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GR TR AE

<UAE> 151015 두바이

네다 2016. 3. 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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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15 맑음
두바이


새벽 0400경 두바이 공항에 내렸다. 공항 밖은 공항 안과 한 30도 차이날 것 같다.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완연히 다른 후끈함이다. 대구에 제주를 더한 느낌이다. 택시를 잡아타고 주소를 알려주니 의아해 하면서 일단 출발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도 꽤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주소지에 내려줬는데 다 오피스텔 건물 뿐이다. 이 많은 상가건물들 중에 나의 호스텔이 어디있는지 찾아야 한다. 역시나 또 정처없이 헤매고 있는데 저쪽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길래 목숨을 내놓고 길을 물었다. 놀랄만큼 친절하게도 직접 나를 건물 앞에 데려다 준다. 아파트 번호도 못읽고 있었는데 이런 친절함에는 눈물이 난다. 나를 딱 건물에 데려다 주자마자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더니 금방 간다고 하고 가버렸다.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호스텔에서는 스탭인듯한 여자애 1, 남자애 1이 체크인을 도와준다. 둘이 사귀는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가보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안 오는줄 알았단다. 대충 정리하고 바로 잠들었다.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룸메이트 동정을 살폈다. 나이 많아 보이는 아줌마와 어제 스탭 여자애 이다. 알고봤더니 여자애도 정식으로 스탭으로 취직을 한게 아니고 그냥 여행왔다가 눌러앉은 것 같다. 아줌마는 체코 출신인데 두바이에서 직업을 구한다고 한다. 두바이 봉급이 다른 데 비해 서너배는 높단다. 비서직을 구한다고 하는데 나이는 둘째치고 외모가 이제는 비서로는 불가능하다. 젊고 어렸을때는 예뻤겠지만(체코 여자라니 얼마나 또 예뻤겠는가) 이제 비서로는 부적합해 보인다. 사람은 늙을때를 대비해서 기술이 필요한 법이다.

 

사막투어를 가야하는데 전화가 안터진다. 유럽용 유심이라 아랍에서는 터지지 않는다. 사막투어 기사와 만나기로 한 쇼핑몰에 들어가서 핸드폰 가게를 찾았다. 유심을 사는데 옆에서 흑인이 폰커버를 주문했었나보다. 찾으러 와서 검정색 폰커보를 보더니 다른 색 없냐고 묻는다. 암올뤠디블랙 깁미어나더컬러. 계속 이러면서 찾는다. 직원이 검정이 가장 많이 찾고 무난한 색이라고 하니 암올뤠디고져스블랙 아돈니드애니모어블랙. 이런다. 발음도 폼난다. 흑형들은 일반인조차도 유쾌함이 연예인 수준이다. 우리팀 사막투어에는 중국인 커플 1쌍, 아프리카계 네덜란드인 모녀 1쌍이 탔다. 네덜란드인 할머니의 다리가 매우 불편해서 투어 내내 좀 도와드렸다. 예전에도 두바이에 자주 와보셨단다. 그 연세에 그 몸에 사막투어를 한다는게 좀 의아했지만, 죽기전에 해보고 싶은일은 꼭 해봐야하지 않겠나 하며 이해했다.

 

사막투어는 즐거운 만큼 힘들었다. 허머를 타고 달리는 거야 엄청 좋다고 해도, 사막 한가운데 내려서 모래를 밟고 사진을 찍는다는것은 해수욕장 가는 것도 꺼려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경험이다. 그렇게 듄배싱을 하고 저녁때 간 곳이 큰 캠프에 있는 야외파티장이다. 입구 앞에서는 낙타타기 체험이 있었고, 파티장 안에서는 헤나도 그려주고 차와 커피도 타준다. 하지만 이 찝찝한 기분으로는 무엇도 즐길 수 없다. 특히 나는 한국사람이라 메르스 때문에 낙타를 탈 수 없다고 하니 좀 웃긴듯 하면서도 이해한다고 해준다. 조금 있으니 부페식사가 제공되고 에미레이트 전통 춤 공연을 보여준다. 커다란 치마를 겹겹이 입고 나와서 뱅글뱅글 도는 춤을 추면서 하나씩 벗는 춤인데 모래가루가 자꾸 신경쓰여서 그닥 신나지는 않았다. 공연이 다 끝나기 전에 기사가 빨리 빠져나가자고 한다. 나중엔 사람들이 몰려서 나가기 힘들테니 말이다. 애초에는 오버나이트 사막투어, 그러니까 사막에서 저것들을 다보고 그 캠프에서 잠까지 자는 걸로 신청했었는데 취소하기를 잘했다. 과거의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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