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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151004 불가리아 소피아

네다 2016. 3. 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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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4 맑음
불가리아 소피아

걸어서 피로츠키길을 지나 바냐바시모스크에 도착했다. 바냐바시인줄도 모르고 설마 이렇게 작겠어 했는데 그거였다. 뒷편으로 역사박물관 으로 쓰이는 바스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대로로 나오니 라르고와 그 밑에 대통령궁이 있다. 대통령궁앞의 분수가 회전을 하면서 특이한 물줄기를 만들어낸다. 분수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켰다가 의도치 않게 근위병교대식을 찍었다. 둘이서만 위치를 바꾸는 약식이다. 계속 대로를 타고 가서 러시아정교회에 들어갔다. 미사중이다. 사제가 특이한 목소리로 성가를 부른다. 잠깐 참여하다가 아차 나도 미사! 하고 생각났다.

 

정교회 뒷편길로 올라가면 알렉산드르네브스키교회가 대로 넘어 보이고 그 옆 숲속에 자그마한 카테드랄이 자리잡고 있다. 벽돌로 만들어진 비잔틴식 돔성당이다. 내부는 화려한 장식없이 몇점의 성화만 걸려있다. 벌써 미사가 시작되었다. 제단은 판막이 안에 들어있는데 신자들은 바깥방에서 인사를 하고 사제는 안에서 제를 드리는 형식이다. 이것을 보면 미사가 제사이고 사제는 말그대로 제를 올리는 장손이라는 것이 이해가 간다. 미사전례가 우리와 많이 다른것 같고 특이한점은 영성체 대신 미사 뒷편에서 부사제가 물약을 찍어준다는 것이다. 신자들은 미사를 보는 중간중간 개별적으로 뒤로 나가 헌금을 올리고 물약을 받고 십자가에 입을 맞춘다. 촛불을 올리러 매점에 가서 동전들을 펼쳐보이니 50센트 하나를 가져가고 양초 하나를 준다.

 

초를 올리고 밖으로 나와 네브스키성당으로 갔다. 역시나 미사중이다. 미사를 한 3시간 보는것 같다. 신자들은 중간중간 왔다갔다 한다. 카테드랄과 비슷한 전례의 미사인데 사제가 더 많다. 중간에 사제가 향로를 들고 본당을 한바퀴 돈다. 신자들은 그것을 쳐다보며 인사한다. 무슨 프로그램인지 녹화촬영을 하고있다. 본당 중앙에 의자가 없어 신자들은 대부분 서있거나 벽과 기둥쪽 의자에 가서 앉는다. 1레바 초를 사서 하나 꼽는데 옆을 보니 초로 꽃을 만들어놨다. 정성과 예술정신이 대단하다. 

 

원래 성당 바로 밑에 국회의사당이 있는데 그걸 못찾고 오스트리아 대사관 갔다가 우왕좌왕 하다가 외국미술관 국립도서관을 거쳐 소피아대학교까지 갔다. 그 아래쪽은 러시아군대동상이 있는 공원이다. 오늘은 마라톤이 열리고 있다. 공원 끝까지 갔다다 다시 되돌아오면서 국립극장을 보고 핫도그와 커피를 먹었다. 

 

예전에 왕궁으로 쓰였다던 국립미술관에 들어갔다. 회화는 거의 신관으로 건너간것 같았다. 지금은 특별전만 열리고 있다. 인물사진전과 작가들의 자화상전이 열린다. 그림을 보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독일어로 통화를 한다. 오페라 관람을 약속하시는것 같다. 출장왔나 하고 있는데 나한테 인사를 하신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인사를 하고 다시 관람을 하는데 할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셔서 이따 1600에 오페라극장에서 발레공연이 있는데 오면 표를 주겠다고 해서 고맙다고 시간 맞춰보겠다고 했다. 대충 관람을 끝내고 기념품점에서 작은 자석 하나를 사고 숙소로 향했다. 검은티셔츠와 바지로 옷을 갈아입고 1500경 다시 나왔다. 

 

숙소 주인아저씨께 내일 공항에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하고 오페라를 찾아가는데 아무래도 길을 잃은것 같다. 그냥 국립미술관 앞으로 갈걸 괜히 뒷길로 왔나보다 하고 1530경 어드메쯤에서 국립미술관쪽으로 꺾어 언덕을 올라가는 중에 큰 건물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것을 발견했다. 운이 좋아도 이렇게 좋을수가. 극장앞으로 가니 할아버지가 나와 계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까산 기념품을 드렸다. 가이드가 와서 표를 주고 같이 들어갔다. 발레 내용은 신파드라마였다. 어떤 마을에 일단의 무리를 이끌고 있는 대장이 한 여인을 사모했지만 그 여인은 시큰둥했다. 그 마을에 유흥을 즐기는 바람둥이 나그네와 그 제자가 있었다. 한 창녀가 나그네와 사랑에 빠졌다. 그 제자는 대장의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나그네는 창녀를 버려두고 이리저리 배회하며 수많은 여성들을 탐닉했고 창녀는 그만을 기다리며 시들어갔다. 나그네가 돌아왔을때 제자는 창녀를 가리키며 둘을 결혼시켰고 나그네는 과거를 접고 창녀의 곁에 남았다. 창녀는 정신이상으로 죽었고 나그네는 큰 슬픔에 빠졌다. 제자는 대장의 여인의 마음을 얻었지만 대장이 둘을 가만두지 않았다. 무리들의 등쌀을 못이긴 여인은 떠났고 제자는 큰 슬픔에 빠졌다. 다시 둘이 남은 나그네와 제자는 서로 위로하면서 춤을 추며 극을 끝낸다. 

 

중간 인터미션때 할아버지와 독일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독일 역시 직종기피현상이 심해서 젊은 이민자들이 그 분야에서 일하는건 좋지만 여전히 아랍인들에게 남녀평등 공동체 같은 개념은 수용되기 힘든것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극이 끝나고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할줄 알았는데 바로 작별인사를 해서 나도 그냥 인사하고 나와서 문화궁전으로 갔다. 지하철 타고 가면 좋았을것을 괜히 산책한다고 걸어갔다가 발 아파 죽을뻔했다. 문화궁전 앞 공원에는 전사자기념탑이 무너져있었다. 공산주의 시절 무너진것을 아직도 복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폐허에는 젊은이들이 남긴 그래피티벽화가 덧씌워져 있었다. 바르샤바에는 못미쳤지만 문화궁전은 엄청나게 크고 웅장했다. 안에는 들어가보지 않고 앞쪽 분수만 보고 지하철 타고 알렉산드르 네브스키 성당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