경식
까치
297
"가세요. 아빠. 다음번 순찰은 이십 분 후에 있어요."
아빠는 옆구리에 판자 두 개를 끼고 앞으로 나아가서 판자 하나를 바리케이드에 기대놓고 기어올라간다.
우리는 큰 나무 뒤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 벌린다.
폭발음이 들린다.
우리는 미리 준비했던 다른 판자 두 개와 보물이 든 마대를 들고 철조망까지 달린다.
아빠는 두 번째 철조망 직전에 쓰러져 있다.
그렇다.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누군가를 앞서 가게 하는 것이다.
마대를 쥐고, 앞서 간 발자국을 따라간 다음, 아빠의 축 늘어진 몸뚱이를 밟고, 우리 가운데 하나만 국경을 넘어갔다.
남은 하나는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330
나는 이제 쉰 살밖에 안 됐어. 내가 담배와 술을, 그래, 술과 담배를 끊는다면,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을 거야. 몇 권 더 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단 한 권이 될거야.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 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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