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기 아니, 안기다리기 기다리기 아니, 안기다리기 윤지영 너를 기다린다고 했지만 너를 기다린 게 아니었나 보다. 너를 위해 마음 속 깊이 박힌 유리조각을 골라내고 작은 씨앗 하나 심지 않았으니 나는 너를 기다린 게 아니었나 보다. 너를 생각하며 물 한 번 주지 않고 싹이 돋아나나 지켜보지도 않고 그 씨앗.. 감상 2014.06.16
혼자 울고 싶을때 혼자 울고 싶을때 용혜원 이 나이에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손등에 뜨거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젠 제법 산다는 것에 어울릴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어색한 걸 보면 살아감에 익숙한 이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모두들 .. 감상 2014.06.16
이미 나는 없었다 이미 나는 없었다 배찬희 작게 크게 네게로 가고파 나는 소리도 없이 나리는 밤비가 되었다. 네게로 가고파 나는 자주, 알몸도 기꺼워하는 시린 바람도 되었다. 네게로 가고파 가고파, 나는 언제든 무엇이든 또 될 수 있었다. 네가 있는 곳이면, 난 천리 길도 한 걸음에 달린다는 천리마가 .. 감상 2014.06.16
나는, 봄밤이면 좋겠어요 나는, 봄밤이면 좋겠어요 이명수 봄이 마당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느꼈을 때, 봄밤처럼 설레면 좋겠어요. 봄밤처럼 아늑하면 좋겠어요. 또 봄밤처럼 아득해지면 좋겠어요. 그러다가 아예 내가 봄밤이 되면 더 좋겠어요. 그러라고 봄이 온 거잖아요. 감상 2014.06.16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은봉 하루 종일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사람들 속에서 아침이 왔고, 점심이 왔고, 저녁이 왔다. 사람들은 서류를 만들면서도 차를 마시면서도 운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농담을 해댔다. 농담으로 하여 외롭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았.. 감상 2014.06.16
불쑥 너의 기억이 불쑥 너의 기억이 이정하 지하철 2호선을 타면 네가 있는 곳을 지나친다. 너와 함께 보던 영화관도 지나치고 네가 즐겨가던 커피숍도 지나치고 네가 기웃거리던 옷집도 지나치고 값은 싸면서도 푸짐했던 갈비집도 지나친다. 너를 잊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이렇게 너에 대한 기억.. 감상 2014.06.16
딸에게 미리 쓰는 시련에 대처 하는 방식 딸에게 미리 쓰는 시련에 대처 하는 방식 서영아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같은 것. 그냥 인정해 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있다고.. 그사람의 눈빛 그사람의 목소리 그사람의 작은 몸짓... 거기에 삶.. 감상 2014.06.16
멀리서만 멀리서만 이정하 찾아 나서지 않기로 했다 가기로 하면 가지 못할 일도 아니나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그리움 안고 지내기로 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그대가 많이 변했다니 세월 따라 변하는 건 탓할 건 못되지만 예전의 그대가 아닌 그 낭패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멀리서만 멀리서.. 감상 2014.06.08
20분 20분 고두현 아침 출근길에 붐비는 지하철 막히는 도로에서 짜증낼 때 20분만 먼저 나섰어도 날마다 후회하지만 하루에 20분 앞당기는 일이 어디 그리 쉽던가요 가장 더운 여름날 저녁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과 사람에 쫓기는 자동차들이 노랗게 달궈놓은 길 옆에 앉아 꽃 피는 모습 들여다.. 감상 2014.06.08
왜 몰라 왜 몰라 이장근 더러운 물에서 연꽃이 피었다고 연꽃만 칭찬하지만 연꽃을 피울만큼 내가 더럽지 않다는 걸 왜 몰라. 내가 연꽃이 사는 집이라는 걸 왜 몰라. 감상 2014.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