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잠 무릎잠 정호승 어머니 설거지 끝내고 창가에 앉아 돋보기 끼고 천천히 아침 신문을 보실 때 나는 슬며시 어머니 무릎을 베고 잠이 든다 창밖엔 개나리가 피었다 감상 2014.03.20
살인의 추억 살인의 추억 정한용 1932년 12월 13일, 난징의 남동쪽 싱 루 카오 5번가 삼십여 명의 일본군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문을 열어준 주인을 죽였다. 왜 죽이느냐 소리치는 안주인에게도 총을 쏘았다. 이집에 세 들어 살던 샤는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애원했다. 군인들은 샤를 죽였다. 그리고 샤.. 감상 2014.03.20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감상 2014.03.20
슬픈 빙하의 시대 2 슬픈 빙하의 시대 2 허연 자리를 털고 일어나던 날 그 병과 헤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한번 앓았던 병은 집요한 이념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병의 한가운데 있을 때 차라리 행복했다. 말 한 마디가 힘겹고, 돌아눕는 것이 힘겨울 때 그때 나는 파란색이었다. 혼자 술을 먹는 사람들을 이.. 감상 2014.03.20
쾌락 쾌락 한용운 님이여, 당신은 나를 계신 때처럼 잘 있는 줄로 아십니까. 그러면 당신은 나를 아신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두고 멀리 가신 뒤로는, 나는 기쁨이라고는 달도 없는 가을 하늘에 외기러기의 발자취만치도 없습니다. 거울을 볼 때에 절로 오던 웃음도 나오지 않습니.. 감상 2014.03.20
사랑은 변하여도 사랑이다 사랑은 변하여도 사랑이다 신현림 네가 티슈에 써준 시를 보며 '사랑은 변하여도 사랑이다'에 한참 머뭇거린다 그래, 막 구워낸 빵과 식어서 나무처럼 딱딱한 빵도 여전히 빵이다 '피차 사랑하라' 외치며 식은 빵 따순 빵 케익빵이 내게 쏟아진다 하늘과 땅에서 내 옆구리에서 빵이 구워.. 감상 2014.03.20
고구마를 삶으며 고구마를 삶으며 서안나 고구마를 삶다 보면 제대로 익는지 젓가락으로 고구마를 쿡쿡 찔러보게 된다 나의 어머니도 열 달 동안 뱃속에서 키워 세상에 내놓으며 잎사귀도 덜떨어진 딸년 잘 익고 있는지를 항시 쿡쿡 찔러보곤 하신다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느냐? 차 조심해라 겸손해라 .. 감상 2014.03.20
나의 나 나의 나 이시영 여기에 앉아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마. 나는 저녁이면 돌아가 단란한 밥상머리에 앉을 수 있는 나일 수도 있고 여름이면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날아가 몇 날 며칠을 광포한 모래 바람과 싸울 수 있는 나일 수도 있고 비내리면 가야산 해인사 뒤쪽 납작 바위에 붙어앉아.. 감상 2014.03.20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 감상 2014.03.20
저녁 기도 저녁 기도 이은환 거리마다 불빛 다시 환해 오겠구나 그 길로 각자의 하루 서먹하게 저물겠구나 밥과 지향과 그리고 다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연민들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마감을 하고 더러는 취객이 되어 후미진 골목을 찾아 들겠구나 버려진 말들인데 다시금 불빛으로 켜지는 저녁, .. 감상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