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떤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내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 감상 2014.03.20
내 사랑은 내 사랑은 김용택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그대 생각 납니다 이게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지금 나는 빈 들판 노란 산국 곁을 지나며 당신 생각입니다 이게 진정 사랑이라면 백날천날 아니래도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감상 2014.03.20
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 감상 2014.03.20
바람 저편에 서면 바람 저편에 서면 김춘경 그러하다 바람은 길 끝에서부터 불기 시작하고 바람의 파장이 어깨를 스쳐갈 때쯤 그 때서야 비로소 길 위에 있음을 깨닫는다 서로 닿지 못하는 동안의 떨림과 서로 닿았을 때의 흔들림. 그 짧은 교차가 허공을 진동하면 어느새 길은 또 멀어진다 바람이 분다 바.. 감상 2014.03.20
산책 4 산책 4 이종은 언제나 쉽게 선선해지는 저녁에 앉아있으면 세상이 잠드는 것이 보인다 나는 엷게 칠한 페인트처럼 흐그러진다 갈라진 사이마다, 공기 무엇도 소유하지 않으므로 뜨겁지 않은 그 선선함 나는 다시 엷게 칠해진다 세상은 언제나 낮게 몰려왔다 짙게 저물어 가고 틈이 생긴 .. 감상 2014.03.20
먼 후일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감상 2014.03.20
12월 12월 김이듬 저녁이라서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가는 사람들 목 없는 너의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너를 기다리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과 망신은 다 끝내지 못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내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 감상 2014.03.20
싹 싹 신경림 어둠이 어둠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은 모른다 아픔도 없이 겨울을 보낸 사람은 모른다 작은 빛줄기만 보여도 우리들 이렇게 재재발거리며 달려나가는 까닭을 눈이 부셔 비틀대면서도 진종일 서로 안고 간질이며 깔깔대는 까닭을 그러다가도 문득 생각나면 깊이 숨은 소중.. 감상 2014.03.20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가자 출출.. 감상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