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마거릿 대처 암살사건The Assassination of Margaret Thatcher

네다 2019. 2. 2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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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대처 암살사건The Assassination of Margaret Thatcher

힐러리 맨틀Hilary Mantel / 박산호

민음사



147 방

점심을 먹고 나서 침대에 눕는 것은 전혀 느닷없는 일이 아니다. 먼저 지나친 자극, 몸이 조금 아픈 것 같은 기운, 심한 피로감 등으로 인한 혼란이나 긴장이 마음속에 느껴져야 한다. 그러면 나는 방을 어둡게 하고, 전화벨 소리에 깨는 일이 없게 문을 모두 닫는다(하지만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전화벨 소리는 꿈을 만들어 내는 반가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 그 혼란이나 긴장을 유지한 채 조심스레 침대에 눕는다. 이렇게 잠드는 것이 내 일에 도움이 된다. 무슨 글을 써야 하는지, 어디서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잠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만났을 때 찾아오는 불안과 초조에서도 나를 구해준다. 나는 항상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긴 여행에 대한 흥미를 안고 오후에 꿈나라로 향한다. 그렇게 선잠이 들어서, 깨어있는 상태에서는 설명하기 힘든 곳으로 이끌려 간다.


117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모두 내 방을 들락날락한다. 그들은 내 서비스 창구에 손을 대고 이런 식으로 말한다. "토드 양, 오늘은 청소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은데."

나는 말한다. "그런가요?" 나는 벽장에 손을 넣어 마른 걸레를 하나 꺼낸다. "의사 선생님, 여기 걸레 씨가 있습니다. 걸레 씨, 이쪽은 의사 선생님이에요. 이제부터 두 사람이 같이 일하게 될 겁니다."


165 영국 대 영국

"마을 여자들은 전부 그런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누군가가 여자들의 일을 질서 있게 정리해서 여자들이 가끔 반나절 정도 쉴 수 있게 해줘도 여자들은 그걸 모욕을 받아들이겠지. 일을 그만두질 못해. 어머니를 봐. 어머니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돈커스터에 와서 과자 포장하는 일을 하잖아. 그런데 따지고 보면 도능ㄹ 버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어. 버스비를 내야 하니까. 그래서 내가 어머니한테 그런 얘기를 했더니 어머니는 '나도 밖에 나가서 바람을 좀 쐬고 싶어서 그래'라고 하는 거야. 바람을 쐬다! 망할 공장에서 과자 포장하는 일이나 하면서. 하루 저녁 시내에 나가서 좀 즐겁게 놀아도 되잖아. 과자를 포장하는 노동을 하면서 어떻게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말고. 게다가 그 일을 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데. 도무지 말이 안 돼. 여자들도 사람이야. 안 그래? 그냥..."

169 영국 대 영국

노동계층과 중하층 가정 출신으로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특히 취약하다. 그들에게 학위는 몹시 중요하다. 또한 그들은 낯선 중산층 관습에 적응하느라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들은 기준의 충돌과 문화적 충돌의 희생자이며, 자신의 출신 계급의 새로운 환경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241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 : 1983년 8월 6일

먼저 그녀가 마지막 숨을 쉰 거리를 상상해 보라. 오래된 나무들로 그늘이 드리워진 차분하고 조용한 거리다. 흰색 당의를 입힌 것처럼 매끄러운 표면에 벌꿀 색 벽돌로 지은 집들이 높게 솟아 있는 거리다. 조지 왕조 풍으로 앞면이 평평한 집들도 있고, 빅토리아 풍으로 지어져 베이에 빛이 반사돼 어슴푸레 반짝이는 집들도 있다. 현대 가정들이 거주하기엔 너무 커서 대부분 집들이 여러개의 아파트로 나뉘어 있다. 


245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 : 1983년 8월 6일

윈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여기엔 지식인들이 산다. 윈저성 아래쪽 피스코드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왕실에 알랑거리는 왕정주의자들이 아니다. 그리고 교차로를 건너 세인트 레너드로로 오면 드러나지 않은 공화주의자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어쨌든 이 일은 이 지역 사회주의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위로가 됐고, 사람들은 괜히 표만 낭비했다고 중얼거렸다.


259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 : 1983년 8월 6일

모든 게 하나의 핑계였다. 왜 우리가 억압받는지. 우리가 여기서 억압받는 동안 다른 민족들은 왜 사악한 노력으로 성공해서 소파 세트를 사들이는지에 대한 변명. 우리가 여기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가사도 잘 모르는 아일랜드 노래를 라라라 불러 대는 동안(이렇게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아일랜드 말도 잊게 되니까) 우리 이웃들은 분쟁을 해결하고, 자신의 뿌리를 잃고, 최신가요에 표현된 현대적이고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는 낙인을 받아들이니까. 넌 리버풀 사람이야. 지저분한 리버풀 사람. 나는 리버풀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남쪽 사람들이 보기에 북쪽 사람들은 다 똑같다. 그리고 버크셔와 런던 인근의 여러 주에서 내거는 모든 대의명분들, 한 사람이 목숨을 걸만 한 모든 이상들은 다 똑같다. 이들은 골칫거리이자 평화를 파괴하는 방해꾼들이고,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막거나 기차를 지연되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