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Books |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똑똑한 젊은이들, 왜 허드렛일만 하나
우리 사회의 경계, 어떻게 긋고 지울 것인가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엮음|아카넷|334쪽|1만2500원
요즘 같은 때 이처럼 적절한 책 제목도 없어 보인다. 인문 사회 분야에서 학제간 연구를 하고 있는 저자들은 2년에 걸친 기획 연구를 통해 '경계'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이념, 세대, 지역, 성별, 종교, 노사, 정당, 민족, 국가, 문명 등 필진이 다루고 있는 10개의 개념은 정확하게 현재 우리 사회를 구분 짓고 있는 틀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이념 경계는 진보 대 보수의 구도를 형성하고, 세대 경계는 구세대·신세대·386세대·전후 세대 등의 구분을 가져오며, 지역은 충청 대 호남 대 영남 등 여러 갈래의 경계를 낳는다"는 것이다.
물론 경계라고 해서 무조건 부정적 개념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친구를 사귈 때 강남 출신인지 강북 출신인지 따진다면 지탄 받을 것"이지만, 반면 "같은 고향이나 학교 출신끼리 향우회나 동문회 등 친목 모임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 교수는 '세대'라는 경계를 고찰하면서 최근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삶의 방식에 대해 다분히 성찰적인 담론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는 것이다. 반면 실제 생활에서는 대기업은 인재 육성보다는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중소기업은 교육 훈련에 인색하기만 하다. 사람을 키우지 않는 세상에서 젊은이들이 "주변부나 말단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사회의 주역으로 좀처럼 진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부교수는 지역이라는 경계를 들여다보며 "더 많은 돈에 의해 좌우되는 파괴적 개발을 넘어 삶의 질을 추구하는 생태문화적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 개개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교과서적인 분석을 넘어 현재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대목까지 논의를 끌고 나갔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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