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 8. 6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출생
1966 부산상업고등학교 졸업
1975 제17회 사법시험 합격 : 고교출신 최초 사시 합격
1977 대전지방법원 판사
1981 부림사건 변론
1985 부산민주시민협의회 상임위원장
1987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장
1987. 6 6월항쟁
1987 대우조선사건 이석규 사인 규명 작업으로 구속 변호사 업무 정지 처분
1988 부산 동구 제13대 국회의원(통일민주당) 당선
1988 제5공화국비리조사특별위원회 위원
1990 3당통합 민주자유당 거부, 민주당 창당 동참
1991 통합민주당 대변인
1992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낙선
1992 제14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청년특위 위원장, 물결유세단 단장
1993 통합민주당 최연소 최고위원,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설립
1997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및 수도권 특별유세단 단장
1998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
2000 부산 출마, 낙선
2000 새천년 민주당 부산 북강서(을) 지구당 위원장
2000 해양수산부 장관
2000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최고위원
2002 새천년민주당 제16대 대통령 후보
2002. 12. 19 대통령 당선 1201만4277표/2476만141표 (이회창 : 1144만3297표)
2003. 2. 25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취임
2004. 3 국회 탄핵소추 의결 : 임기중 대통령 선거중립의무 위반, 측근 비리
2004. 5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거공판 기각결정, 탄핵 종결
2008. 2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 낙향 : 퇴임 후 최초로 낙향한 대통령
2009. 4. 30 태광실업 박연차, 세중나모여행사 천신일 관련 측근 비리로 검찰 출두
2009. 5. 23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 자살, 서거
1.
금요일 밤은 유난히도 을씨년스러웠다. 원효대교를 건너면서도 뭔가 사고가 날 것 같았고, 지하주차장은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토요일 아침 결혼식에 내려가는 버스에서 졸다가 들었던
"서거했음을 확인해 드립니다.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노무현 前 대통령이 고향인 봉하마을 뒷산 봉화산에서 실족사로 서거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꿈일 것이라 믿었다. 너무 피곤해서, 그동안 쌓인 일에 너무 힘들어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 믿었다.
1시간 남짓 계속된 특보. 그리고 깨달았다.
그는 죽었다.
그럴 순 없다. 그럴 순 없었다. 그가 죽었다니, 그럴 순 없었다.
이 모든 게 꿈만 같다. 어느 한 시점부터 세상의 흐름이 엇갈려서 현실과 꿈의 양갈래 길에서 꿈으로 걸어가는 것만 같다.
내일 자고 일어나면 거짓말같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다. 아직도 봉하마을 어딘가 그가 웃으면서 자전거를 탈 것 같다.
일요일 점심, 때아닌 장대비가 내렸다.
2.
그는 멍청한 사람이다.
정치를 하기엔 너무나도 어리숙했고, 여렸고, 바보같았고, 우둔했고, 그리고 깨끗했다.
그런 걸 모르면서도 정치를 시작한 멍청한 사람이다. 정치가 어떤 건지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든 멍청한 사람이다.
옳지 않은 것은 싸워야 한다고 믿은 순진한 사람이다. 아직은 더 보호받고 감싸안아주어야 할 막내같은 사람이다.
그만큼 대국민 사죄가 진실해 보였던 대통령은 없었다.
심지어 한국을 너무나 잘 알고 한국민을 너무나 사랑했던 김대중 대통령도 그만큼 진실해 보이진 않았다.
너무 화가 난다.
그가 정치가 어떤 세계인지도 모르고 '미치면 되는 줄' 알고 시작했다는 사실에,
그런 그를 믿고 대통령으로 추대했던 것에, 영하 10도의 뼈가 에이는 추운 날에 그의 취임식에 가서 눈물 콧물 찔끔거렸던 것에,
그의 대통령 당선이 지역주의를 타파한 것이라 믿었던 것에, 그가 정치를 바꾸고 나라를 치유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에,
그의 탄핵에 분노했던 것에 그리고 그의 탄핵이 기각되어서 기뻐했던 것에,
그의 쌍꺼풀 수술에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던 것에, 그의 자전거 타는 모습에 또 웃었던 것에,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영정뒤에서 바보같이 우는 것에,
그를 좋아했던 내 자신에 너무 화가 나고,
무엇보다도 세상을 이겨내지 못한 그에게 너무나 화가 난다.
1200만명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는 이 사람들을 배신했다. 그는 우리를 배신했다.
대통령은 절대 자살해서는 안된다.
3.
그가 죽었으니 검찰조사도 그만두고 여기서 덮자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 사람이 죽었다고 진실이 덮인다면 정상적인 법치국가가 아니다.
자살의 망령이 우리를 떠돌고 있지만 우리는 패배하면 안된다. 패배할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역경과 고난을 이기고 법치를 이루어야 한다.
비난받아야 할 것은 그를 몰아쳤다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필요 이상의 도덕적 기대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가 사실도 아닌 망언에 짓눌리고 윤리에 매몰되지 않았더라면 그에게 '괜찮다'라는 말 한마디만 건넸더라면
무엇보다도 그가 비록 부끄럽고 구차하지만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스스로 위로했더라면
살아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오늘 우리를 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덕과 법률은 다르다.
구속되고 투옥되고 처벌받아도 괜찮다. 다시 깨끗해질 수 있으니까.
살아만 있다면.
그가 밉다. 이렇게 법치를 흔들리게 하는 그가 밉다.
이렇게 아프고 슬픈데도 고민하게 하는 그가 밉다.
그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의 분향소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그가 너무 미워서이다.
언제쯤 그를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를 용서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지만,
지금은 나 스스로가 이 미움과 슬픔과 황당함과 분노를 이겨내는 것조차 힘들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