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감성팔이 선거마케팅

네다 2014. 6. 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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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선거유세 포스터에 때아닌 대통령 사진이 실렸다. 구호는 '위기의 대한민국 부산이 구합시다' 이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한구석에서는 '새끼들 감성팔이하네'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물론 나도 감성팔이의 호갱 1인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초장에 사장되었지만 손학규 후보가 18대 대통령 선거 경선때 들고나온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을 듣고는 '와 이거 만든 카피라이터는 진짜 난 놈이다. 이 슬로건은 저 인물에 아깝다.'고 오바했던 것을 반성하고 있다. 더 멀리 가자면 노무현 대통령 탄핵때 미니홈피에 근조리본 달고 중2병스러운 대사를 날리던 기억도 이불을 빵빵 차게 만든다. 이런 호갱 주제에 감성팔이를 비난하자니 염치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겨운 것은 역겹다고 해야할 것 같다. 저 구호에 넘어가면 한국 국민이 아니면 부산 시민이 얼마나 논리적 이성적 사고능력이 떨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위기의 대한민국?' 대한민국이 위기라는 것은 어느 보고서 어떤 통계 혹은 어떤 논문 어떤 근거를 들어서 말하는 것인지. 세월호 사태를 시작으로 일련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유아적 수준의 논리이다. 세월호가 위기라면 연평도, 천안함 사태는 뭐라고 할 것인지. 대구 지하철 방화,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허구헌날 사건사고가 나는 대한민국에서 또 하나의 인재가 과연 존명을 건 위기라고 할 수 있을까.

사건사고가 아니라 경제가 위기라고 한다면 정확한 통계를 대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가 혼란 속에 있지만 한국경제는 그나마 예측가능하고 그나마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중이다.

광복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그리고 이제는 조작까지 일삼게 되는 종북세력, 북한의 위협이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한다면, 아직 끝나지 않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의 진실을 좀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설령 종북세력이 문제더라도, 부산시장이 어찌할바는 못되잖아.

 

한수 물러서 대한민국이 위기라고 한다면, 그 책임은 현 정부와 정권에 있다. 지금 대한민국을 운영하고 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주체는 한국정부이다. 여기서 또 뜬금없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뻘소리 나올까봐 미리 말해두는 것이다. 10년을 잃어버린게 벌써 5년 전이다. 강산이 바뀌기에는 아직 멀다고 쳐도 4대강이 녹조로 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한강에 새빛둥둥섬(맞나?)이 둥둥 떠다니고 동대문에 괴상한 건물이 들어서기에는 넘쳐나는 시간이었다. 그 전에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지난 5년간 우리가 무엇인가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전 정권을 거의 부정하다시피 하면서 현 정권이 들어섰다. 지금이 위기라면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해놓은 것인가.

 

'부산이 구합시다?' 언제부터 부산이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위치였나. '서울이 구합시다' 도 아니고 '세종이 구합시다' 도 아니고 부산이 뭐라고. 제2의 도시라봤자 수도권 인구의 반도 안되는 일개 광역시가, 일인당 소득으로 따져도 전국 상위권이 아닌 지역이, 뭘 근거로 뭘 배후로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는건지. 자기 조폭들 관리나 잘 하세요.

 

아무튼 선거빠꼼이들만 모여서 하는 꼴이라고는 그저 선거에서 이기는 것밖에 모른다. 이번에는 좀 세게 나가자, 요번에는 비굴모드로 나가야 선택받을 수 있다, 이런 잔꾀 꼼수만 늘어서 그저 당선만 되면 장땡이라고. 정작 활동을 어떻게 할지는 당사자도 모를 것이다. 유권자는 그저 2년, 4년, 5년에 한번씩 주물주물 해주면 입맛대로 굴릴 수 있는 호구라고 생각한다. 경쟁자와 링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법칙 같은 것도 아마 모를 것이다.(하긴 그 경쟁자도 사실은 같은 인종인데 뭐)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니까 종이낭비 해가며 감성팔이 포스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건 종이낭비를 넘어서 종이에 대한 죄악이다.

 

하루빨리 정치 세대교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대교체 되어도 그 나물에 그 밥이겠지만. 3김에 대적할만한 부녀정치인이라니, 정말 감탄만 나올 뿐이다. 학교때 배웠던 바로 대한민국 정치는 3김을 파악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는데, 부녀가 그 아우라 못지 않게 위세를 떨친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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