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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151022 스페인 발렌시아

네다 2016. 3. 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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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22 맑음
스페인 발렌시아

아침에 엄마랑 통화하는걸 옆자리 여자애가 들었는지 말을 건다. 어제 밤에 내가 들어왔을때는 바로 옆자리 남자애랑 수다 떠느라고 말도 안붙였던 아이이다. 자기는 베트남계 미국인인가인데 한국에 관심이 많단다. 나는 여자애들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귀찮다. 여자애랑 같이 메르카트첸트랄Mercat Central에서 과일을 사먹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여자애는 나를 데려다주고 시우타트Ciutat로 갔다. 

나는 호스텔 뒤쪽 공용자전거 발렌시비Valencibi를 뽑으러 갔다. 자전거 정류소 등록하는데서 어리버리하고 있으니 뒤에 서있던 친절한 남자가 도와준다. 현지인들은 원래 인터넷으로 다 등록하고 탈 수 있는 것 같다. 남자는 30분 한도가 적용된다고 하더니 아니라고 여행자라 숏텀이라 30분이 적용 안된다고 했다. 내 생각에는 일주일 사용권을 끊고 탈때마다 요금이 부과되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큰 사단이 날 바보같은 짓을 했다.
나는 일주일 안으로 귀국할 것이기 때문에 영국 계좌를 닫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자전거 예치금을 넣을때 영국 로이드 은행 직불카드를 등록해버린 것이다. 일주일 후에 자전거 사용에 이상이 없었음을 확인한 후에 정산할 것은 정산하고 거래가 끝나기 때문에 계좌는 그때까지 남아있어야 했다. 그런데 중간에 귀국한다고 계좌를 닫아버리면 자전거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간 것으로 간주되어 막말로 국제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혹시나 계좌에 예치금이 계속 걸린 상태에서 이자까지 덧붙여진다면 나중에 어마어마한 벌금까지 물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이것들은 또 나의 쓸데 없는 걱정이겠지만. 아무튼 영국 계좌로 예치금을 걸어놓고 타다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 취소를 하려고 인터넷에 찾아봤다. 하지만 숏텀을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발렌시아 관광안내소에 가서 취소 좀 해달라고 했더니 아주머니께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이걸 즉시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고객센터에서는 오늘 취소하더라도 확인과정을 거쳐 계좌 정산은 모레나 가능하다고 했다. 그날은 귀국 비행기를 타는 날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방법이 없어 동의하고 귀국날 계좌를 닫으면서 다시 확인해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일단 시 공원을 거쳐 예술과학도시Ciudad de la Artes y la Ciencias로 향했다. 로마풍 대리석의 향연인 구도심과는 전혀 다른 미래도시가 보였다. 순간적으로 현재의 단절처럼 느껴졌다. 혹시 몰라 표를 미리 예매해두었는데 헤미스페릭Hemispheric 영화 시작 1200까지 아직 1시간 정도 남았다. 길건너 까르푸에 가서 초밥을 사서 식사를 해결했다. 문화공간 바로 옆에 대형마트라니. 엄청 살기좋은 도시이다.

 

1155경 헤미스페릭에 들어가니 예매권을 표로 바꿔오란다. 급하게 바꿔서 입장하니 흰천으로 둘러쌓인 천문대에 들어온 느낌이다. 3D 다큐멘터리 예루살렘을 틀어줬다. 예루살렘에 기독교인 유대인 무슬림이 섞여산다는 내용이다. 내용은 크게 중요한 것이 없고 그냥 촬영기법이나 화면이 신기하다는 것이었다. 머리에 이상한 밴드를 쓰라고 준다. 처음엔 3D 안경인줄 알았더니 그냥 이어폰이다. 다국어로 상영되기 때문에 어느 한 언어만 틀어줄 수는 없고 개인이 이어폰으로 언어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어폰을 이렇게 세기말적인 것을 주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어폰을 주면 될텐데. 내 것은 영어가 잘 안나와서 그냥 빼고 있었다. 안내하시는 아주머니가 다가오시더니 새로운 이어폰으로 바꿔주셨다. 친절하셔. 

관람을 마치고 헤미스페릭 건너편에 있는 과학박물관으로 갔다. 매우 광대하다. 안에는 실내테니스장도 있다. 구성물은 서울 과학관과 비슷하게 체험과 견학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과학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구도심으로 건너오기 위하여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길을 잘못 들어 낯선 골목으로 들었다. 딱히 급하게 갈 곳은 없어서 계속 헤매고 다니다가 우피치궁전 같은 건물을 발견했다. 엘파트리아카El Patriarca였다. 갑자기 느낌이 팍 와서 입장을 하려고 봤더니 가이드투어만 가능한데, 투어는 인터넷과 전화로 예약할 수 있단다. 영어로 받아줄까 의아했지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너무나 친절하게 예약을 받아주면서 1700에 입구로 오면 가이드가 나와있을 거란다. 혹시 실수가 생기거나 아니면 아예 사기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밑져야 본전이니 그때까지 약 1시간 정도인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앞마당에 있던 델리란트Deli Rant에서 카페라떼를 한잔 시키고 시간을 보냈다. 이런 시간이 가장 곤란하고 따분한 시간이다. 이때를 대비해서 책을 갖고 다녀야 하는데 막상 아침에 짐을 싸다보면 무거운 책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 빠지기 일쑤이다. 시간을 보내고 1700경 엘파트리아카 입구로 가니 정말 가이드가 나와있다. 반갑게 맞아주며 오늘 영어 관람객은 3명이란다. 발렌시아 카드가 있으면 5유로인데 없으면 7유로이다. 

엘파트리아카는 코푸스 크리스티파의 왕립 신학교Royal Seminary School of Corpus Christi이다. 교회를 신앙의 근원으로 돌리고자 했던 후안 데 리베라Juan de Ribera가 신의 영광을 시각화하고 교리의 전파를 위해 만들었던 학교이다. 가이드 투어는 입구 왼쪽 응접실부터 시작한다. 응접실이라기 보다는 손님들의 대기실이다. 리베라 본인이 가문의 재력을 바탕으로 신학을 공부한 귀족이었던 덕에 귀하고 희소한 재물을 많이 모았다. 본당으로 들어서는 문 옆 벽에 붙은 악어는 다른 나라 사신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응접실을 통해 들어가면 본당이 나온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근엄하고 숭고함이 뿜어져 나온다. 평소에 불을 꺼놓고 있다가 필요할 때 켜는데, 우리가 들어왔다고 불을 켜줬다. 불을 켜주는 껐을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면서 몸이 따스하게 안기는 느낌이 든다. 가이드 아주머니는 불이 꺼져있을 때가 더 좋단다. 다시 응접실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응접실에서 밖으로 나올때는 안에서 문을 못열고 밖에서 열어줘야만 하는데, 가이드 아주머니가 그것이 인간의 모습이라는 농담을 붙였다. 다음으로 리베라의 보물을 모아둔 미술관으로 갔다. 전시된 작품들도 대단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시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작은 미술관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풍부한 예술작품들이 모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새삼 발렌시아의 전성기가 얼마나 화려했는지, 아니 유럽 어느 도시라도 한때의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친절하고 지식이 너무나 풍부한 가이드 덕에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여길 안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 

엘파트리아카를 나와 골목을 더 돌아다니니 대리석과 화강암으로 지어진 로마네스크, 고딕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도자기 박물관은 입구가 너무 화려해서 누군가의 궁전으로 사용됐을 법하다. 

길을 돌고 돌아 원래의 목적지인 대성당Catedral으로 왔다. 시내 광장에 지어져서 다른 성당들처럼 엄청 웅장하거나 거대한 느낌은 별로 없다. 성당 입구는 뭔가 얼기설기 붙어있는 것이 로마네스크로 지어졌다가 고딕으로 마무리한 느낌이다. 오늘은 다행히 내부에서 오르간 연주회가 있어서 무료입장이다. 내부는 여느 스페인 성당처럼 따뜻한 온기로 가득하다. 연주회를 듣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정겹다. 

발렌시아에서 가장 위엄있는 것은 시청과 우체국이다. 다이아몬드 형태인 발렌시아 시가지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 시청과 광장을 사이에 두고 그 맞은편에 있는 우체국(통신노동조합)이다. 두 건물사이의 시청광장에 서 있으면 서울시청과 플라자호텔, 덕수궁으로 둘러싸인 서울시청 광장이 생각난다.


엘파트리아카El Patriarca

http://patriarcavalencia.es/
https://es.wikipedia.org/wiki/Museo_del_Patriarca

세라믹박물관

http://www.valencia-cityguide.com/tourist-attractions/museums/museo-de-ceramica-gonzalez-marti.html
https://en.wikipedia.org/wiki/Gonz%C3%A1lez_Mart%C3%AD_National_Museum_of_Ceramics_and_Decorative_Arts

대성당Catedral

http://www.catedraldevalencia.es/
https://en.wikipedia.org/wiki/Valencia_Cathedral

예술과학도시Ciudad de las Artes y la Ciencias

http://www.cac.es/es/home.html
http://www.visitvalencia.com/en/what-to-visit-valencia/city-of-arts-and-sciences/what-is-the-city-of-arts-and-sciences-cac
https://en.wikipedia.org/wiki/City_of_Arts_and_Sciences

시청Ayuntamiento
http://www.valencia-cityguide.com/tourist-attractions/monuments/ayuntamiento.html
http://www.visitvalencia.com/en/what-to-visit-valencia/monuments/list-of-monuments/monument/7782

우체국Edificio de Correos
http://www.valencia-cityguide.com/tourist-attractions/monuments/edificio-de-correos.html
http://www.toursvalencia.com/post-off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