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GR TR AE

<그리스> 151007 로도스

네다 2016. 3. 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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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7 맑음
로도스

0050 배를 타기 위해 어젯밤 숙소에서 샤워만 하고 다시 나와 2330 아티니아스 항구행 버스를 탔다. 호스텔비가 아까웠지만 믈도 잘니오고 잠깐 눈도 붙이고 해서 찜질방비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티니아스 항구에 도착했더니 삐끼가 식당쪽으로 유인했다. 저쪽 큰배가 로도스 가는 배냐고 물었더니 아직 오픈을 안했단다. 식당에 앉았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리스 경제가 어려운데 자꾸 도와주지 못해 미안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너무 혜자다. 하다못해 물값만 올려받아도 될것 같은데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게 너무 싸다. 원주민들 살기에 편하라고 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너무 싼값이 이 귀중한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를 남용한다는 생각에 자꾸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한다. 

 

0020경 되자 배가 들어왔다. 크루즈선이다. 재빨리 올라가서 넓은 소파석을 차지하고는 바로 눈을 붙였다. 사람들이 배 여기저기를 기웃기웃 하느라고 시간을 좀 벌었다. 배 구경 따위는 내리기 직전에 해도 넘친다. 일단은 잠자리를 구하는게 우선이다. 긴 소파 자리를 발견하고 누워서 다리 밑에 배낭, 의자 밑에 짐가방을 넣어놨다. 칭다오를 오가는 보따리상 기분이 들었다.

 

0900경 로도스에 도착했다. 잊혀진 전설의 도시, 로도스전기의 그 로도스이다. 심지어 난 로도스전기를 한번 해본적도 없는데 이렇게 방문할 수 있다니, 영광이다. 항구쪽에서 봤을때는 뭐가 잘 보이지도 않았다. 항구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 여행사에 들어가서 터키 페티예행 페리 표를 끊었다. 이 구간은 예약도 안되었었는데 무슨 깡으로 그리스에서 터키로 이동하겠다고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표를 끊고 짐을 맡기고 시내관광에 나섰다. 성곽이 있길래 그냥 작은 마을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다행히 구도시가 맞았다.

 

성벽부근 집들은 오래됐고 허름하다. 번창했던 도시에서도 하층민들이 살았던 지역이다. 엄청나게 퀘퀘한 고도시이다. 하지만 구도심으로 들어갈수록 놀라운 경험이 펼쳐진다. 골목을 지날때마다 색색의 옷감을 파는 상점, 길거리 먹거리를 파는 상점, 그 시대에는 생활자기로 쓰였을 골동품을 파는 상점들이 나온다. 아사포로 천막을 치고 나무 탁걸상을 늘어놓은 주막에서 이제는 고기구이와 맥주를 판다. 상인들은 아니더라도 관광객들은 술과 음식을 기다린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걸어서 성문을 통과하면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 옛날 왕족 귀족들이 살았던 왕궁 대저택도 남아있고 그들이 책을 보존하고 독서하기 위해 지었던 도서관도 남아있다. 집집에는 황금 도색된 유물도 남아있고 옛날옛적 가구들도남아있다. 도시 가운데에 있는 타워에 올라가보면 전 도시를 조망할 수도 있고 테라스에서 유유자적하며 칵테일을 즐길수도 있다. 놀랍다. 천년전에도 이곳에서 사람들이 바다와 노을을 즐기며 포도주를 들이켰으리라. 멀리 항구에 드나드는 상선들을 보며 대국을 꿈꿨겠지. 도시성곽을 나가 바다쪽에 나가보니 신도시 호텔들이 즐비하다. 부둣길을 따라 바다쪽으로 나가보니 도시의 윤곽이 예루살렘을 닮은 듯 하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놀다보니 배시간이 금방 다가와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구멍가게 여행사에 돌아와서 짐을 찾아 터키행 페리에 탔다. 페티예행 페리는 작다. 페티예는 작고 아름다운 소항구 휴양도시이다. 유럽 서민들의 요트가 열을 이루어 정박해 있고 그리스와 정기 페리선이 이어져있다. 일반적인 시내버스는 없다. 돌무쉬라는 미니버스들이 노선을 따라 돌아다니면 손을 들어 타고 내리는 방식이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혹은 기사에게 가고 싶은 곳을 말해주면 근처에 내려준다. 번화가에서 먼 곳에 숙소를 정하는 바람에 돌무쉬를 탈 때 불안했다. 밤도 늦었는데, 과연 제대로 맞게 가고 있는 것인가. 여기 숙소가 없으면 밤을 지샐 곳이 없다. 더이상 돌무쉬도 오지 않을 것이다. 식은땀이 났다. 기사가 내리라고 한곳에서 주택가로 한참을 더 걸어들어가니 일반주택과 같은 펜션이 나타났다. 체크인을 할 때, 아일랜드에서 왔다는 조라는 할아버지와 인사를 했다. 유쾌한 농담에 퉁퉁한 덩치에 딱 봐도 성격 좋은 할아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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