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Hippie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 장소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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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헤로인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 헤로인을 하면 모든 걸 통제하게 돼. 나의 육체와 정신과 예술을 말야.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지복이 온 우주를 갇그 채우는 거야. 예수가 강림하고, 크리슈나가 혈관 속을 흐르고, 부처가 하늘에게 나에게 미소 짓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 모든 게 환각이 아니라 현실처럼 느껴지는 거야. 순전한 현실. 내 말 믿어져?"
그럴 리가. 하지만 파울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후유증도 없어. 다만 천국에 올라갔다가 이 거지같은 세상에 다시 떨어진 듯한 기분이랄까. 그러고 나서 직장에 가면 불현듯 모든 게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려 노력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고. 자기 권위와 권세를 드러내느라 매 순간 다른 일들의 인생에 훼방을 놓지. 그러니 그 모든 위선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다시 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천국은 비싸고, 입구는 좁아. 그곳에 들어간 이는 인생이 아름답고, 태양은 정말 여러 갈래의 광선으로 갈라진다는 걸 알게 되지. 더이상 우리가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는 단색의 동그란 원이 아닌 거야. 다음날에도, 일을 마치고 멍한 눈을 한 사람들. 여기 있는 이들보다 더 멍한 사람들로 가득찬 열차에 몸을 싣지.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텔레비전을 켜고 현실을 잊으려고 하지. 이런 젠장, 현실은 이 하얀 가루인데 말이야, 텔레비전이 아니라!"
189
아닌 게 아니라 술집들이 열한시에 문을 닫는 전통은 제2차세계대전 초기에 영국에서 생겨났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술을 마시더라도 이튿날 다시 독일을 공격하러 나가기 전까지 숙취에서 깨어날 시간을 충분히 갖고, 군기가 빠진 군인들이 아침에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다 군대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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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위대한 사랑'이 찾아와 꽃과 열매를 넣어두는 꽃병이 되고 싶었다. 신선한 물을 담아, 꽃과 열매를 갓 땄을 때처럼 싱싱하게 보존해주는 꽃병. 용기있는 자가 - 그렇다. 용기라는 단어가 적확한 표현이었다 - 그것을 얻을 터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라는 꽃병에 결코 찾아오지 않았고, 보다 정확히는, 오자마자 겁에 질려 떠나갔다. 그녀는 꽃병이 아니라 번개와 바람과 천둥을 동반한 폭풍우였고, 풍차를 돌리거나 도시를 밝히거나 공포를 퍼뜨리는, 길들여지지 않는 강력한 자연과도 같았다.
그녀는 남자들이 그녀 안의 아름다움을 찾아내주기를 바랐지만 그들은 태풍만을 볼 뿐이었고, 태풍을 막아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안전한 장소로 영원히 피신하는 편을 택했다.
고독. 그녀의 더할 나위없는 기쁨. 그녀가 네팔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 그녀는 네팔의 동굴에 들어앉아,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이가 다 떨어져나가고 마을 사람들이 그녀에게 더는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을 때까지 그곳에 머물다가, 하얗게 쌓인 눈 위로 기우는 마지막 태양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전부였다.
혼자가 되는 것.
학교의 여자친구들은 남자아이들을 편하게 대하는 그녀를 부러워했다. 대학의 남자 동기들은 그녀가 독립적이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직장 동료들은 그녀의 창의성에 넋을 잃었다. 요컨대 그녀는 완벽한 여자였고, 산속의 여왕, 정글의 암사자, 길을 잃은 영혼들의 구세주였다. 열여덟 살 이후로는 수많은 남자들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대체로 다들 부자였고, 청혼에는 보석 선물(그녀가 받은 많은 것들 중 다이아몬드 반지 두 개만으로도 그녀는 네팔행 경비를 충당하고 한동안 생활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같은 부수적인 이익이 더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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