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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150909 벨기에 안트베르펜

네다 2016. 3. 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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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9 맑음
벨기에 안트베르펜

1200경 브뤼셀 미디역에서 4트램을 찾느라 또 이리저리 헤맸다. 승강장이 지하에 있는 거의 지하철역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지상으로 나가서 헤매고 있었던것이다. 지하입구 앞에 안내 전광판도 붙어있었는데 안읽은건지 못읽은건지. 숙소에 도착해서 38유로를 지불하고 짐을 맡기고 다시 기차역으로 나왔다. 

 

안트베르펜행 열차표가 14.6유로 밖에 안한다. 왜 암스테르담-로테르담이랑 거리는 비슷한것 같은데 가격는 반도 안될까. 퀵버거 전광판을 본것 같아서 거기서 점심을 때우려고 했는데 줄이 길다. 배도 많이 안고프고해서 그냥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메리칸과 에비앙 세트를 샀다.

 

안트베르펜에 내리자마자 화려한 역사에 끔뻑 놀란다. 항상 나쁘게 비교하는 것이지만 외국 흔한 도시 역사가 경복궁보다 아름답다. 로테르담에서는 별거아닌 지도도 돈받고 파는데 여기는 질도 엄청 좋은 지도를 그냥 무료로 준다. 착한 도시다. 

밖으로 나와서 9트램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다시 역으로 들어가 안내센터에서 구시가지로 가는 트램을 어떻게 타느냐 묻자 9지하철을 타란다. 또. 하여튼 그놈의 안물어보고 무작정 나가는 성격때문에 시간이고 발이고 한참 버렸을 것이다. 일회권이 3유로인데 일일권은 5유로이다. 왜 이러지. 교통수단들은 다들 무척 낡았다. 2차대전때나 만들어진것 같은 차량들이다. 일일권 돈 많이 모아서 수리하려고 그러나. 

 

그로테플렌에 도착하니 루벤스 동상이 반긴다. 렘브란트나 루벤스나 거기서 거긴데. 대성당을 보러갔다. 일반은 7.5유로라는데 뒷편을 개방해 놓았길래 그냥 입장 안하고 거기서만 보았다. 

 

시청 앞에 안내직원이 서계시길래 시청을 개방하냐고 물어봤더니 전시회를 하고 있단다. 들어가서 봤더니 시청 재건축 홍보전시였다. 시청은 400년 됐는데 너무 낡아서 올해부터 재건축에 들어간다. 다시 와서 보고싶다. 미니어쳐 지도를 보니 시청 주변에 큰 건물이 2개 있길래 가보기로 했다. 북쪽이라고 생각하고 길을 따라간곳에 성바오로성당이 있었다. 

 

정원같은 입구를 들어선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풍경이 펼쳐졌다. 흡사 공동묘지에 온것 같이 천사와 성인조각상이 열을 이룬 가운데 곧게 뻗은 돌길이 향안 곳에 바위를 파서 만든듯한 동굴들 안에 성상들이 놓여있었다. 성탄과 십자가도 있었다. 사그라다파밀리아의 초기형태를 보는듯했다. 가우디가 이걸 보고 만들지 않았다면 이 성당이 가우디를 보고 만든것일게다.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품을 무료로 개방하는곳도 있는데. 성당 안도 아름답긴 마찬가지다. 흰 대리석으로 높은 네이브를 축조하고 내실에서 이어진 알타에 성화를 걸어두었다. 네이브 양쪽은 성인목조로 채웠다. 특히 왼쪽벽에는 어넌시에이션부터 성모승천까지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이어놨는데 루벤스, 코넬리우스 등의 작품도 있다. 진품인지 원래 있는 진품의 일부만 따로 떼온건지 모르겠다. 분위기도 이탈리아와 비슷하고 입장료 안받는것도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다시 그로테플렌으로 돌아와 다른 한곳을 마저 보려고 갔다. 나는 성안드레성당 이라고 생각랬는데 성카트린이었나보다. 파사드와 네이브 골조가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성당 뒤에서 7트램을 타고 보나파르트도크에 갔다. 해양박물관에 웅장하게 서있다. 도크주변에 음식점들이 늘어서있는데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대로로 나와 34버스를 타고 베르켐역에서 32버스로 갈아타고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일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트램을 타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12트램을 타고 볼리바르플라츠에서 건물 사진을 찍자마자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내 배는 신기하다. 좀 이따 배고플때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면 바로 배가 고파진다.

 

다시 중앙역 렘브란트플렌으로 돌아와 퀵버거에서 수프림치킨세트를 먹었다.화장실에 가려는데 앞에서 동양계로 보이는 청년이 50센트를 달란다. 아까보니 청소담당하는 아줌마도 유니폼이 아니라 그냥 사복을 입고 있는것 같던데 여기는 직원이 청소하는게 아니라 허드렛일하는 사람이 따로 있나보다. 아래층에서 알바하는 젊고 예쁜 여자애들은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데 2층에서 지저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1층과는 대비되는 우울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도 계층 격차 어쩌고 이야기들 하지만 어찌보면 서양은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렘브란트플렌에서 10트램을 타려고 이리저리 길을 건너다 마지막에 10트램이 막 도착하는걸 발견하고 뛰어가다가 길바닥에 넘어졌다. 카메라를 안고있던 탓에 카메라 이마부분이 다 까졌다. 트램을 타고 가다보니 카메라때문에 몰랐던 팔꿈치와 무릎의 상처가 아파왔다. 가슴이 쓸린 듯했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카메라도 아깝고 상처도 아프다. 이제는 회의감이 든다. 내가 이 나이 먹고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무슨 재미를 얼마나 보겠다고. 다 집어치우자.

 

7번으로 갈아타려고 장트카트린에서 내렸다가 시간이 너무 늦는 바람에 항구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다시 역으로 돌아갔다. 이깟게 뭐라고 카메라를 깨먹었을까. 쓰리다. 브뤼셀 북역 뒤에 홍등가가 성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