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009 맑음
파묵칼레
조 할아버지가 깨워서 0800에 같이 나와 아침을 먹었다. 무함마드라는 파키스탄인이 합류했다. 런던에서 택시기사를 하는데 여기에 부동산을 샀나보다. 조 할아버지와 부인, 무함마드가 집얘기 돈얘기 하는것을 들었다. 친구에게 돈 빌려준 얘기, 갚지 않는 얘기, 집 빌려준 얘기. 돈 가지고 지지고 볶는것은 어디나 비슷한데 이 사람들은 별장이랑 부동산도 있다는게 차이점이다.
무함마드는 원래 부인이랑 같이 오려고 했는데 부인 비자가 없어서 묶여있었다고 한다. 방금 비자가 나와서 부카레스트 달라만행 항공권을 예약하려고 지난번 예약한것을 찾아보았다. 무함마드는 9일자 1200로 예약했는데 여행사에서 12일자로 잘못 예약한것 같다. 9일자로 바꾸는데 180파운드가 드는데 시간이 촉박한지라 내일자를 물어봤더니 토요일은 항공편이 없고 일요일날 있단다. 그냥 다시 월요일자로 해달라고 했더니 60을 추가로 내란다. 뭔가 왜 자꾸 돈을 줘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나라는 그래야 하나보다. 무함마드는 모스크에 간다고 미리 떠나고 나는 조 할아버지와 좀 더 수다를 떨었다. 조 할아버지랑 이야기하면 시간을 멈추고 싶다.
1130경 숙소를 떠나면서 사람들과 인사했다. 걸어나오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 이 나이에 웬. 나는 작별인사를 할때도 항상 다시 만날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기때문에 인사가 부실하다. 다시 못볼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하는것은 너무 어렵다.
다행히 대로로 걸어나오는 도중에 돌무쉬를 발견해서 바로 탔다.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내리려고 하자 코너를 돌아 바로 내려주겠다며 안심시킨다. 이 지역 사람들은 친절하다. 대형버스가 아니라 미니버스라 사람들이 10명도 채 안탔다. 소문대로 데니즐리로 가는 도중 길가에 세우고 파묵칼레 가는 사람들을 따로 이동시켰다. 파묵칼레에 도착하자 지도를 나눠준다.
숙소가 바로 보여서 들어가서 인사를 했더니 알아본다. 짐을 풀고 나오면서 내일 아침 택시를 물어봤더니 150을 부른다. 저쪽에서 120에 해준다고 했더니 그럼 그쪽으로 가란다. 130을 불러봤지만 안해준다. 피곤과 짜증이 몰려와서 그냥 알겠다고 하고 예약했다. 석회산에 올라가면서 계속 생각나서 이따 내려가는 길에 다시 버스회사 가서 예약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가는길에 숙소 아저씨가 나와있어서 가지도 못했다. 나는 왜 이렇게 소심하고 할말을 제대로 못할까. 진짜 짜증난다.
석회산은 건기인지라 물이 다 말랐다. 그나마 위에서 전기로 물을 틀어서 흐르는 지역이 한 20% 되는것 같다. 흰바닥에 푸른물 따위는 커녕 말라비틀어진 먼지날리는 흙바닥 뿐이다. 자연현상은 원래 그럴수도 있지만 왜 나는 검색도 안해보고 와서 돈과 시간을 날리는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찍고 가려고만 한다지만 돈낭비만 하는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 다행히 해가 지면서 사람도 줄어들고 해서 볼만한게 나왔다. 하지만 별로 다시 오고싶지도 보고싶지도 않은 곳이다.
숙소에 돌아와서 피데를 시켜먹는데 주인장이 먹고 잠깐만 시간을 내달란다. 뭔가 했더니 한글 입간판을 만드는데 글씨를 써달라는것이다. 무스타파 할아버지 치킨야채볶음밥 치맥 터키쉬케밥 쇠고기양갈비를 써주었다. 주인장은 아들을 데리고 중국인 한국인에게 집중적으로 어필하고 있었다.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자랄까. 글씨를 써주느라 밥값 내는것을 잊어버렸는데 주인장이 일부러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들이 돈받는것을 까먹을리가 없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조 할아버지와 이야기하던 생각이 나서 자꾸 눈물이 났다. 그렇게 소소하게 웃으며 지내는게 소원인데 왜 그걸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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