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447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yssey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yssey 아서 클라크Arthure C. Clarke / 김승욱 황금가지 24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등 뒤에는 서른 명의 유령들이 서있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의 비율이 바로 30대 1이기 때문이다. 태초부터 약 1000억 명의 사람들이 지구라는 행성을 누볐다. 이 숫자가 재미있다. 무슨 우연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 즉 은하수에 존재하는 별의 숫자도 약 1000억 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지구 상에 살았던 모든 사람이 각각 이 우주 안에 자기만의 별을 하나씩 갖고 있는 셈이다. 159 20세기에 혁명적으로 발전한 훈련 기술과 정보 처리 기술 덕분에 그는 이미 대학을 두세 번 다닌 사람과 맞먹는 지식을 갖고 있었다. 게..

독서 2021.02.02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Little Fires Everywhere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Little Fires Everywhere 실레스트 잉Celeste Ng / 이미영 나무철학 54 리처드슨가의 아이들도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마다 펄과 무디가 부엌에 앉아 있을 때면 훤칠한 키에 햇볕에 그을린 피부,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닌 반바지 운동복 차림의 트립이 달리기를 마치고 들어와 아일랜드 식탁에 편안히 기대서서 주스를 따랐다. 렉시는 우아하지 않게 운동복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머리는 아무렇게나 틀러 올려 묶은 채 조리대 앞에 앉아 베이글에서 참깨를 떼어냈다. 그들은 펄이 자기들의 그런 모습을 보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꾸미지 않아도, 심지어 잠자리에서 나온 직후에도 아름다웠다. 그런 편안함을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잠옷을 입고서도 어쩌면 ..

독서 2021.01.08

사랑이 한 일

사랑이 한 일 이승우 문학동네 52 소돔의 하룻밤 그 성 사람들이 소돔만큼 악했는지 그러지 않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롯의 개입으로 멸망의 순간에 구원을 얻게 된 것은 사실이다. 롯의 구원만큼 획기적이고 그보다 극적이다. 물론 롯이 그 성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 성을 구한 것은 아니다. 그가 그 성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없다. 구원은 가끔 이런 식으로, 예측할 수 없고 대비할 수 없는 우연한 변수에 의해 일어난다. 롯이 신의 계획을 바꾸게 했다. 53 소돔의 하룻밤 이웃 성의 파멸과 그 성에 사는 사람들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애도하는이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저 운 나쁜 자들의 우연한 재앙에 자기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만을 다행이라고 여기며 우쭐했..

독서 2021.01.08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 홍창배 바다출판사 202 한 사람이 물에 빠져 구조를 요청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밧줄을 던져준다. 그것만이 그를 구제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물에 빠진 사람은 말한다. "내 마음속에 이 밧줄이 나를 구제할 것이라는 믿음을 공고히 핻라라. 이 밧줄이 나를 구제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러나 내가 믿지 않음을 도와 달라." ...그리스도의 신성과 그의 가르침의 신성을 믿어 기독교인이 된 사람은 그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얼마쯤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나는 믿으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그러나 도저히 그것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어찌하여 이런 말을 하는가? 신 자신이 이 지상에 와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영원..

독서 2020.12.30

일곱 해의 마지막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문학동네 30 "외로움을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하니까 그럴 수밖에. 외로워봐야 육친의 따스함을 아는 법인데, 이 사회는 늘 기쁘고 즐겁고 벅찬 상태만 노래하라고 하지. 그게 아니면 분노하고 증오하고 저주해야 하고. 어쨌든 늘 조증의 상태로 지내야만 하니 외로움이 뭔지 고독이 뭔지 알지 못하겠지. 요전번에는 종로의 한 화랑에서 그림을 봤는데, 무슨 제철소인가 어딘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그려놓았더군. 그런데 육중한 철근을 멘 노동자들이 모두 웃고 있더라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 슬픔을 모르는 인간, 고독할 겨를이 없는 인간, 그게 바로 당이 원하는 새로운 사회주의 인간형인가봐. 그러니 나도 웃을 수 밖에." ..."이건 마치 항상 기뻐하라고 윽박지르는 기둥서방 앞에 서 있는 ..

독서 2020.12.30

오래 준비해온 대답

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영하 복복서가 188 여름에 사하라사막으로부터 시로코(지브리)가 불어와 세상을 바싹 말린다면, 겨울에는 대서양에서 미스트랄이 불어와 저 북서쪽에 전혀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심할 때는 시속 9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불어오는 이 무시무시한 바람은 왜 지중해 연안의 집들이 저토록 거추장스러운 덧창을 달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독서 2020.12.30

원더보이

원더보이 김연수 문학동네 170 누군가 1974년 11월 4일 오후 두시에 만나자고 하면, 그 사람과 사레들린 할머니가 검은 곰에게 화를 내며 눕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식이지. 그 사람은 텔레비전에 나가서 원주율을 소수점 아래 천자리까지 외웠어. 그가 머릿속으로 외운 원주율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원주율일 거야. 되새 그림자 흐리마리 가려진 마당의 종려나무, 밤의 목소리에 드리워진 마음이여! 오래전 숲길을 지날 때, 누군가 들려준 우울한 휘파람에 발간 눈두덩 비비며 한때 뜨거웠던 여름을 떠올렸다네. 느릿느릿 시냇물로 재잘대며 모여드는 청둥오리들과 눈동자 어슴푸레 올려다보는 황조롱이들과 검푸른 주목의 시간. 깊은 밤의 짙은 둘레를 지나 조는 듯 새초롬하게 밀려드는 구름의 첫마디, "무던하지..

독서 2020.12.21