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마지막 선물, 귀휴>

네다 2008. 1. 29.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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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물, 귀휴> (2008)

 

 

감독  김영준

출연  신현준, 허준호, 조수민, 권오중, 하지원

 

1. 모성애는 본능이지만 부성애는 철저히 관습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자식 가진 사람은 다 똑같다.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고 싶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아버지라고 해서 어머니와 다를 건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버지만 둘임에도 다행히 애절하고 슬픈 영화가 되었다. 애정이 없는 남의 아이는 그저 귀엽고 죽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자식이라면 손댈 수 없이 귀하고 죽는 것은 상상도 안된다.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라도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기쁜 부모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스럽게 죽어가면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SWOT 분석이라는 것이 있다. 현재 내가 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이 상황에 내게 작용할 수 있는 기회Opportunity와  위기Threat를 분석하는 것인데, 이것을 상황에 대한 가정으로 쓰면 답은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다. 이야기를 만들고 싶을 때 이 가정을 철저히 해주면 해답은 누가 보든지 완벽하고 정석대로 나오게 된다. 이 영화가 바로 그 가정을 완벽하게 해 준 영화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하던 여자의 아이를 키우는 남자와 그 아이의 생부이자 양부의 친구인 다른 남자, 두 남자의 과거와 현재가 맞물리면서 아이는 당연히 죽지 않겠다는 안심이 된다는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좋은 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작가의 결벽성이 너무 지나쳤는지 생부의 전과를 합리화하는 설정은 굳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그냥 착하고 바보같은 사람으로 남기고 싶었나보다.

 

이야기는 정석대로 물흐르듯 흘러간다. 처음 상황을 가정할 때 초큼 무리를 하면 그 뒤는 술술 풀려나가는 법이다. 중간 중간 작은 에피소드들이 관객들을 울리고 웃길 것이고 전체 스토리는 무난하게 젖어든다. 동화같으면서도 왠지 현실적으로 타당한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그리움이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변하게 되는 작은 소품, 생부로서의 본성을 스스로 인식한 후의 행동 급변, 자신의 생물적 권리를 주장하고도 싶은 아버지의 욕심, 씻을 수 없는 과거로부터의 복수,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식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인지상정이며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감정의 흐름이다. 모범수로 지내고 감형도 받는 행복을 꿈꾸지만 어쩐지 우울해보이는 스크린으로부터 불안한 결말도 예견할 수 있다. 물론 가끔씩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르게 만드는 장면도 몇몇 있었지만 --"나 원래 알고 있었어요.(영우를 쳐다본다. 영우 미소.) 아빠!!"--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중간중간 독특한 대화들도 재미있다.

"아저씨도 당근 안 먹잖아." "그러니까 저 모양이지."

"할머니가 우리는 아무리 오래 가도 가족이 될 수 없대. 가족은 셋이 있어야 가족이래." "내 이름의 뜻은 세번째 가족이라는 말이래요."

"간이나 빼주고 꺼져." "간만 빼주면 애는 사냐?"

갑자기 토끼 간 빼주는 이야기가 생각나는 건 뭘까ㅋ

 

따뜻하고 조용히 흘러가는 이야기는 별로 놀랄 것도 없고 많이 유쾌한 건 아니지만 그냥 마음을 적시기에는 충분하다. <와니와 준하도> 호평이더니, 역쉬...

 

*귀휴(歸休): 장기복역수에게 주어지는 짧은 휴가

 

2. 과격한 행동보다는 심경으로 연기를 많이 해야 하는 이야기라서 신현준을 클로즈업할 때마다 몰입을 하기가 힘들었다. 자꾸 기봉이가 생각났거든. 그리고 느리게 움직이는 게 약간 어색한 것 같다. 천천히 걷는다고 해서 아무도 발을 질질 끌거나 하는 것은 아니거든.

무식하고 힘센 형사로 나오는 권오중은 대본에 써있는 캐릭터를 그대로 옮겼지만 그런 만화같은 캐릭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이 다 만화같이 착하고 순수하고 아이도 조숙하고... 그래서인지 동화를 읽는 기분이다.

 

3.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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