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국가들에서 정치범은 살인범에 가까운 정도의 형벌에 처해진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국가가 최초로 생기기 시작했을때부터 그랬을 것이다. 무정부 자연주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개인들이 포기한 것이 자연권이었기 때문에, 자연권을 양도받은 국가라는 조직은 개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소유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에 귀속된 개인들에게 더이상 국가를 바꿀 수 없게 되었다. 최초의 인간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후손들도 최초의 인간들이 합의한 원칙에 동의한다고 잠정적으로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을 전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전복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법정 최고형에 처해진다. 왜냐하면 국가는 그 반역자들을 제거함으로써 집단을 존속시키고 개인들과 거래한 보호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소멸한다면 반역자를 제외한 건전한 국민들에게 약속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국가의 기능 실패를 의미하고, 국가전복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조차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국가의 존립당위성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국가라는 개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일수 있다는 공포만큼이나 한사람이 국가를 전복할 수 있다는 공포가 무시무시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의문점은 국가와 정부를 동일시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5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고, 각 정권은 단지 5년뿐인데, 한시기의 정부를 전복하려는 움직임과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움직임이 같은 것인가. 강압적으로 정권을 교체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원칙과 체계와 명맥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반역인가 아닌가. 압제를 견디지 못하고 일어나 성공한 쿠데타는 진실로 반역인가 아닌가.
또 한가지, 국가가 더이상 개인을 보호할 수 없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퍼졌을때, 과연 그 국가에게 반역죄를 들어 한 국민을 처벌할 권리가 여전히 존재하는가도 의문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인 사회여론상 국가가 더이상 개인의 생존권, 자연권,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을때, 개인이 과연 국가의 존립권을 계속 인정해야 하는가. 계속 자신의 권리 일부 또는 전부를 국가에 양도해야 하는가 혹은 회수해야 하는가. 개인의 사정과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민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반역을 억제하는 국가의 권위를 우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국가도 커다란 자연 혹은 사회환경에서 보자면, 존립을 갈망하고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타집단이나 이질체를 무참히 파괴하는, 개인과 같은 하나의 유기체일 뿐인데, 국민은 어디까지 국가를 신뢰하고 수용해야 하는가.
어떻게 보면 국가는 종교와 비슷한 면이 있어, 국민이 출생할때부터 강제적으로 귀속되거나,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하거나, 주어진 규칙에 순응하지 않는 구성원들은 제거한다. 종교라면 파계하겠지만, 국가는 사형을 집행한다. 종교보다 더 강하고 강압적이다. 인류가 발생했을때부터 종교와 국가(공동체)가 같이 발전했는데, 어느 한 순간에는 종교의 힘이 드셌었다.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의 시대에는 종교가 국가보다 더 강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종교는 국가에 대적할 수조차 없다. 혹시 교황이 가톨릭신도들에게 각자 자신들의 국가를 파괴하라고 지시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아마 진짜로 국가를 파괴하는 신도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개인은 단 한순간도 그런 거대한 집단에 속하지 않고서는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존재들일 수도 있다. 아무것도 없으면 금방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죽여버릴 것 같은, 내가 이 나라를 벗어난다면 저 놈이 당장 나를 죽여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존재들일 수도 있다. 어쩌면 자연상태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하다면, 혹은 자원에 대한 욕심을 없앤다면 굳이 국가가 필요하지는 않을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아마도 인간은 그럴 수 없고 국가는 영원이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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