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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150924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네다 2016. 3. 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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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24 흐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어젯밤 노숙자악취를 풍기던 아래침대 할아버지가 아침에 일찍 짐싸서 나가셨다. 어쩐 사연인지 모르지만 호스텔에 악취나는 할아버지라니, 무슨 독립영화 소재 같다.

  
인스브루크에 가기 위해 0800경 숙소에서 나와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0944 열차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숙소에 더 머무르기도 싫고해서 그냥 나왔다. 역내 뮐러에서 공병을 바꾸고 본마망쁘띠머핀을 사고나니 0840이었다. 대합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0944 쿠프슈타인Kufstein행 열차를 탔다. 
쿠프슈타인에 도착하는 내내 비가 오락가락 해서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산에는 구름이 내려앉아 동화속으로 들어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인스브루크에 내렸을때 비는 그치고 청량한 공기만 남았다. 그래도 전에 한번 와봤다고 쉽게 구시가지 호프부르크에 도착했다. 지난번에 이렇게만 왔었더라면. 잘츠부르크에서 그 좋은 날씨를 다 보내고. 만약 처음 뮌헨 왔을때로 되돌아간다면 잘츠부르크는 가지 않을것이다. 인스브루크를 먼저오고 쿠프슈타인이나 다른 도시를 가는게 낫겠다. 성야곱 대성당은 투박스러운 외관과는 대조적으로 내부는 한깟 화려하게 치장했다. 제단은 금으로 섬세한 조각을 덧씌우고 네이브 천장은 바로크천장화로 뒤덮었다. 내부만 본다면 아헨성당에도 뒤지지 않을 화려함이다. 


호프부르크Hofburg는 6.5유로에 비하면 많이 볼것은 없다. 합스부르크의 본궁도 아니었고 왕들도 이동시 임시거소로만 활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두 개 층에 걸쳐 '죽을때 마지막으로 남기는것들'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품이 딱히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궁전이 크고 층고가 높아 활용할수 있는 면적이 커서 웅장했다. 우리도 이렇게 전시관으로 활용할수 있는 궁전이 있을까. 경복궁만 남기더라도 창덕궁 창경궁은 훼손의 위험때문에 어려울것이다. 특히 몰지각한 관람객들이 단체로 가서 할 짓을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2층에 로열아파트먼트를 보존하면서 궁전의 역사를 담은 전시물들을 배치했다. 하지만 화창한 야외가 조급증을 일으켜 잘 읽히지 않았다. 더구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역사가 피부에 와닿지 않아서 읽어도 딱히 감흥이 없었다. 대충 간략하게만 보고 아쉬운 마음을 담고 나왔다. 보지않으면 아쉬울까 후회되고 보면 시시해서 후회하고. 딱 30분씩만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에게 뭘 해라 하지마라 알려줄텐데. 

 

강가로 나가 안개낀 알프스를 배경으로 알록달록 색색깔로 옷입은 집들을 구경했다. 알프스 정상의 만년설과 산등성이의 초원 그리고 강가의 색동집들이 눈으로 볼때는 너무 예쁜데 사진으로 잘 안나온다. 렌즈가 한 16까지 조금만 더 벌어져도 엄청 좋을텐데. 

 

기차시간을 신경 안쓰고 있다가 갑자기 매시 28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1425 된 시각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생각했어도 늑장 안부리고 일찍 역으로 갔을텐데. 젠장 난 항상 이런다. 하는수 없이 좀더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다닐수록 인스브루크는 너무 예쁜 동네다. 격자식의 대로는 볼때마다 가슴이 확 트이면서 양 옆으로 늘어선 아르누보의 색색깔 건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시 병원을 지나 공동묘지쯤 도착했을때 1500쯤 되어 역으로 돌아갔다. 저 멀리 외베베OeBB 글자가 보여 의외로 역이 가깝네 하고 가보니 중앙역이 아니라 서역이었다. 헉. 여기서 또 중앙역까지 어떻게 가나 걱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친숙한 이미지의 검은 신입사원 정장과 백팩을 맨 몰몬Mormon 미션들이 나를 불러세웠다. 내가 유타Utah에서 왔냐고 물어보자 한명이 솔트레이크Saltlake 남쪽에서 왔단다. 인스브루크에 얼마나 있냐고 묻자 정해지지 않았단다. 다른 유럽지역에 가봤냐고 묻자 뮌헨 뭐 어쩌고 한다. 옥토버페스트 갔냐고 하다가 "아 너희 맥주 안마시지" 하니까 웃는다. 계속 몰몬에 대해 아느냐 몰몬경을 읽어봤느냐 물으면서 진짜 전도를 하려는지 열성이다. 여기서 세례 줘봤냐고 묻자 지난주엔가 했단다. 몰몬경을 받고 잘가라고 하고 헤어졌다. 진짜 전도시킬 마음이었나. 몰몬 입교하면 결혼할 수 있으려나ㅋㅋ 1512쯤 서역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쿠프슈타인행 열차가 지나간다. 몰몬형제님들 덕분인가. 아무튼 1520 열차를 타고 1620경 쿠프슈타인에 도착했다. 


쿠프슈타인역 화장실에 갔다 나오는데 직원아줌마가 위아래로 쳐다본다. 레깅스때문인지 구멍난 운동화 때문인지. 승강장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는데 아까 그 아줌마가 12승강장은 저쪽 맨끝이라고 알려준다. 쳐다본다고 해서 다 적의가 있는것은 아니다. 


원래 로젠하임Rosenheim에서 뮌헨 직행으로 갈아타면 중간역 안거치고 바로 뮌헨동역으로 가서 30분정도 절약할텐데 완행에 계속 앉아있는 바람에 30분 늦었다. 


뮌헨에 도착한게 1820.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행 열차가 1830경 있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으슬으슬 하던게 몸살기운 같아서 목도리를 올려쓰고 한숨 잤다. 1915경 아욱스부르크에 도착하니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계속 몸살기운이 가시지 않아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괜찮아지려나 해서 역에 아시아음식 가게에서 튀김이 올라간 국수를 시켜먹었다. 2.5 가격도 혜자이고 닭인지 뭔지 튀김도 맛있고 탕수육 소스같은 소스가 얹힌 국수도 맛있었다. 쾨닉스플라츠에서 음악당으로 가는 길까지 국수를 먹으며 가니 콧물도 나고 좀 기운이 나는듯 했다. 때로는 싸구려 음식으로 병도 나을수 있다. 


다시 쾨닉스플라츠로 돌아가는 길에 배가 아파왔다. 설사가 나온다는것은 몸살이 거의 다 나았다는 증거이다. 맥도날드에서 라떼마키아토를 시키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와보니 내것이 이미 나와있어서 엄청 고마워하고 받아마시면서 라트하우스플라츠로 이동했다. 맥도날드 커피가 이렇게 맛있다니. 


아욱스부르크는 볼수록 낮에 안온것이 후회되었다. 모양만 봐도 아기자기한게 보이는데. 이렇게 예쁜 집들에 색깔까지 보인다면. 시청 앞 태극무늬를 보니 구자철은 몇백년전부터 아욱스부르크에 올 운명이었나 보다. 시청옆에 높은 탑이 성당인줄 알았는데 아니고 그냥 탑이다. 하긴 시청 바로 옆에 성당이 있을리가 없지. 성당가는길에 빅사이즈 옷집이 있는데 마네킨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사진을 찍고보니 너무 웃겼다. 꿈에 나올까 두렵다. 


아욱스부르크가 이렇게 예쁜줄 알았다면 잉골슈타트 시내 대신 여기를 올 걸 그랬다. 아니 아우디만 아니면 잉골슈타트는 갈 필요도 없다. 그날 비 때문에 밤베르크를 못 들어갔는데 차라리 아욱스부르크에 올걸 그랬다. 아무튼 자철이가 오랫동안 아욱스부르크에서 재미있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