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짝사랑 이채 너무 어여삐도 피지 마라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도 눈부신 네 모습 볼 수 없을지도 몰라 어디에서 피건 내 가까이에서만 피어라 건너지도 못하고 오르지도 못할 곳이라면 다가갈 수 없는 네가 미워질지도 몰라 그저 이렇게라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다 태워서라도 널 .. 감상 2014.06.22
살다 보면 비가 오는 날도 있다 살다 보면 비가 오는 날도 있다 강연호 솥뚜껑 위의 삼겹살이 지글거린다고 해서 생의 갈증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찍 취한 사람들은 여전히 호기롭다 그들도 박박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는 것이다 세상의 남루나 불우를 그저 견디겠다는 듯 반쯤 남은 술잔은 건너편의 한가로운 젓.. 감상 2014.06.17
어느 대나무의 고백 어느 대나무의 고백 복효근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 감상 2014.06.17
어디 통곡할 만한 큰 방 없소? 어디 통곡할 만한 큰 방 없소? 조정권 나 일하던 공간 편집실로 찾아온 오지호 화백 수염 모시고 사랑방으로 내려간다 저 수염, 광주 사람들이 무등처럼 올려다보고 있는 수염 한자사랑책 한권 주시더니 그동안 유럽에서 서너달 계셨다 한다 '내가 광주에 있었다면 벌써 죽었을 거요 그애.. 감상 2014.06.17
비의 뜨개질 비의 뜨개질 길상호 너는 비를 가지고 뜨개질을 한다, 중간 중간 바람을 날실로 넣어 짠 비의 목도리가, 밤이 지나면 저 거리에 길게 펼쳐질 것이다, 엉킨 구름을 풀어 만들어내는 비의 가닥들은 너무나 차가워서 목도리를 두를 수 있는 사람 그리 흔하지 않다, 거리 귀퉁이에서 잠들었던 .. 감상 2014.06.17
사라진 도서관 사라진 도서관 강기원 도서관이 사라졌다 익숙했던 내 의자가 없어졌다 빌려온 책들의 반납 기일이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고백컨대 책을 읽는 대신 나는 그 도서관의 책들을 한 장씩 씹어 먹었다 젖을 먹어야 할 때 그림 형제의 삽화를 초경이 시작될 무렵 데미안의 알을 머리에 피가 .. 감상 2014.06.17
험난한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험난한 내 삶의 거름이 되어 이정하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 감상 201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