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유교국가와 민주주의

네다 2014. 6. 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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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후보 딸이 아빠 낙선운동을 벌이고 있다. 고승덕이 재벌사위로 들어갔는데 처갓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인과 이혼하고 외국에 내버려진 자식들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재혼도 개인적으로 알리지 않고 아버지로서의 소임을 소홀히 하는등, 이런 사람이 교육감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사실관계야 어찌되었든 경쟁자의 사주를 받았는지 어쨌든 고승덕에게 현재로서 최선의 선택은 후보를 사퇴하고 거짓으로라도 딸과 화해하겠다는 제스쳐를 보이는 것일 게다. 지금 상태로 고승덕은 자식은 내팽개쳐두고 교육감자리 한몫 잡아보려는 패륜아버지의 이미지일 뿐이다. 더더군다나 가정교육에 실패한자가 교육감이 된다고.


유교국가 한국에서 그런 사태는 벌어질수 없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교리로 삼고있는 한국인들에게 가정교육 실패한 아버지는 승인될수 없다. 설령 딸이 그릇된 오해로부터 발생한 앙심을 품고 그런짓을 한다하더라도 그것까지도 고승덕의 실패이다. 즉 딸의 고발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미 사람들에게 고승덕은 제가齊家에 실패한 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집안 하나 다스릴줄 모르는 인간이 어딜 나서냐 하는 비난이 따를 것이다. 고승덕의 능력 인격은 잘모른다. 그가 어쩌면 교육감 자질이 있을수도 있다는 것도 확신할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가정교육에 실패했으며 그 이유로 교육감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선거후보들은 독특한 역량을 시험받는다. 정책, 카리스마, 리더십, 업무 역량이나 대인관계의 문제가 아니다(어쩌면 선거에서 이것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사기 음주운전 등 범죄사실이 깨끗해야하는 것은 거의 모든 국가가 다 똑같다(하지만 한국에서는 가끔씩 전과사실이 쉽게 용서받는다) 한국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서(나아가는지 뒷걸음질치는지는 모르겠지만) 법적 정당성과 더불어 도덕적 윤리적 정당성을 평가한다.

 

한국에서 (적어도 공식적으로) 이성관계가 문란하면 당선되지 못한다. 마릴린 먼로를 몰래 만난다는 추정이 있던 케네디가, 모니카 르윈스키와 법적 공방을 벌인 클린턴이 한국에서 재선에 나선다면 100% 낙선일 것이다. 한국인들은 바람과 문란한 이성관계를 증오한다. 능력있고 매력적인 사람에게는 이성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치는 통하지 않는다. 이성에게 냉정하고, 정조를 지키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보는 것이다.

 

친인척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낙선에 영향을 미치지만, 자식의 부도덕이나 불법은 낙선을 향한 절대 지름길이다. 자식이 병역회피 의혹을 받았던 이회창 후보는 잘나가던 대선 전야에 지지율이 순식간에 곤두박칠 쳤다. 엄정한 유교국가 한국에서 병역회피, 부정입학, 폭력 등 자식이 저지른 범죄는 곧 부모의 범죄이다. 뭐 실제로도 부모의 범죄이다. 우리 아들 군대가서 고생하면 안되는데, 우리 딸 좋은 학교 보내야 하는데. 보통 이런 생각들이 범죄로 이어진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은 불법이 아니더라도 자식교육을 잘못시킨 것이 낙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대드는 자식, 부모를 욕보이는 자식, 밖에 나가서 싸가지 없이 행동하는 자식, 공공연히 욕 먹고 다니는 자식을 둔 후보들은 조용히 사퇴하는 것이 좋다. 언젠가 까발려져서 집안 망신 당하고 터덜터덜 내려오는 것보다는 좋을 것이다. 자매품으로 조신하고 내조잘하는 아내의 조건이 있다. 

 

재산의 축적이 적법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만국공통의 요구사항이지만 한국에서는 '적정한 수준까지'도 요구한다. 주가조작, 횡령, 부동산투기, 사기 등 재산축적에 있어서도 범죄가 될 수 있는 일은 많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보통 선거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주 교묘하게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 분명 적법하게 주식투자를 했는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익을 거둔 경우,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관례에 따라 별 부담 없이 두장의 계약서를 만든 경우, 선친이 땅을 갖고 있었는데 갑자기 개발호재를 입은 경우가 있다. 후보자들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고 이것이 국민정서에 맞는 수준인가 아닌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만약 내가 너무 많이 벌었다 싶으면 사전에 좀 기부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어쨌든 많은 돈을 가진 후보들을 탐탁치 않게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벌었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의 부를 채갔다는 의미가 되니까.

 

어떤이들은 선거에서 능력이나 정책보다 중요한 것이 무어냐고 반문한다. 맞는 말이다. 능력있는 사람, 좋은 정책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나라가 잘 돌아가고 나도 잘 살게 된다. 하지만 엄정한 유교국가 한국 국민들은 따지는 것이 있다. 선거는 우리의 대표를 뽑는 것이니까 우리 개개인의 청렴 결백 조신 음전 정직 성실한 성격을 반영한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까지 그렇게 뽑은 사람들이 대표성을 잘 띄었는지는 모르겠다. 과연 뿌리깊은 유교국가에서 대의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을까. 대의민주주의의 대가 최장집 교수님께서는 알고 계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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