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422 맑음
리스본
0700 기상했더니 조금 있다가 아침식사를 먹으란다. 숙박비도 저렴한데 서비스까지 좋다. 이렇게 장사해서 남는게 있는지 모르겠다. 아침상도 좋다. 사과, 바나나 과일등과 빵, 버터, 잼, 시리얼로 구색이 맞다. 아침을 먹으면서 체코에서 온 여학생 한명과 말을 텄다. 25세인데 리스본에서 하는 인턴프로그램 같은 것에 참가하러 왔다고 한다. 체코에서 리스본으로 직업 구하러 오다니,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유럽국가들은 국경이 없다는 말을 또 실감했다. 체크아웃하겠다며 짐을 맡겨두고 오전시간을 이용해서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다녀왔다. 시간 맞춰 옐로우투어버스를 타고 수도원으로 향했다.
제로니무스는 성당과 수도원으로 구성되어있다. 성당 자체는 무료이지만 수도원은 15유로이다. 수도원은 ㅁ자 형태로 중정이 있는 회랑구조의 2층 건물이다. 가운데 정원에 면한 4개의 건물면에는 각기 다른 문장과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다. 1층에는 채플이 있고, 2층에 올라가면 성당 입구에 발코니로 연결되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 거대한 십자가상이 세워져있고(부활절 시기라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본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웅장하고 위엄있는 본당이었다. 층고가 높아 어둠이 옅어지는 건물이었다.
2층 회랑에서 내려다보는 1층 정원도 아름답다. 2층 한켠에서 웬 연극공연을 한다. 천사, 악마 분장이 있는 것으로 봐서 기독교 관련된 내용인 것 같고, 의상은 여러벌 있으나 소품이 간소하고, 사람들이 원형으로 둘러싸서 관람하는 형태의 야외소극이었다. 사람들은 웃기도 하고 야유하기도 하였다. 유쾌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수도원을 나와서 다시 투어버스를 타고 숙소에 돌아왔다. 1300경 짐을 챙겨 셋리오스Sete Rios 버스터미널에 가기 위해 다시 투어버스를 탔다. 투어버스가 터미널에 서다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행운은 거기서 끝났다. 터미널을 한정거장 지나쳐 내린 것이다. 사실 투어버스가 정확히 터미널에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인근 정류장 번호를 잘 보고 있다가 내려야했다. 하지만 이게 긴가 아닌가 헷갈리고, 스탑 사인도 누르지 못한채 다음 정류장까지 가버린 것이다. 그리고 내린 정류장에서 터미널은 지하철 한정거장Praca de Espanha-Jardin Zoologico 거리였다. 나는 지하철비를 아끼기 위하여 까짓거 걷기로 했다. 그리고 모든 비극이 일어났다.
캐리어를 끌고 종이가방을 끼고 백팩을 매고 지도를 보면서 땡볕에서 10분 걷자 길바닥에 엎어질 것 같았다. 지도에 나오지 않은 길과 생각대로 나타나지 않는 골목을 보면서 다시 지하철역으로 돌아갈까 수도 없이 생각했다. 하지만 지하철역으로 돌아가기에도 이미 많이 걸어왔다고 느꼈다. 사실은 돌아갔어야 했다. 에스빠냐정원을 타고 올라가면 터미널 건물이 보일 것이라는 내 생각은 착각이었다. 고가도로를 타고 올라가서 다시 밑으로 내려가고 골목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머리로는 오른쪽 왼쪽 방향을 고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온은 30도가 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거리에 서있는 일군의 아저씨들에게 터미널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냐고 묻자, 아저씨들은 한숨을 내쉬며 '여기서 멀어'라고 하신다. 그건 나도 아는 사실이고, 어느 방향이냐고. 아저씨가 팔을 쭉 뻗어 저쪽으로 쭉가, 라고 하신다. 얼마나 쭉? 나도 모르지. 한 30-40분 걸리려나, 가다보면 학교 하나 있고 터미널 뒷문이 나올거야, 거기로 들어가, 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신다. 감사합니다, 하고 패기있게 다시 길을 나섰다. 길에서 녹아죽는 한이 있어도 이제는 지하철도 탈 수도 없고, 선택의 여지가 없을 뿐이다. 그렇게 정말로 30-40분 정도 걷자 터미널 뒷문이 나온다. 아싸 하고 경비원 아저씨께 여기가 터미널 맞냐고 물어보자, 친절하신 노경비원께서는 여기는 차가 들어오는 곳이니 오던 방향으로 더 걸어가서 입구로 들어오라고 하신다. 아이고, 눼눼 감사도 합니다. 그리고 5분을 더 걸어갔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1600 헤데엑스프레소스Rede Expressos 버스표를 끊고 벤치에 몸을 던져버렸다. 세상 끝에서 돌아온 기분이었다. 어제 신트라 페나성에서 탄 버스값만 아꼈어도 오늘 지하철 타고 편하게 왔을텐데. 자원분배의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버스를 타고 포르투로 가는 길은 전원풍경이 아기자기 예뻤다. 너른 평지와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은 피로를 싹 가시게 했다. 선선하게 틀어주는 에어컨도 좋고 벤츠버스는 아무튼 좋았다.
버스를 타고 포르투 알레한드라헤르쿨라노Alexandra Herculano 거리에 있는 터미널에서 내렸다. 지도가 없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이런데서 또 돈을 낭비한다. 다행히 차로 5분정도 거리여서 금방 내렸다. 짧은 거리였는데도 기사님이 자상하게 응대해 주셔서 감사했다.
포르투도 호스텔이 무진장 깨끗하고 정갈하고 좋았다. 2층에 침실과 화장실, 부엌이 다 있었는데, 시설도 신식이고 깨끗했다. 식탁에 앉아있는데 여자애 2명이 저녁을 먹고 잠시후 남자애 1명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 자기가 다녔던 여행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모스크바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거기 사람들은 외국인들한테 그닥 친절하지 않아' 하면서 모스크바 맥도날드에서 빅맥세트 시켰다가 설움받은 이야기를 해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자애들은 가고 남자애하고 둘만 남았다. 내가 어디를 봐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남자애가 자기 지도를 꺼내서 여기여기 가라고 표시를 하더니 지도를 가지란다. 공짜지도지만 횡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변 식당에 가면 프란체시냐Francecinha를 꼭 먹어보라고 한다. 고맙다고 하고서 남은 여행 잘하라고 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onimos
Praça do Império 1400-206 Lisboa, Portugal
+351 21 362 0034
http://www.mosteirojeronimos.pt/pt/index.php
http://www.golisbon.com/sight-seeing/jeronimos.html
https://en.wikipedia.org/wiki/Jer%C3%B3nimos_Monastery
월요일 휴관, 화-일요일 1000-1730
리스본-포르투 버스
http://www.rede-expressos.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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