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GR TR AE

<터키> 151008 페티예

네다 2016. 3. 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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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8 맑음 
페티예 

0655에 방을 나오는데 저쪽 복도에서 할아버지 한분이 나온다. 인사를 하고 같이 로비로 내려왔다. 0700에 온다던 그래비티 버스가 20분째 안와서 불안해하는데 조 할아버지가 직원에게 물어보는 순간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업체로 가면서 다른 몇명을 더 태웠다. 한 호텔에서 거의 10분을 기다린것 같다. 중국인 여자애 둘이 무슨 치장을 하는지 지각이다. 타고 나서도 엄청 떠들어댔다. 옛날에 한창 어글리코리안이 활개쳤는데 지금은 어글리차이니즈가 잡아먹었다.

 

그래비티는 장바닥이었다. 한타임에 거의 기십명은 뛰는것 같다. 호텔순인지대로 이름을 불러 파일럿들과 같이 봉고를 타고 이륙포인트까지 올라간다. 봉고를 타고가면서 트럼프카드를 골라 파일럿을 정한다. 내 파일럿 세미와는 이륙포인트에서 처음 인사했다. 봉고를 타고 올라가면서 옆자리 파일럿 로무스과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이름은 라마단이란다. 올해 서른일곱. 경력 십년차 파일럿이다. 내년에 결혼할 생각이고 지금은 체력유지를 위해 회사에서 집까지 사킬로를 매일 걸어다닌단다. 라마단때 금식하느냐고 묻자 체력관리를 위해 안한단다. 드디어 포인트에 도착하여 이륙을 했다. 세미도 역시나 십년차 파일럿이란다. 개나소나 십년차이다. 로무스때처럼 너 그렇게 안늙어보인다고 하자 고마워한다. 파일럿들 입버릇처럼 나도 입버릇이 생긴듯 하다. 세미에게 동영상말고 사진만 많이 찍으라고 했다. 알프스때보다 덜 긴장됐다. 바람이 세게 불어 별로 안달리고 금방 뜬탓도 있을것이다. 사진찍을때 팔을 펼치라고 해서 처음엔 무서웠지만 점점 적응됐다. 처음에 스피닝을 많이해서 그런지 점점 심심해졌다. 바다에 가까워졌을때 급정거 급하강을 몇번하고 착륙했다. 본부에 돌아와서 사진을 이동시키고 90리라를 냈다. 구름때문인지 레깅스때문인지 마음에 드는 사진도 없는데 원래보다 더 많은 돈을 내기가 억울했지만 별수 없었다. 사진작업이 끝나고 세미가 오늘저녁에 밥 같이 먹을까 물었다. 아니. 내일 이동해야돼서 짐싸야돼. 거절했더니 물러난다. 

 

바클라바를 사는데 주인아줌마가 어디서 왔냐고 독일에서 왔냐고 묻는다. 독일인들이 그렇게 많이 다녀가는구나. 그래도 그렇지. 생김새가 이런데 중국도 아니고 독일이라니.

 

1800 요트정박장까지 걸어갔다. 때마침 일몰이 시작되어 장관을 이루었다. 사진을 찍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다. 뒤에서 자전거 소리가 들려 길을 비켜주었더니 잘생긴 금발 남자꼬마아이가 지나가면서 땡큐 한다. 황송했다. 또 사진을 찍고 있으니 갑자기 한 할아버지가 사진찍을만한데로 데려가 주겠다며 따라오란다. 고맙다고 하면서 따라갔더니 소형고무보트에 타란다. 얼떨결에 타면서 갑자기 순천살인사건 생각이 났다. 여차하면 가진거 다 주기라도 해야할텐데 아까 500리라 뽑은게 후회됐다. 엄마가 자주 하는말 너는 어떻게 애가 겁도 없니 하는게 생각났다. 왜 나는 이럴까. 내 인생 최대로 짧은 시간에 최대로 많은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 제발. 할아버지는 선착장으로 금방 가는것 같더니 이내 대양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돈이든 몸이든 목숨이든 제발. 반대편 섬으로 가는것 같더니 무전을 받고 다시 요트정박장으로 돌아간다. 졸였던 마음이 풀어지면서 사진을 마구 찍었다. 정박을 하고 나보고 어느 호텔이냐고 묻길래 대답했더니 돌무쉬를 두번 타란다. 알겠다고 감사하다고 하고 나왔다.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정박장에서 자꾸 안나가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컴플레인을 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인보고 쟤 좀 내보내라고, 했을것이다. 배 한번 태워주고 내보내라고. 할아버지는 빨리 나를 내보내고 싶어서 그렇게 안절부절 이었나보다. 처음에는 호의에 감사하고, 그다음엔 의심에 불안에 떨고, 마지막엔 진실에 맥이 빠진다.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만감이 교차하다니. 

 

숙소에 돌아왔는데 마침 조 할아버지와 직원이 나와있다. 바클라바를 권하면서 조 할아버지와 같이 앉아 수다를 떨었다. 할아버지가 당신 예전에 군복무 했던 얘기, 팔레스타인 파병 간 얘기를 허세와 과장 섞어서 해주시는데 시간 가는줄 모르겠다. 계속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할아버지 자러 가신다고 해서 일어났다. 좋아하는 누군가와 오래오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비티 패러글라이딩

http://www.flygra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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