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조선일보Books] 오스만제국사: 적응과 변화의 긴 여정

네다 2008. 6. 1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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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Books | 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튀르크인들은 '가혹한 민족주의자'?
오스만 제국사: 적응과 변화의 긴 여정, 1700~1922
도널드 쿼터트 지음|이은정 옮김|사계절|342쪽|1만8000원

 

비잔티움을 정복하고 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동남유럽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토를 차지했었던 오스만 제국(13세기 말~1922년)에 대한 서구의 편향된 시선을 교정하려 시도한 책이다. 1941년생으로 오스만 사학계의 대표 학자로 손꼽히는 저자는 뉴욕 빙엄턴 대학 역사학과 교수다. 그는 "터키를 오스만 제국의 단 하나뿐인 계승국가로 보는 것은 부정확한 인식의 산물이며, 오스만 제국의 유산은 헝가리에서 이집트에 이르는 옛 제국의 모든 사람과 지역에 귀속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특히 19~20세기의 역사서술이 민족주의 논리의 경향을 띠었기 때문에 오스만 제국의 유산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웠다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던 1914년 무렵 대다수의 오스만 신민들은 종교와 종족을 막론하고 분리·탈퇴를 추구하기보다는 오스만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를 원했다는 것.

 

오스만 제국이 내부로부터의 분리주의나 민족주의 세력에 의해 파괴됐다는 주장의 유력한 근거인 오스만 청년 튀르크 집권자들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1915~1916)에 대해 저자는 이 사건을 '튀르크 민족주의'의 산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아르메니아인들을 학살한 것은 민족주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전쟁 중에 아르메니아인들이 오스만 지배를 벗어나 정부의 적들과 연합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튀르크인들은 '가혹한 민족주의자'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을까? '튀르크 민족주의'라는 개념이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 분할의 결과로 생겨난 터키,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에게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했으며, 영국과 프랑스의 오스만 제국 파괴를 정당화하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원제 The Ottoman Empire, 1700-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